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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May 30. 2024

좋아하는 책을 여러 번 읽는 즐거움


재독을 좋아한다.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르게 읽히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이 순수하게 기쁘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 것 같고, 다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도 같아 자신을 향한 만족감도 높아진다. 이번달 독서모임에는 5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는데,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어서 처음인 듯 읽어야 했다. 이렇게까지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는 건지, 충격받을 만큼 놀라면서도 이 또한 새로운 독서라며 신이 나서 페이지를 넘겼다.


십수 년 전에도 같은 경험을 하고 나는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책을 정확히 기억하기 위해. 그 책에 무엇이 좋았는지를 조리 있게 말하기 위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도서 리뷰를 써왔지만, 좋았던 점을 내가 느낀 그대로 설명하기란 여전히 어려웠다. 내게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책들이 가장 최소한으로 말해지고 있었다. 언어가 궁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말로는 어떻게 해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나는 느끼고 있었다. 내가 가장 잘 쓴 글은 러브레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랬다.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이 이 정도의 글을 쓰게 됐다. 나는 여전히 내가 쓴 좋아함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의 좋아함은 저만치 앞에서 나만 보고 있다.


오늘은 『구의 증명』을 읽었다. 이번에 읽으면 일곱 번째였다. 일곱 번째 읽는 건데도 같은 대목에서 울컥하고, 여전히 많은 플래그를 붙인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리뷰를 쓸 수 있을까. 어느 점이 좋아서 일곱 번이나 같은 책을 읽었는지를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좋아함이 여전한 만큼 그 좋아함을 잘 쓰고 싶은 욕심 또한 여전했다. 모처럼의 재독이 약간의 긴장과 흥분감으로 훨씬 더 즐거워졌다.



2024. 0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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