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를 140페이지까지 읽고
※ "" 안은 책에서 발췌한 문장입니다.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학자입니다. 그는 '학자'의 표본이며, 가장 믿을만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기에 "문두스"라고 불립니다. 문두스Mundus는 세계, 우주, 하늘 등의 뜻을 지닌 라틴어입니다. 다시 말해 그는 "해는 동쪽에서 뜬다"와 같은 말처럼 틀림없는 진실과 같은 사람이라는 거죠.
그런 문두스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삶을 버리고 포르투갈로 가는 기차를 탑니다. 폭풍우 속에서 만난 낯선 여자가 그의 이마를 전화번호를 적는 메모장으로 쓰는 것만큼 난데없는 전개예요. 심지어 그 여자가 발음한 "포르투게스(포르투갈 사람)"는 문두스의 귀를 완전히 사로잡지요. 라틴어와 그리스어, 히브리어의 세상 속에서 살던 학자에게 포르투갈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겁니다. 펑.
여기까지는 좀 이상하긴 해도 새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는 동안 한 사람의 인생이 뒤바뀌는 일을 종종 접하곤 하니까요. 물론 로맨스 주인공처럼 웬 여자를 쫓아 나섰던 그레고리우스가 한 권의 책을 만나더니 그 책을 쓴 작가의 집까지 수소문하여 찾아다니게 된다는 전개를 들으면 좀 당황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리스본행 야간열차』 의 1부라고 할 수 있는 "출발"에서는 제목 그대로 그레고리우스가 리스본으로 출발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 속에서 그레고리우스는 불안과 해방감을, 나아가려는 의지와 돌아가려는 충동을 동시에 느껴요. 본인도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여요. "인생을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의를 하다 말고 리스본행을 선택했다고 말은 하지만 열차는 그의 통제를 벗어나서 움직이고 있죠. "리스본의 절반쯤이 지금 전화를 걸며" 그레고리우스를 "계속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는 느낌(93쪽)"으로 말이에요.
낯선 여자의 주문 같은 멜로디("포르투게스")에 홀려서, <언어의 연금술사>를 쓴 작가를 찾아야겠다는 호기심으로, 안경이 망가져서, 책방 주인에게 소개를 받아서…… 그레고리우스는 이런저런 단계들을 거치며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바톤처럼 자신의 57년 인생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집니다.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도 실감하게 돼요. 자신은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고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사람(102쪽)"이었다는 사실을요. 근시. 가까이 있는 것은 잘 보아도 먼 데 있는 것은 선명하게 보지 못하는 사람을 말하죠.
멀리 떨어져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레고리우스는 지금 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거울 보기. 가보지 못한 삶을 들여다 보기. 정체불명의 당연함을 명료함으로 바꾸기. 잘 안다고 생각한 것들이 착각이었다는 사실 깨닫기.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이방인처럼 바라보기. 이마저도 "자신의 기대"를 벗어나지 못한, "각자의 구미에 맞"춘 망상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사실 이 부분은 좀 어렵긴 해요. 이 책은 철학책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특히 저는 <언어의 연금술사>에서 작가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읽을 때 머리가 빙빙 돌 뻔했어요. <언어의 연금술사> 저자인 프라두는 자신의 책 속에서 한때는 내게 열린 삶이었던, 그러니까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소용 있는지를 묻습니다. 내가 과거의 나(소년)가 되어 만족하는 삶을 산다면, 그게 과거의 나와 관계있는 일일까요? 내가 과거의 내가 되었다면 과거의 나로 돌아가겠다는 소망 자체는 없어지고, 그 사실로 만족해하는 나도 없어질 텐데 …… 같은 ……. 음. 대한민국이라는 곳엔 온갖 회귀소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그러다가 별안간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아. 프라두는 나 같은 사람 때문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깊은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언어의 연금술사>를 썼구나. 확신이 있었지만 이해시킬 만한 근거가 없어서 늘 이방인 취급을 받아야 했던 그레고리우스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에, 그 책을 쓴 작가에게 끌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겠구나. "스스로에 대한 특별한 자각"을 했기에 "외로움"을 대가로 지불해야 했던 두 사람. "우리는 타인의 외적인 윤곽에조차 편견 없이 다다르지 못(114쪽)"하기에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섬 같은 존재인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깨닫는 자만이 외로움을 치른다. 그들만이 "침묵하는 인간적 삶의 경험을 무언無言의 상태에서 건져내(139쪽)"려고 분투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식으로 말하면 "언어"는 곧 "세계"예요. 포르투갈어의 옛 형태(자신이 존재하던 세계)가 너무 닳았다며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언어로 건져내려고 책을 쓴 프라두처럼 그레고리우스도 자신만의 언어(세계)를 다시 만드는 중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니까 이건 어쩌면 도피가 아닌 창조의 이야기. 자기 인생으로부터 도망쳐온 장소에서 자기 인생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행의 끝이 반드시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어요. 그래도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던 삶을 내던지고 나선 사람이기에 발견할 수 의미가 있을 거라 믿어요. 멀리 가본 자만이 배울 수 있는 진리가.
어떤가요?
당신은 지금의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나요?
내가 아는 내가 아닌 나를 만나기 위하여.
오늘 당장 떠나야 한대도.
+) 노아에게도 그레고리우스처럼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세계로 떠나야 했던 때가 있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플레이브 입덕하던 때가 떠올랐어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을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버츄얼 아이돌이라는 세계 자체가 저에겐 낯설었고,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싶은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탄 열차에게 그레고리우스처럼, 손에서 손으로 넘겨지는 바톤처럼 흘러가다가 여기까지 온 것 같거든요. 1년 전의 저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지금의 저예요.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책의 결말이 더 궁금해지네요. 소설이 끝난 뒤 그레고리우스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요?
오늘은 첫 연재날이니 가볍게 노아의 소개를 해보기로 해요. 연재가 이어지는 동안 노아의 매력적인 부분들을 함께 공유할게요. 서로가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만큼 당신의 최애를 왜 좋아하는지를 열심히 이야기하는 게 최애의 북클럽이 존재하는 이유니까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재미만큼 노아의 매력도 즐겨주시길!
이름 : 한노아
출생 : 2001년 2월 10일, 카엘룸
신체 : 179cm, O형, 260mm
소속 그룹 : PLAVE
포지션 : 메인보컬, 프로듀서
상징 : 알파카, 보라색 ♡
능력 : 마법
취미 : 노래, 웨이트, 영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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