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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 Chae Jan 15. 2021

[Prologue] 3주, 3개국

여행 준비도 여행만큼

한 달 넘게 몇 개국 이상을 여행하든, 단 며칠 동안 한 도시를 여행하든 나는 여행 전에 동선을 짜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사실 여행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에서 효율을 중요시하는데 동선이야 말로 효율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간과 부족한 예산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곳을 잘 돌아다닐 것인가.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보고 싶은 마음에 처음 일정은 당연히 무리할 정도로 타이트하게 잡는다. 그 후에 교통편과 소요 시간을 고려하여 조금씩 일정을 다듬는 과정을 거치고 결국 그렇게 열심히 정리해서 여행을 떠나도 그곳에서 예상치 않게 더해지거나 빠지는 일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번 여행은 짧은 방학 중에 가는 거라서 시간이 많지 않아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한두 번 가봤지만 충분히 둘러보지 못했던 도시들과 꼭 가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던 몇 개 도시를 추가하여 영국 런던, 벨기에 주요 도시들, 그리고 독일 전역을 돌아보는 것으로 정해졌다.


3주간 주요 이동 동선


위 지도에 표시된 주요 도시들은 하루 이상 묵어가는 베이스캠프가 되는 셈이다. 베이스캠프가 정해지면 그 도시에서 당일치기로 방문할만한 근교 도시를 최대한 많이 찾아보고 그 수에 따라서 한 도시에 머무는 일정도 정해지게 된다. 여행에서 방문하는 모든 도시에 묵지 않고 베이스캠프를 두고 근교 도시를 당일로 방문하는 이유는 내 모든 짐을 가지고 도시 간 이동을 하고 숙소를 찾는데 들이는 정성과 노력을 차라리 좀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는 데 쓰는 게 좋기 때문이다.

여행 일정을 짜면서 선택과 집중,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상기해본다.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그중에 선택을 해야 하고 그 후에는 최대한 그곳을 즐길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 안에서 어느 도시, 어떤 부분에 더 집중할 것인가. 그것이 결정되면 비로소 여행의 정체성이 정해지는 것이다.


1부 영국 (런던)

영국은 단연 런던에 의한, 런던을 위한 여행으로 정해졌다. 전에 런던에 갔을 때 미처 보지 못한 것들, 다녀보지 못한 곳들, 먹어보지 못한 것들을 즐겨보기로 했다. 런던에서 다녀올 근교 도시로는 옥스포드(Oxford)와 바스(Bath)가 낙찰되었다.


2부 벨기에

벨기에 수도 브뤼셀(Brussels)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근교 작은 중세도시들 헨트(Gent), 브뤼헤(Brugge), 바다를 보고 싶어 선택한 오스텐트(Oostende)를 돌아보기로 했다.


3부 독일

이번 여행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 이전 유럽 여행에서는 욕심껏 7개국, 5개국을 다니느라 독일의 동쪽으로 멀리 가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염원하던 베를린과 그 근교 도시들을 가보기로 했다.

쾰른(Koln) - 하노버(Hannover) - 함부르크(Hamburg) - 베를린(Berlin)- 뉘른베르크(Nurnberg) - 프랑크푸르트(Frankfurt)를 베이스캠프로 정했다. 그 주변 도시 중 10년도 더 전, 학생 시절 전공과목 교과서에서 본 도시 몇 곳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고, 거기에 페이스북에서 본 사진 속 한 장면을 찾기 위한 모험을 감행하는 것으로 여행 계획은 마무리가 되었다.




다녀오고 보니 그 시간 안에 이곳들을 다 다녀왔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조금 더 타이트하게 몇 개 도시를 더 다녀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든다.

당시에 끄적인 기록들과 사진을 토대로 5년 전 여행을 기억해내어 적는 여행기라서 아마 많은 기억이 왜곡되고 낭만이라는 필터가 씌워진 글이 되겠지만 덕분에 여행을 맘껏 할 수 없는 이 시기에 추억 속이나마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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