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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May 24. 2024

돌이킬 수 없이 멍청해지기 전에


10번을 잘 참다가 한 번을 못 참아서 꼭 사달을 만든다. 액정 수리를 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핸드폰의 액정을 또 깨 먹은 것도 그 때문이다. 공기계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었고, 와이파이가 잘 잡히지 않았다. 오래된 기계일수록 인터넷 속도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머리로는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인내심이 따라가지 못했다. 참고, 참고, 또 참고 있었고, 어느 순간에는 참고 있는 자신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고비는 항상 그런 틈에 온다. 나도 모를 전환점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짜증 나! 


침대 위를 팡팡 내려친 핸드폰 모서리 밑에 따끈따끈한 새 액정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침대라고 인정사정 봐주지 않다가 내 멘탈만 된통 깨져야 했다. 다행히도 액정이 하나 남아있더라는 말을 들으며 수리 비용을 결제하던 순간 내가 저질렀던 일의 멍청함을 뼛속 깊이 새겼다. 그래도 물건을 고치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다행인 일이다. 어떤 멍청함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의 한 장면을 자주 곱씹는다. 극 중 책임 간호사로 나오는 수연은 집안일과 병원 업무에 치이며 정신없이 산다. 해도 뜨지 않은 컴컴한 출근길에서 수연은 엄마를 만나고 평소처럼 아이들을 부탁한다. 하지만 엄마는 동생의 아이들을 봐주러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통보에 수연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홧김에 모진 말을 쏴 붙인다. 지하철에 타서야 수연은 후회한다. 기집애야... 말 좀...! 그때 그 얼굴을 버릇처럼 생각하는 편이다.



2024. 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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