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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 Chae Feb 09. 2021

Back to the 2015, Cities 3

독특한/보편적인, 그래서 좋은 Darmstadt/Mainz


다름슈타트(Darmstadt)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제체시온(Secession), 분리파의 유명한 건축가인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Josef Maria Olbrich)의 작품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올브리히의 작품을 대단히 좋아하거나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유명한 건축물을 굳이 보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올브리히는 오스트리아 빈에 1898년 제체시온 건물을 완공하고 1년 후 헤센 공국의 마지막 대공인 에른스트 루트비히 (Grand Duke Ernst Ludwig)의 초청으로 독일의 작은 도시, 다름슈타트로 활동지를 옮기게 된다.

제체시온(Sezession), Wien, Austria


루트비히 공은 예술가를 위한 거주지를 제공하면서 예술을 육성하고 싶어 했고 그 지도자로 올브리히를 초청했던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높은 급여를 받으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던 중, 루트비히 공이 결혼을 하게 되고 올브리히는 결혼 기념탑(Hochzeitsturm)을 설계해서 대공에게 선물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던 것은 예술과 학문 분야를 부흥시키려 노력한 대공을 좋아했던 다름슈타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통해 이 탑의 건축비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지붕에 있는 독특한 형태의 5개의 둥근 탑이 마치 결혼 서약을 하는 손을 연상시킨다. (어릴 때 학교에서 많이 했던 ‘선서!!!’가 생각난다.)

결혼 기념탑과 전시관, 정교회 건물
내부 벽화도 화려하다

결혼 기념탑 옆으로 길게 늘어선 전시관 건물이 함께 있다. 전시관은 결혼 기념탑이 주변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탑에 붙여 건축했다고 한다. 전시관 지붕에 줄타기를 하는 듯 균형을 잡고 있는 사람 모양의 조형물이 재미있다.

그리고 전시관 옆, 결혼 기념탑과 대칭되는 위치에는 러시아 정교회(Russian Orthodox Church of St. Maria Magdalena) 건물이 있다. 내 눈에는 기념탑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결혼 기념탑과 교회 건물을 보고 옆길로 내려와 아래로 이어진 특이한 마을을 구경했다. 이곳이 바로 루트비히 공이 예술가 주거촌으로 조성한 마틸데 언덕(Mathildenhohe)이다. 마당을 공개해서 누구든 들어와 구경하고 갈 수 있게 해 둔 집들도 있었고 골목에 주차(? 전시?)되어 있는 진기한 올드카도 즐겁게 구경하며 도심으로 내려왔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 볼까?
누구나 들어오세요
집에 딸린 정원이라기보다 숲 속에 전시를 해 놓은 듯


언덕을 다 내려와서 넓게 펼쳐진 공원을 지나 시내에 있는 라츠켈러(Darmstadter Ratskeller Hausbrauerei)로 직행했다. 독일에서 라츠켈러(Ratskeller)라고 하면 시청 지하층에 위치한 식당, 시청 건물에 위치한 오래된 고급 식당이라는 의미로 많은 도시에 라츠켈러가 있다. 다름슈타트의 유일한 양조장이 있는 이 식당을 그냥 지나칠 순 없지. 필스너와 바이젠으로 마틸데 언덕의 여운을 다독이며 다름슈타트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맥주, 놓치지 않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도시로 마인츠(Mainz)를 선택했다. 가깝고 라인강을 끼고 있어서 선택한 것뿐이었는데 알고 보니 역사적으로, 특히 종교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도시였다. 7~8세기부터 독일 교구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고 이후 알프스 이북에서 교황을 대리하는 위치까지 올라갔다. 따라서 많은 성당 건물이 남아있는 도시이다.

무엇보다도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가 태어난 곳이기도 해서 구텐베르크 관련된 명소가 많다. 구텐베르크 기념비, 구텐베르크 박물관, 국제 구텐베르크 협회의 본부 건물이 위치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곳들을 모두 둘러보지는 못했다.


마인츠야말로 특별히 뭘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정말 옆동네에 잠깐 마실 나온 기분으로 온 거라서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고 라인강이나 한 번 눈에 담고 가야지 싶었다. 이렇게 정처 없이 도시를 헤매고 싶으나 진짜로 길을 잃어 미아가 되지 않으려면 눈에 잘 띄고 모두가 알만한 곳을 시작점으로 잡는 게 좋다. 그러니 일단 대성당으로 가자.


가는 길에 벌써 눈에 띄는 특이한 조각? 탑?을 만났다. 알고 보니 조각도 탑도 아닌 분수대였다. 쉴러 광장(Schillerplatz)에 위치한 카니발 분수(Fastnachtsbrunne)인데, 카니발을 상징하는 수많은 광대들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내가 갔을 때는 물은 나오지 않아서 조각을 하나하나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약간은 괴기해 보이지만 재미있는 작품.

분수인데 물이 안 나온다


대성당 앞 광장(Domplatz)에는 마켓이 한창. 과일, 채소들을 비롯한 먹거리들과 꽃들의 색감이 화려하고 예쁘다. 아침 일찍부터 마켓이 활발해서 기분이 좋다.

일찍부터 열린 마켓
기분 좋아지는 꽃의 색감


마켓 너머에 거대하게 보이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Martinsdom)이 보인다.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해도 바로크, 고딕 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마인츠 교구의 주교좌성당으로 독일의 3대 성당 (쾰른, 트리어 대성당) 중 하나이다.

한 프레임에 담기 힘든 규모
다소 어둡고 차분한 내부

유럽의 오래된 성당을 다니다 보면 인공적인 조명보다는 자연적으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마음을 훅 건드릴 때가 있다. 건축 기술의 발달로 사방에 창을 낸 고딕 양식의 성당도 내부 조명이 없으면 다소 어둡게 느껴지는데 그 어두움이 한 줄기 빛을 더 돋보이게 해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간의 기술과 자연이 만나고, 인간의 것 안으로 자연이 들어오고, 그렇게 자연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는 순간에 나는 감동을 받는다.  

싱그럽고 따뜻한 중정이 있어서 더 좋았던 성당


성당이 워낙 커서 모두 보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성당 맞은편에 있는 구텐베르크 박물관(Gutenberg Museum)은 내부 관람은 하지 않고 입구의 조형물만 한참을 관찰했다. 금속활자를 개발해 인쇄술을 널리 퍼뜨린 구텐베르크의 업적을 상징하는 듯한 조형물이 인상적이었다.

거대한 동판 조형물이 문처럼 서 있다


다음으로는 마인츠에서 대성당보다 유명하다는 성 스테판 교회(St. Stephan’s Church)를 찾았다. 이제 이런 얘기 하기도 지겹지만 이 교회의 문을 열기 직전까지 이곳이 유명하다는 것도, 그 이유도 전혀 몰랐다.

교회 입구 청동문 디자인이 독특하고 예뻐서 한참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만드는 교회 내부의 이 색감, 채도, 신비로운 느낌이 낯설지가 않다. 설마..? 혹시..?

그렇다. 이 교회 중앙 제대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샤갈(Marc Chagall)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마치고 1년 후 사망했다고 하니 이 교회에 있는 이 작품이 그의 유작인 셈이다. 이로써 프랑스 랭스 대성당(Cathedral of Reims)에 이어 두 번째로 샤갈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보게 되었다. 랭스에서 그의 작품을 본 것이, 내가 그를 알고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신비로운 푸른빛이 벅차게 아름다웠다.

건물 규모도 놀랍지만 스테인드 글라스가 최고!


관광객이 많거나 높은 건물로 붐비는 곳은 분명 아니었지만 밀도 있게 가득 찬 도시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전형적인 독일 마을을 연상시키는 골목
대성당 앞 광장에 있던 조형물, 다름슈타트 발견!
라인강 주변 공원에 우뚝 서 있는 조형물


마지막으로 라인강(Rhein River)을 바라보며 마인츠에서의 하루를 되새겨 본다. 이번 여행 중 가장 탁 트인 풍경!

막힌 것도 없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여행이 끝나갈수록 체력적으로 조금씩 지치고 힘이 빠진다. 하지만 그만큼 긴장도 더 풀려서 가벼워지고 편해졌다. 꼭 이렇게 딱 좋다 싶을 때쯤 여행이 끝나더라.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아쉬움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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