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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May 17. 2024

말해, 듣고 있어


유튜브에서 주기적으로 찾아보는 콘텐츠 중에 하나는 플레이리스트이다. 일할 때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글감을 찾거나 특정 분위기에 몰입하기 위해서, 현재 내 감정을 표현할 만한 매개체를 찾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그 일을 실행한다. 취향이 취향이다 보니 몇 번의 터치만으로도 알고리즘엔 우울한 분위기의 사진과 제목이 가득 찬다. 진초록의 무성한 풀들도 새파란 교복 치마도 진회색의 흔들린 그림자만큼 슬프고 외롭게만 느껴진다. 그런 배경들 안에 내가 들어야 할 1시간 남짓 분량의 음악들이 있다. 1시간을 전부 듣지는 않는다. 도입부를 들어보고 나와 같은 언어가 아니라고 느껴지면 바로 넘긴다. 친절한 유튜버들은 더보기 란에 타임라인을 써두기 때문에 다음곡으로 이동하기도 쉽다. 마음에 드는 음악이 나오면 끝까지 듣는다. 그럴 때 마음에 든다는 것은 보통 심장이 잡아비틀려지는 만큼 절절하게 와닿는다는 뜻이어서 나는 거의 탈진한 사람처럼 늘어져서 숨을 고른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숨을 쉬며 사는 사람인지를 가만히 느낀다. 노래에만 집중한다. 너무 좋으면 몇 번이나 돌려 듣고,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좋은지가 궁금해져서 댓글창을 내려보기도 한다. 댓글창은 크기가 무한한 우편함이다. 수신인이 있거나 없거나 한 편지들이 가득 모여있다. 어느 플레이리스트에는 내가 오늘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1000개가 넘는 이유가 달려있다. 하나같이 자기 자신을 위해 쓴 글일 텐데 나에게 보낸 편지처럼 읽힌다. 그래, 살아. 헤어진 건 슬펐지만 사랑했던 걸 미워하진 않아. 모두 다 여기 있어. 2024년 2월 아직도 듣고 있는 사람 있어? 내일 살아보고 후기 남길게. 그저께에는 이런 댓글창이 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 한 번씩 그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러 간다는 누군가의 글을 보고 나도 가서 보았다. 1시간이 너무도 쉽게 사라졌다.



https://youtu.be/2tda_TCjz8w?si=UEPcDfDJ_zOaw0np




2024. 0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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