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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May 22. 2024

매일 쓰는 어려움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일의 어려움 중 하나는 무엇을 써야 할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30분 안에 1000자의 글을 쓸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해도 뭘 써야 할지를 모르면 써먹을 수가 없다. 스스로가 글감이 되고 영감이 되자며 틈틈이 쓸거리를 모아놓아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나 역시도 미래의 내게 유용하게 쓰길 바라며 이런저런 메모를 수도 없이 쌓아놨지만, 그 글을 처음부터 쓰기 시작하는 것보다는 어디엔가 제출한 적이 있던 글을 손 봐서 공개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됐다. 고쳐 쓸 만한 글이 얼마 없다는 점에서 이 또한 좌절 포인트인 건 마찬가지이지만, 결정적인 실패를 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건 이미 충분한 역할을 했다. 매일 글을 쓰는 일은 결국 관성적인 작업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든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책상에 앉아서 일단 펜을 들고 무엇이든 써 내려간다는 작가들처럼 일단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쓰다 보면 뭐라도 된다가 허튼소리만은 아닌 것이다. 김연수 작가도 글을 쓰다가 막막해질 때면 막막한 대로 쓴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도 계속 쓴다고 했다. 언젠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컴퓨터 본체부터 처리해야 한다며 엉망진창으로 써 내려간 글들이 컴퓨터 안에 저장되어 있다고 했다. 이 시점에서 내가 그보다 나은 점은 나는 그처럼 훌륭한 작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엉망진창인 글을 공개해도 타격받을 명성이 없다. 나는 이 자유를 온전히 누려야 한다. 눈치 보지 말고 써야 한다.




2024. 0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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