아이들에게 간접투자를 시킵시다.

아이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 대신 '어부를 고르는 안목'을

by 류연X

지난 일주일 간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한국 증시가 연일 10% 안팎의 엄청난 변동성을 보여주자, 월가 베테랑 분석가인 짐 비앙코(Jim Bianco)가 내놓은 분석이 화제가 되었었다.

짐 비앙코는 한국 시장 거래 비중의 70%가 개인 투자자(Retail)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래와 같이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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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market is not for the faint of heart.

(한국 시장은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 부적절합니다.)


They don't rally, they double. They don't correct, they crash.

(한국 시장은 랠리를 하지 않는다. 더블이 된다. 조정을 거치지 않는다. 폭락한다.)


심약자는 견디기 힘들다는 그의 농담 섞인 평가는, 역설적으로 우리 자본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과 수차례 지적되어 온 "체질적인 취약성"을 날카롭게 관통하고 있다.


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각개전투'를 하게 되었을까?


아래는 필자의 개인적인 분석(뇌피셜)인데, 네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았다.


1.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 기업 이사회가 주주 전체의 이익보다 오너 일가(소위 재벌)의 편을 드는 '인적 분할 후 재상장', '중복 상장' 등의 관행은 코스피를 수십 년간 박스권에 가두었다. 낮은 주주환원율로 알 수 있듯이 주식을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수단이 아니라, 소수 오너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2. 기관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 과거 금융권에 대한 관리, 감독, 감시 시스템이 현재보다 미성숙하고 미비했던 시절, 개인들을 소위 ‘등쳐먹던’ 기관들의 행태는 여전히 ‘펀드=수수료 떼먹기’라는 부정적 인식을 낳았다.


3. 대체 자산의 압도적 수익률: 한국의 고속 성장기를 경험하며, 두 자릿수 예금 금리와 폭발적인 부동산 상승이 자산 형성을 주도했다. 기성세대에게 주식은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할 필요 없는 '옵션'이었고,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심지어 공교육에서도 금융 교육이 소외된 사이, 주식은 '위험한 것', '일확천금의 수단'으로만 치부되었다.


4. 너무 똑똑한 개인들의 자기 효능감: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유대인'만큼이나 똑똑한 인종으로 손꼽힌다. 여기에 높은 교육열까지 더해지며, 우리 '개인'들은 너무 똑똑해졌다. 내가 직접 종목을 고르고 매매하는 것이 값비싼 수수료를 내야하는 펀드 매니저보다 낫다는 자기 효능감이 팽배해 있다.


물론 여기까지는 필자의 뇌피셜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건 개인들이고, 이들 대다수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팩트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제도적 기반은 최근의 상법 개정 움직임을 통해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 여기에 개인들이 일조할 방법은 자녀를 위한 '조기 간접 투자'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행 증여세 제도를 활용하면 미성년 자녀에게 10년간 2천만원(성년 후 5천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즉, 매월 약 16.7만원(2천만원/10년/12개월)을 자녀의 증권계좌에 증여세 부담 없이 납입할 수 있다.


미국 S&P 500이나 나스닥도 훌륭한 투자처이지만, 해외주식 양도세 등을 고려하면, 국내에도 VIP자산운용이나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같이 지난 수십년간 연평균 15% 이상의 우수한 수익률을 시현해 온 '투자 명가'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공모펀드에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때의 복리효과는 다음과 같이 수치로 나타난다.


[매월 16.7만원 납입, 연평균 15% 수익률 가정한 시뮬레이션]

- 투자기간 10년: 누적 납입원금 2천만원, 예상 평가액 약 4,661만원

- 투자기간 20년: 누적 납입원금 4천만원, 예상 평가액 약 2.5억원

- 투자기간 30년: 누적 납입원금 6천만원, 예상 평가액 약 11.7억원


아이들에게는 성인이 가질 수 없는 '압도적인 시간'이라는 자본이 있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자산을 '복리'로 누리면, 첫 달에 넣은 16.7만원은 30년 뒤 자녀가 결혼하여 독립할 시기면 약 1,000만원 이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0세부터의 조기 간접 투자는 단순히 자녀의 자산 증식을 넘어, 다음과 같이 미시적, 거시적,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사회의 미시적인 경제적 안정: 자녀의 미래에 대한 신혼부부들의 경제적 공포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구독 서비스 한두 개를 끊고, 술 약속을 한 번 줄이는 정도의 절제면 자녀의 인생 밑천을 충분히 마련해 줄 수 있다.


2. 거시적 관점의 주식 시장 체질 개선: 감정에 휘둘리는 개인들의 단기 매매 비중이 줄어들고, 숙련된 전문가에 의한 장기 자금이 유입되면서 한국 증시의 체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곧 연기금 수익으로 이어져 국민 전체의 노후 안정으로도 이어진다.


3. 마지막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아이의 미래를 그리자면,

- 도전의 밑천: 훗날 아이가 창업이 됐건, 예체능이 됐건 어떤 도전이든 간에, 실패하고 재기할 수 있는 자산적 뒷배가 되어 준다.

- 자원(시간) 배분: 이제 개별 종목 분석과 차트 읽기는 AI가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잘하는 영역이다.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건 '직접 뛰는' 역량이 아니라, 펀드매니저의 운용 철학을 이해하고 우수한 운용역을 선택하는 '안목'이다. 본업에 집중하면서도 자본의 성장을 누리는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 지속적인 세상에 대한 관심과 통합적 사고: 투자는 간접투자자에게 후순위로 맡기고, 본업(예상컨데 학업)에 집중하면서도, 월/분기 단위로 보고 받는 리포트를 읽으며 시장의 흐름을 놓지 않는 습관을 기른다.


현재 나는 두 아들의 증권계좌를 오랜 기간 지켜보며, 신뢰를 쌓아온 투자 전문가에게 일임해 두었다. 이제 언제 아이들에게 이 계좌를 오픈할지에 대한 고민을 아내와 함께 나누며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무르익을 즈음, 절약과 저축, 투자에 대한 개념을 심어준다.

- 중학생: 운용사의 월/분기 단위 리포트를 함께 읽으며, 단순히 수익률이 아니라 지금 시장에서는 어떤 산업이 주목 받고, 그 속에서 어떤 기업들이 투자받고 있는가라는 내러티브를 함께 공유한다.

- 고등학생: 스스로 펀드나 섹터별 ETF를 비교해 보게 하고, 다음 납입금을 어디에 배분할지 나에게 피칭(pitching)하게 한다.


아직 10년도 더 남은 미래지만, 이런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내와 즐거운 대화가 된다.


우리 아이들이 씨앗을 심은 이 시장이,

바라건데 수십년 후에는,

Jim Bianco가 일침했던 '심약자'도 마음 편히 본업에 집중하며 자산을 맡길 수 있는 시장,

시간의 복리가 열매를 맺어주는 그런 합리적인 시장이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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