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자신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일 같다. 오늘치의 마감을 치르기 위해 온종일 소재를 찾아 헤맨다. 그런데 이 일은 생각보다 버겁지 않다. 매일 매일 글을 써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머리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미래를 편하게 만들기 위해 소재거리를 미리 찾아두려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정이 넘어갈 때까지 적당한 글감을 발견하지 못하여 동동거리는 날들도 있다. 그런 날은 그 동동거림에 대해서 쓰면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런 날은 그리 많지도 않다. 이상하면서도 참 재미있는 일이다.
100일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한 지 어느덧 65일이 지났다. 이제 매일 글을 쓰는 일은 그다지 버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전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어서, 1일 2글쓰기 3글쓰기도 가능해졌다. 마침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블챌 이벤트를 두 가지 조건으로 진행하여 나에게 2개의 마감이 더 생겼다. 그 사이에 나는 시 연재와 에세이 연재를 하나씩 더 시작하여, 한 주 동안 의무적으로 써내야 하는 글이 열 네개에 이른다. 하루에 두 개씩은 무조건 써내야 하는 셈이다. 누구도 강요한 적 없는 이 일을 해내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한 이상 펑크는 없다. 어쩌다가 불가피한 휴재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그건 정말 불가피해질 때의 얘기다. 나는 무조건 써야 하고, 써야 하기에 글감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언제나 글이 되는 영감은 나에게서 나왔다. 내 안에 이렇게나 많은 쓸 거리가 있었는지, 요즘 나는 매일 놀라는 중이다.
오늘은 나의 글씨 변천사에 대해 썼다. 공개할 만한 글씨를 찾고 사진을 찍는 것이 꽤나 귀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 일은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글씨마다 설명을 붙이는 일이 오히려 더 버거운 과제였는데, 사진마다 할 말이 넘쳐나서 그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 너무 많은 말을 써서 줄이느라 그랬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글씨들은 얼마나 많이 바뀌었으며, 그때마다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그때 쓴 노트는 무엇이고 펜은 무엇이고, 어쩌다가 구매한 것이고 정말이지 덧붙일 말이 끝도 없었다. 최대한 잘라낸다고 잘라냈는데도 3000자가 넘게 남았다. 사진도 많고, 글도 많고. 가진 게 많아서 버릴 궁리를 하고 있으려니까 꽤나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화/목/토에 연재하는 <일기장에 밑줄긋기>도 비슷하다. 사실 그 콘텐츠는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나는 다시 보지 않는 기록은 의미가 없다고 믿는 주의이고, 폐지로 처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거에 쓴 종이 뭉치가 왜 남겨둘 의미가 있는지를 현재의 나에게 납득시켜야 했다. 꽤 피곤한 성격이라고 매일 불평만 해댔는데, 그 덕에 오히려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때 나는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어떤 각오를 가졌는지, 꿈을 키웠는지. 지금 와서 보니 헉 할 일도 많고, 아차 싶어서 다시 목표로 설정하게 되는 일도 생겼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해보니까 나 자신의 역사야말로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이야깃거리가 아닌가 확신하게 되었다. 물론 나의 이야기가 타인에게 의미있게 전달되려면 재미라든가 의미라든가 더해져야 할 게 있겠지만, 그런 실력은 차차 키운다고 해도 지금은 조리 있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어차피 나에 대해 나만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나에게 주어진 제일의 특권을 마음껏 써먹어보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내가 해온 일들이 모두 글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독서노트, 일기장, 필사 노트, 모닝페이지 노트, 여러 번 재독한 책들, 개정판마다 사모은 책들, 오래된 편지, 쓰다 만 소설들. 버릴 것보다 쓸만한 것이 훨씬 더 많았다. 그에 대해 열심히 말해볼까 한다. 곳간이 가득 찬 집주인의 마음으로. 넉넉히 베풀고, 후하게 또 이야기를 얹으며. 그러니까 더 잘 쓰고 싶다. 정말 글을 잘 쓰고 싶다. 나와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한 지금, 그래서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기로 결심한 지금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