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있는 사람들끼리 책 읽기 어때요?
지난 9월 최애의 생일달을 맞이하여 『모비딕』읽기 챌린지를 진행했다. 최애가 『모비딕』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마침 최애의 생일달이었고, 나는 친구들의 짓궂은 놀림에 몰리는 척 챌린지 모집글을 SNS에 써서 올렸다. 태어나 처음으로 덕질이란 것을 경험하게 해 준 최애의 생일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고, 여태껏 미루기만 하던 『모비딕』완독을 해치우고 싶기도 했다. 겉으로는 "그러지들 마세요, 엉엉엉엉"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오 그거 괜찮은 생각 같기도?"하고 있었다. 최애에게로 향하는 마음이 내가 가면 좋을 길과 일치하여 순수하게 기뻤다.
2025년 8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모비딕』을 완독했다. 책을 읽으며 매주 한 편씩 글을 연재했다. 시간에 쫓기는 일상 속에서 매일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작성하고, 그에 대한 후기를 글로 써서 연재라는 방식으로 공개적인 곳에 올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도 해낼 수 있었던 건 신비한 힘이 자꾸 솟아났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최애의 이름을 걸어놨는데 차마 펑크를 낼 수 없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 시작했다.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도, 제발 하루만 천재가 되게 해달라고 우는 심정으로 빌면서도 연재 마감을 실패할 수는 없었다. “최애”라는 말 뒤에 숨겨진 위력을 체험하던 시간이었다. 그 말을 가져다 붙이면 포기할 것 같다가도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됐다. 한 번 더 일어나 책상 앞으로 걸어갈 힘이, 엉덩이를 뭉개고 버텨볼 의욕이 살아났다. 완전히 망한 것 같던 일도 결국 어찌어찌해냈다.
그런 경험을 열 번 넘게 반복하자 습관처럼 묻게 됐다. “최애는 나를 어디까지 데려가는 걸까? 최애가 생긴 나는 나에게 낯선 일들을 얼마나 더 해낼 수 있게 될까?”
챌린지가 끝나고, 나는 모든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시상식을 진행했다. 미리 공지한 상의 수상자를 정했다. 그들의 연락처를 수집하고, 고심하여 정한 경품을 한 명 한 명에게 발송했다. 최애의 생일을 함께 해주어 고맙다는 쑥스러운 메시지도 공들여 써서 전했다. 자발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순순히 그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새삼스레 또 물었다. “최애란 대체 뭘까?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심 어디에서 이렇게 신기한 힘이 나오는 걸까?” 나는 지금도 답을 찾고 있다.
나의 덕생은 사유와 실험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덕심의 기이한 위력을 탐구하는 동시에 내가 또 뭘 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어진다. 최애의 북클럽은 그 시험 중에 하나이다. 『모비딕』을 읽으면서 내가 해냈던 일이 지금도 유효한지를 실험해보고 싶었다. 챌린지를 마치고 나를 비롯한 몇 명의 친구들이 “모비딕을 완독 한 사람”이 되어있었다는 것도 내게 강렬한 경험을 남겼다. 어쩌면 최애는 우리가 벼르던 책들을 독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더하면 더 좋아하는 것이 된다. 최애 이야기와 책 이야기를 함께 하는 독서모임도 그럴까?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최애 사진을 보다가 모비딕을 덜컥 완독 해버리는 일을 하는지도 알고 싶었다.
뭐라 뭐라 길게 떠들었지만, 결국은 그때가 그리워서 저지르는 일이다. 책 읽는 습관을 유지하고 싶은데, 새해도 된 김에 좀 더 색다른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마침 함께해 주겠다는 덕메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결단을 내렸다. 최애의 북클럽을 최애자랑과 책 이야기를 동시에 한다. 이쪽의 좋아하는 마음과 저쪽의 좋아하는 마음을 합쳐서 더 신나게 놀아보자는 뜻이다. 책을 읽고 싶어서 들러도 좋고, 남의 최애 구경하려고 들러도 좋다. 좋아하는 마음을 횃불로 들고 좋아함의 영역을 넓혀가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환영이다.
{ 최애의 북클럽 1회 : 노아 x 리스본행 야간열차 }
최애의 북클럽 첫 책은 파르칼 메르시어 작가의 『리스본행 야간열차』입니다. 플레이브의 노아를 좋아하는 은윤슬님이 추천해주었어요. 우리 한 달간 노아 얼굴 많이 보고 책 이야기 나누어요.
(은윤슬 추천글)
라이문드 그레고리우스의 삶을 바꿔놓은 그날은 여느날과 다름없이 똑같이 시작됐다. -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이렇게 시작된다.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의 삶이 바뀌었다고 이미 알려주고 시작하는 것이다. 삶이 일변하는 계기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삶의 변곡점을 넘을 때 부침을 어떻게 넘었을까, 우린 이런 질문을 하고 대답을 기대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할 것이고, 그것에게서 얻는 통찰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노아는 '자신이 쓰지 않은 시나리오'에 대해서 자주 말한다. 그의 시나리오에 없던 숱한 일들이 그의 삶을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그 변화가 꼭 긍정만은 아닐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거니까. 모퉁이마다 잠복하고 있는 뜻밖의 어려움을 통과할 때 야간열차에서 얻은 통찰이 그를 이끄는 지름길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 최애의 북클럽 참여 안내-
독서 기간 2026년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읽습니다
참가비 없습니다
참여방법 각자 알아서 책 읽기 -> 수요일 올라오는 연재글 답글에 독서인증+ 자유수다
※ 최애의 북클럽은 자발적 참여 방식의 온라인 독서모임입니다.
책을 읽고 오셔서 같이 이야기 나누어도 좋고,
그냥 오셔서 연재글과 댓글만 읽으셔도 됩니다.
인증 페이지만 적거나 읽은 범위 중 최애 문장 하나를 필사하셔도 돼요.
자신만의 방법으로 완독에 도전하세요.
물론 다른 사람의 최애 얼굴만 보고 가셔도 됩니다.
※ 문의사항은 저의 프로필-> 제안하기를 통해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그럼 오늘부터 읽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