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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수 Sep 26. 2024

'고불개' 해변의 지명 유래


1. 서론

해파랑길 33코스 구간인 추암해변에서 묵호역까지를 걷다 보면 천곡항과 가세 해변 사이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백사장, 바다사자와 같이 생긴 큰 바위와 더불어 풍경이 멋진 바닷가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고불개’ 해변이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해변의 이름이 매우 특이해서 많은 사람이 ‘고불개’라는 지명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그중에서 일부는 동해시청, 동해문화원과 같은 기관에 문의하기도 하지만 현재 지명 유래가 밝혀져 있지 않아 속 시원한 설명을 들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필자도 가끔 산책하면서 이 해변이 왜 이렇게 특이한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하기도 하였다. 이후 계속해서 이 궁금증에 대하여 생각해 오던 중 영덕군 병곡면에 있는 ‘고래불 해수욕장’의 지명 유래에서 실마리를 찾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고불개’의 지명 유래를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고불개’ 지명 유래의 유추에 대하여 내부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던 중 동해역사문화연구회 윤종대 회장으로부터 옛날에 냉천 해변을 ‘냉천불’로 가세 해변을 ‘가세불’로 불렀다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으며 더불어 본 역사연구회 홍순왕 부회장으로부터 어린 시절 강릉에서 바닷가 또는 모래 해안을 ‘불가’로 불렀다는 증언을 토대로 ‘고불개’의 지명 유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 ‘가세 해변’의 정확한 표기는 ‘가새 해변’이 옳다고 여겨지나 여기서는 동해시 행정 지명을 인용하여 ‘가세’를 사용하였다. ‘가세’라는 지명은 1980년 동해시 개청 이후부터 표기하기 시작하였으며 『동해시 땅이름 이야기(윤종대 저)』에 ‘가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앞으로 동해시에서 ‘가세’가 들어간 지명을 ‘가새’로 바로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불개 해변

2. 본론

‘고불개’의 지명 유래를 각종 문헌에서 찾아보면 『동해시 지명지』에서 “가세 마을 남쪽의 바닷가를 가리킨다.”라는 것 외에는 다른 문헌에 등장하지 않으므로 정확한 뜻을 알 수 없었다.

따라서 다른 접근 방법으로 ‘고불개’에서 각각의 글자가 가지는 뜻을 통하여 ‘고불개’의 지명 유래를 유추해 보았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고’

‘고불개’에서 ‘고’는 관형사로써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앞에 놓여서 그 체언의 내용을 자세히 꾸며주는 역할을 하며 이에 대한 예는 ‘고구려’의 어원에서 찾을 수 있다. 고구려어에서 성(城)을 ‘구루(溝漊)’, ‘홀(忽: khol)’이라 하였으며 이는 읍(邑), 동(洞), 곡(谷) 등을 나타내는 ‘고을’과 통하는 말이다. ‘고구려’는 어간인 ‘구려’에 ‘크다’, ‘높다’는 뜻의 관형사인 ‘高’=‘大’를 덧붙인 말로써, ‘큰 고을’ ‘높은 성’의 뜻을 지닌 말이다.

이처럼 ‘고불개’에서도 ‘고’는 관형사로 쓰여 ‘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유추할 수 있다.


2) ‘불’

‘고불개’에서 ‘불’은 어간으로써 ‘모래 해안’ 즉 바다를 의미하며 그 예는 ‘고래불‘이라는 이름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는 고려 말 학자인 이색(李穡, 1328~1396)이 어렸을 때 상대산에 올라 병곡 앞바다에서 고래가 하얀 분수를 뿜으며 노는 것을 보고 ’고래가 노는 불‘이라 한데서 유래하였다. 여기서 ’불‘은 영덕지역 방언으로 ’모래 해안‘을 뜻한다.

그리고 삼척문화원에서 펴낸 『삼척지방 방언 편람』에도 “불: 모래밭, 백사장에 대한 순수한 한글 말이다.”라고 하였으며 또한 “모래찜질”을 “불찜”이라 하고 “송정불은 지금 항구로 변했다.”와 같이 ’송정불‘이라는 말을 사용한 기록도 남아 있다.

이와 더불어 동해역사문화연구회 윤종대 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우리 지역에서 옛날에 냉천 해변을 ‘냉천불’로 가세 해변을 ‘가세불’로 불렀다는 것으로 보아 ‘불’은 ‘모래 해안’을 뜻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여겨진다.


3) ‘개’

‘개’에서 ‘ㅐ’ 발음은 ‘ㅏ’ 발음이 변화된 것으로 동해지역에서는 옛날부터 ‘ㅏ’를 ‘ㅐ’로 발음하는 영동 남부 지역 특유의 방언 현상이 있으며 이는 『동해지역 방언집』 「감자」 편에 있는 글을 통하여 알 수 있다.

“할아버지요! 핵교(학교) 갔다 왔어요. 근데(그런데) 엄마는요?

응! 느 어머이는 감재(감자) 캐러 가서 산주(아직)까지 집에 안 왔다.”

위의 글을 통해 볼 때 ‘개’는 일부 명사의 뒤에 붙어 ‘주변’의 뜻을 나타내는 ‘가’의 방언으로서 ‘고불개’에서 명사인 ‘불’의 뒤에 붙어 ‘불가(모래 해안가, 바닷가)’로 불린 말이 점차 우리 지역에서 방언화 되어 ‘불개’로 변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강릉 사투리 자료집』의 영동 방언 일람표에도 “불가-바닷가, 백사장”이라고 되어 있으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동해역사문화연구회 홍순왕 부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어린 시절 ‘바닷가’를 의미하는 말로 ‘불가’를 사용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불개’는 ‘불가’의 방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3.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불개’는 그 특이한 이름답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변 자체의 지형적 특징이 반영된 ‘큰 모래 해안가’ 또는 ‘큰 바닷가’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큰’이라는 단어는 그때 당시의 사람이 보는 시야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상대적 개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고불개’의 의미가 더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문헌 및 인터넷 자료>

 1. 장정룡, 연호택, 『강릉 사투리 자료집』, 동해안발전연구회, 1997. 

 2. 대한민국 구석구석

 3. 동해문화원, 『동해시 지명지』, 도서출판 청옥, 2017.

 4. 동해문화원, 『동해지역 방언집』, 도서출판 청옥, 2023.

 5. 두산백과

 6. 삼척문화원, 『삼척지방 방언 편람』, 문왕출판사, 2002.

 7. 영덕관광포털

 8.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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