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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May 31. 2024

루틴맨은 마감이 두려워


마감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매일 700자 이상씩 써서 공개해야 하는 글쓰기 챌린지 마감을 시작으로 월요일 연재글 마감, 서평단 의무 콘텐츠 발행 마감. 도서 인플루언서의 블로그를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책 관련 글들과 책 리뷰, 독서모임 후기, 단편소설 연재와 공모전 도전을 위해 비축분을 쌓고 있는 글까지.


루틴맨의 장기를 발휘하여 매일 적절한 양을 나누어 꾸준하게 작업한다고 해도 마감일이 겹치면 어쩔 수 없이 일이 몰리게 되어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 중 하나인데 아침부터 자정까지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눈이 너무 아파서 컴퓨터 화면을 야간 모드로 바꾼 거나 겨우 생각난다.


마감을 치는 동안 가장 간절했던 것은 밥도 커피도 아니고 바로 다음날이었다. 지금 말고 내일. 마감이 끝나는 바로 그 시각. 그 후의 자신은 얼마나 홀가분해하고 있을까. 마감 없는 날을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탐내고 부러워하며 꾸역꾸역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런다고 당장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염증 같은 생각이 위에서 분비되었지만, 속이 쓰린 건 카페인 탓이라고 우기며 꿋꿋하게.


그래도 어떻게든 펑크를 내지 않고 일을 마무리지을 수 있던 건 다행히도 내가 루틴맨이기 때문일 텐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6월이 오는 것이 몹시 두려워졌다. 2박 3일의 시간을 비우기 위해(가족 여행이 잡혔다) 미리 당겨서 처리해야 할 마감의 개수를 이리도 정확히 알고 있을 일인가.


요즘은 스케줄러를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두렵다. 마감이 끝나는 시간을 코앞에 두고 줄줄이 이어지는 마감 걱정에 바짝 쫄아있는 꼴이라니. 온종일 글을 써놓고도 어째 폼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입이 쓰다. 하지만 치약이 쓰다고 우기고 일찍 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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