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X리스본행 야간열차② 프라두를 아시나요?

316쪽까지 읽고

by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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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연금술사> 책을 읽고 매료된 그레고리우스는 저자인 아마데오 프라두를 쫓는 여정을 이어 나갑니다. 프라두가 죽기 전까지 일했던 병원을 시작으로 그와 가족들이 살았던 집, 그를 가르쳤던 신부가 지내고 있는 요양원, 그의 절친이 운영하는 약국 등 프라두로 향하는 그레고리우스라는 열차는 쉬지 않고 달려 나갑니다. 아드리아나, 주앙 에사, 히타, 바르톨로메우 신부, 조르즈 오켈리. 프라두의 인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인물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프라두에 대해서 말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프라두의 이미지가 달라지는 점이 재미있는데요. 세상을 극도로 예민하게 받아들이던 철학자, 혹은 몽상가라는 최초의 이미지가 비틀리고 덧씌워지기도 하면서 현재로서는 만나볼 수 없는 과거의 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형해갑니다. 오로지 증언만으로 만들어지는 실체. 이것은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프라두 또한 자신의 책을 통해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그레고리우스를 미리 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에요.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에 대해 하는 말과,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196쪽


프라두를 알았던 사람들이 말하는 프라두와 프라두가 직접 쓴 글 속의 프라두. 어느 쪽이 더 본인의 가까울까요? 만약 나라면 어느 쪽의 자신을 진짜 나라고 말할 것 같나요?




2

프라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지성의 소유자”였습니다. 냉철했으며, 범접할 수 없는 자신감을 지녔어요. 누구에게든 도전할 준비가 되어있는 대담무쌍한 모험가. 그의 자신감은 오만함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그 오만함마저 사랑받을 수 있었지요. 과연 직접 쓴 책으로 일평생 어긋난 본 적이 없던 학자를 일탈하게 만든 사람답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은 프라두의 그 모든 사색과 고민, 호기심, 즉 “내부를 향한 각성”의 흔적들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거예요. 정확히 말하자면 국가적 사건과 관계가 있었지요. 프라두는 의사였고, 리스본의 인간 백정이라고 불리는 비밀경찰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그는 이웃들에게 비난을 받아야 했어요. 나를 존경하거나 사랑하거나, 나로 인해 상처를 치료하거나 목숨을 구한 사람들 모두가 한순간에 돌아서서 내게 토마토를 던지고 침을 뱉는 경험. 그 일은 프라두의 명석한 두뇌와 냉철한 이성으로도 극복하거나 결론을 낼 수 없던 사건이었습니다. 죽는 순간까지도 끈적하게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던. 그래서였을까요, 프라두가 그렇게나 많은 글을 쓴 건? (그레고리우스가 만나는 사람들은 자꾸 종이를 줍니다. 거기엔 프라두의 또 다른 글이 적혀 있어요) 그의 누이인 아드리아나의 말처럼 글쓰기가 곧 그를 “파괴”한 주범이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는 사람은 고통인가요. 상상하는 만큼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요. 사람은 자신과 닮은 점에 끌린다는 가설을 전제할 때, 그레고리우스가 프라두에게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고도로 발달한 "귀"를 가졌기 때문일 거예요. 정적마저 들을 수 있는. 예민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힘이 들죠. 눈을 감고 있어도 뜨고 있는 것과 같은. 그런 것을 깨어있다고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3

그레고리우스라는 한 개인의 충동으로 시작된 리스본 여행은 독재 정권 당시 저항운동을 했던 한 사람의 생애를 더듬으며 개인과 국가 사이를 오갑니다. 현재와 과거 역시 넘나들고요. 그레고리우스라는 낯선 방문자는 방문받은 사람들을 단절되어 있던 과거로 끌어다 놓는 역할을 합니다. 과거로의 여행. 먼 곳으로의 여행. 이 소설에서 (근시인) 주인공의 "안경"을 언급하는 횟수에 무게를 두고 해석해 보자면, 그들 또한 과거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볼 수 있는 게 있을 거예요. 그레고리우스가 자신이 살던 베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학교에서 멀어질수록 세상을 더 선명하게 보는 것처럼요(물론 그는 새 안경을 장만했습니다만, 베른을 떠나지 않았다면 안경을 바꾸는 일 또한 없었겠죠.) 가끔 그레고리우스의 행보가 얼토당토않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보통은 그렇게까지 안 하니까요. "내가 만일 그 사람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같은 생각은 해도 그걸 알고 싶다고 그 사람이 되어봐야겠다며 내 인생을 버리고 훌쩍 떠나버리지 않잖아요. 그레고리우스는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죠. "자기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고 다른 논리를 지녔던 어떤 한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일까(137쪽)." 나는 타인도 나 자신도 영영 알지 못하고 죽겠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한편으로는 타인이건 나건 이해라는 것을 하려면 인생 정도는 걸어야 하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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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287.jpeg 추천인 은윤슬님이 선택한 오늘의 노아 사진



플레이브 멤버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아는 "말랑뿅아리"래요. 말랑말랑하고 뭐든 다 받아준대요. 그리고 노아는 명창 알파카. 저는 베텔기우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흰수염고래를 듣고 또 반했어요. 이 노래를 들으면 흰수염 고래가 되고 싶어 집니다.



↓↓↓ 말랑뿅아리 노아

https://youtube.com/shorts/xdyhCDX6xiU?si=AxPs5xTfgrOasLY4


↓↓↓↓ 노아의 흰수염고래

https://youtu.be/TaOUsyGVbFQ?si=YYUrdA6ukptHyiEq



+) 다음엔 더 일찍 더 깊은 얘기 가지고 올게요. 근데 철학서모먼트 저만 어렵나요. 술술 잘 읽다가도 이것이 저것이고 저것이 이것인데 이것은 이리해서 저것은 저리하였더니 저게 그게 이게 결국은 이 저 그 그리하여 응 뭔지 알지? 하는 부분이 나와서 정신이 훌훌 떠나가버림요......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