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모임은 종종 눈에 띄는 편이었다. 여러 팀과 함께 장기자랑을 나가도 “쟤들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하는 말을 듣는 팀이 바로 ‘우리 팀’이었다. 특별하게 눈에 띄었던 ‘우리 팀’들을 비교해 보면 비슷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완벽한 역할 분담’이었다. 사람 대 사람 간의 궁합이나 취향의 일치, 애정을 쏟는 깊이 등도 물론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맡은 역할의 조합이 팀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 이 역할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부여되어서 작용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 때문에 환상의 팀워크를 운명이나 행운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서로의 장점을 끌어내는 조합으로 멤버가 구성되어 있다면 그 팀은 당연히 보통의 속도로 굴러갈 수 없었다. 약간의 상호작용만으로도 폭발할 듯한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이다.
내가 10년 넘게 정기적인 만남을 유지하고 있는 모임에는 나를 포함해 다섯 멤버가 있는데, 우리가 ‘사고’를 치는 경로는 늘 비슷했다. 우선 한 멤버가 이러저러한 일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운을 띄운다. 리액션이 좋은 한두 명이 열심히 호응하며 듣고, 나머지는 현실적인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적당히 맞장구친다. 그러다가 전혀 관심이 없을 것 같은 멤버 하나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행동파인 친구가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치며 자신이 당장 해볼 수 있는 일을 열거한다. 계획 짜기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가 앗싸리 마감일을 잡고 역할 분배를 시작한다. 이미 한 명은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리액션이 가장 좋은 멤버가 이건 정말 될 거라며, 우리는 정말 엄청나다고 숨 쉴 때마다 우리 모두를 추켜세운다. 맨 처음 이야기를 꺼냈던 멤버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너 또 질러놓고 발 빼고 있는 거냐고, 뒤늦게 말이 나오지만 이미 일이 시작되었기에 어느 누구도 그만둘 생각이 없다.
2024. 0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