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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May 23. 2024

망한 작가여도 아주 망하지는 않았던 것은


네 번째로 연재했던 로맨스 소설의 관작수(관심작품 등록수)는 400명 남짓이었다. 그것도 제일 좋았을 때의 기록이었고, 내 기억 속에는 100-200 사이로 남아있다. 아마도 그 숫자를 가슴에 새기고 작품을 오래 쓴 탓인 듯하다. 100편이 넘는 작품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내가 뇌리에 새길 정도로 염두에 두었던 100-200이라는 숫자는 훨씬 더 절박하게 느껴진다.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가 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던 작가로서는 이미 붕괴되고도 남았을 몸과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이야기를 끌고 갔던 것이다.


그 소설은 결국 연재 중단이라는 불명예로 끝이 났고, 웹소설 작가로서의 사망 선고를 오늘날까지도 내게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도 그 소설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그때 만났던 독자들 역시 내 뇌리 속에 함께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더럽게 인기가 없는 소설이었던 것치고는 댓글이 이상할 정도로 많이 달리는 작품이었는데, 댓글부대라고 해도 좋을 소수의 독자들이 한 회도 빠짐없이 댓글을 달아주러 왔기 때문이다.


열 명 남짓되는 독자들이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를 나보다 더 예뻐하고 응원했다. 나만큼 고민하고, 오만가지의 가능성을 떠올리며 인물들의 입장을, 마음을 헤아리려고 했다. 그들은 캐릭터만큼 작가인 나를 염려하고 응원해주기도 했는데, 그 마음들이 늘 벽돌만 한 메시지였던지라, 힘을 안 낼 수가 없었다. 힘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2000원짜리 떡볶이만 먹고 글을 쓰는 날들이어도, 행복을 아주 단념하지 않을 있었던 오로지 그들의 댓글 덕분이었다. 1000명의 관작수와도 바꾸지 못할 1000개의 댓글을 나는 가져보았다. 덕분에 나는 완전히 망하지도 못했다. 얼마나 고마운지를 제대로 말하고 싶어서 여전히 쓰고 있다.


2024. 0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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