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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 Chae Jan 17. 2021

Back to the 2015, London 2

셜록 홈즈와 비틀즈의 도시

셜록 홈즈의 나라 영국, 셜록 홈즈의 도시 런던에서 베이커가 221B 번지(221B, Baker’s Street)를 놓칠 순 없다. 사실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 주연의 BBC 드라마 ‘Sherlock’을 보기 전까지 셜록 홈즈라는 추리 소설 속 탐정이나 소설 자체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마치 현대인이라면 마땅히 알고 있어야 하는 고전 소설을 읽듯이 몇 편을 읽었다가 잊었다가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셜록을 현재 런던으로 부활시킨 드라마를 본 후 나는 완전히 그에게 매료되었다. 정확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셜록의 팬이 된 것이지만. 배우 자체의 매력도 그렇지만 19세기 인물을 21세기 인물로 완벽히 소환한 작가와 연출, 음악까지 나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나에게는 완벽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아무리 상술이라고 해도 그곳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이미지 출처 : https://images.app.goo.gl/q8YBwZ64VBQch72n6

사실 실제 소설의 배경이 되는 빅토리아 시대에는 베이커가에 85번지까지밖에 없었다고 한다. 221B는 코난 도일이 만들어 낸 가상의 주소였다. 그러나 셜록 홈즈가 실존 인물이며 소설 속 이야기가 모두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고 믿는 소위 ‘홈지언(Holemsian)/셜로키언(Sherlockian)’이라 불리는 셜록 홈즈의 열혈 팬들은 실제 베이커가 221B 번지의 위치를 찾기 위한 조사를 해 오고 있다. 이러한 마니아층의 열광적인 관심의 상업적 가치를 깨달은 런던의 한 사업가가 1989년 런던 행정구역 개편 작업으로 베이커가 주변의 몇 개 거리가 베이커가로 통폐합되자 ‘베이커가 239번지’가 된 건물을 싸게 사서 221B라는 현판을 걸고 ‘셜록 홈즈 박물관’으로 꾸민 것이라고 한다. ('셜록을 찾아서', 표창원 저 참고)

이미 길게 늘어선 줄과 221B, Baker's St.

아침 일찍 서둘러 셜록 홈즈 박물관에 도착했으나 오픈 전에도 이미 박물관 앞은 오픈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상술임을 알고도 찾아왔으나 막상 입장하기 위한 긴 줄을 보고 있자니 거기에 끼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나의 팬심은 셜록 홈즈라는 가상의 인물보다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를 향했기 때문이겠지.



다음으로 런던에서 만나볼 유명인사(?)는 비틀즈(The Beatles)! 당연히 실제로 비틀즈를 만나자는 건 아니고(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으니) 애비 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s)를 찾아갔다. 1931년 설립되어 많은 유명한 가수들이 이곳에서 녹음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무엇보다도 이 스튜디오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비틀즈의 앨범 재킷 사진이었다.

이미지 출처 : https://images.app.goo.gl/jLMKoVeZC1gR7Hd88
역사적인 곳을 방문했다는 뿌듯함. 그곳에 잠시나마 머물렀다는 신기함.

내가 비틀즈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도 아니고 열혈 팬인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 인증샷을 남기려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곳은 가보고 싶었다. 런던답지 않게 날씨는 화창하고 비틀즈를 만나기 위해 온 많은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사진을 남겼다. 비틀즈의 노래는 굳이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이상은 듣게 된다. 그것이 비틀즈 음악의 위대함이 아닐까.




이번 편의 마지막 장소는 런던의 잇 플레이스, 힙하고 핫한 바로 그곳 브릭 레인(Brick Lane)이다. 서울의 홍대와 자주 비교되지만 요즘 같으면 성수동 서울숲 근처와 비슷하다. 낙후된 공장지대,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작업실, 다양한 소규모 갤러리와 카페, 펍 등이 뒤섞여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자연스럽게 젊은 소비층이 유입되어 지역을 활성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졌다. (학부 시절 도시재생 사례로 발표 준비를 하며 언젠가 반드시 가보리라 다짐했던 곳인데 그 이후로 이곳을 방문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니!)


발표 준비를 하던 10년 전 그 당시 내 전공분야의 화두는 신도시 계획, 재개발, 재건축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낙후된 도시의 지역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재생시킬 것인가에 있었다. 물론 이게 정답이다, 하는 방법은 없었고 다양한 논의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이론적으로, 또는 이상적으로는 그 지역 나름의 독특하고 오랫동안 유지 가능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런던의 이 지역 Brick Lane을 소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지역들이 이런 방식으로 다시 살아났고 그런 지역들이 다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의해 다시 그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지는 부작용까지 나타나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방식의 도시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저 놀랍고 부러웠다. 그저 놀라워하고 부러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무엇이라도 행동으로 옮겨보았다면 지금 내 모습은, 우리 도시의 모습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쓸데없는 후회와 상념이 밀려온다.

옛 공장의 모습은 그대로, 분위기는 자유 그 자체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개성 있는 갤러리들


‘문화’를 다른 말로 바꿔보라면 나는 주저 없이 ‘분위기’라고 답할 것이다.


이 분위기 자체가 문화가 아닐까, 브릭 레인 곳곳을 누비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런던에 가게 된다면 분위기 끝장나는 이곳에서 하루 종일 아무 생각 없이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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