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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 Chae Feb 10. 2021

Back to the 2015, Frankfurt

일상으로 돌아가기 연습

마지막 베이스캠프 도시는 프랑크푸르트(Frankfurt)였다. 위치적으로 유럽의 여러 도시의 중간 지점이기도 하고 세계적으로 큰 국제공항이 위치하고 있어 유럽 여행 in/out을 할 때 종종 머무는 도시이다. 도시 안팎으로 편리한 교통, 비교적 신도시로 조성되어 머물기도 편하고 여러모로 3주간의 유럽 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도시로는 제격이다.


교통의 요지이고 대도시이긴 하지만 내 개인적인 기준에 도시 자체에 볼거리가 많지는 않아서 근교 도시에 다녀오는데 더 집중을 하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반나절 정도 주요 관광지가 집중되어 있는 구도심의 광장 근처만 둘러보는 대신 마인강을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며 강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역시 프랑크푸르트 관광지 하면 구도심의 뢰머광장(Romerberg)이다. 이름에서 보이듯이 고대 로마인들이 정착하면서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가졌다. 독일 대부분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다가 중세의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뢰머 광장과 괴테 하우스

그리고 골목을 따라 조금만 가면 프랑크푸르트에 오는 관광객은 누구나 들른다는 괴테하우스(Goethe-Museum)도 있다. 독일인이 사랑하는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가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이곳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등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괴테가 살던 그때의 모습으로 복원되어 전시하고 있다.

구도심답게 관공서와 박물관들, 가까이에 대성당(Kaiser Dom, Frankfurt Cathedral)이 모여있다.

붉은 색이 인상적이었던 대성당

대성당은 고딕 양식의 전형적인 디자인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나 쾰른 대성당 같은 모습은 아니라서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뾰족한 첨탑과 화려한 조각이 이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부는 차분하게 기도하기 좋은 곳. 여행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광장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건물 벽에 이런 음각이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다. 도시의 상징이나 역사를 나타낸 것 같기도 하고 단순한 듯 섬세한 벽화가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건물 곳곳에 새겨져있던 귀여운(?) 벽화들



여행을 하는 동안 운동다운 운동을 거의 못했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3일이라도 운동을 하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고른 것이 마인강(Main River)! 강변을 걷거나 달리면서 얼마 남지 않은 여유도 즐기고 이곳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다.

아직 한참 여름인데 벌써 가을 분위기

평일에는 조깅을 하거나 벤치에서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이 있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곳. 양쪽에 조성된 널찍한 산책로와 울창한 나무를 보며 걷다 보면 없던 여유도 생길 것만 같다.

낮의 활기


밝은 낮의 마인강은 운동을 하면서 활기와 여유를 느꼈다면 밤에는 야경을 감상하며 운치를 즐겨보자.


주변 건물과 다리의 조명이 물에 반사되는 모습은 어느 도시, 어느 강에서 봐도 아름답다. 프랑크푸르트에 머무는 동안에는 늘 어두워질 때쯤 한 손에 꼭 캔맥주나 병맥주를 들고 이곳 마인강변으로 향했다. 강물에 비쳐 일렁이는 빛을 보고 있자면 안주 없이 맥주가 잘도 넘어간다.

밤의 운치



이제 정말 유럽 대륙과는 작별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행의 끝을 경건하게 맞이하자. 중요한 의식에는 맥주가 빠질 수 없다.

잊지 못할 맥주와 소시지

대성당 뒤편 Paulaner am Dom이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정말 아무 계획 없이, 정보 없이 매우 ‘바이에른’스러운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런 즉흥적인 결정 칭찬해!

단순한 구운 소시지와 햄에 맥주를 마셨을 뿐인데 이게 이렇게 맛있을 일이냐고. 역시 맥주 맛이 중요한 것인가! 한참을 감탄하며 천천히 (맥주) 맛을 음미했다.



이제 정말로 이번 여행을 끝낼 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라고 비행기 바퀴가 인천공항 활주로에 닿을 때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되겠지만, 서울의 집에 돌아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까지가 여행이라고 우기며 여행의 끝을 조금이라도 유예하고 싶었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 어떤 여행에도 끝은 온다는 것을. 그래서 더 소중하다는 것도.



처음으로 혼자 떠나온 여행이라 아쉬운 순간도 정말 많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대로,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대로 내 어딘가에 쌓여 내가 조금은 삶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 될 수 있길.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여는 나는 여행을 출발할 때의 나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되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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