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하게 써보는 비디오 에세이 후기
유학 지원 과정은 정말 고달프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미 대한민국 사회에 어느 정도 정착한 입장에서 대한민국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가족들은 대부분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며, 연인이 있으면 더더욱, 게다가 특별히 MBA를 자주 가는 환경에 있지 않는 한 주변 사람들도 딱히 본인들과 달라지는 걸 마냥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 고달픔은 지원 과정이 힘들 때 더 깊어진다. 되지도 않는 질문들이 빽빽할 때, 추천서 가지고 머리 싸맬 때, 환율이 올라서 한 학교에 지원비만 40만 원 가까이 들 때, GRE/GMAT 점수가 안 나올 때 등등 말이다. 그중 아무래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시험 점수이지만, 나에게는 이에 못지않게 정말 쉽지 않았던 것이 비디오 에세이다. 그리고 현재 쉽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주로 비디오 에세이는 3가지 유형으로 구성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1. 주어진 시간 내에 내가 영상을 녹화해서 올리는 유형 (조지타운, 카네기 멜론, MIT, UC 버클리, 시카고 등)
2. 인터뷰의 축소판처럼 대략적인 질문들이 정해진 유형 (MIT, UNC, 노스웨스턴, 반더빌트, UW Foster 등)
3. 좀 더 철학적이고 다채로운 질문들을 물어보는 유형 (노터데임, Yale, 인시아드 등)
만약 본인이 정말 가고 싶은 학교인데 1번 유형이 비디오 에세이다. 그러면 하늘에 감사하면 된다. 사실상 나에게는 대본을 충분히 쓰고, 달달 외워서 녹화하는 것은 큰 어려운 일까진 아니었다(물론 없는 곳에 비해 상당히 귀찮아 미칠 것 같긴 했다)
문제는 2번 유형부터인데 여기서부터가 상당히 문제였다.
내 가장 큰 오판은 어차피 인터뷰도 끝냈는데 비디오 에세이가 뭐가 문제겠어라는 오만한 생각이었다.
우선 나를 먼저 설명하자면 나는 말을 잘 못하는 편이다. 내가 유튜브가 아닌 브런치를 선택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나는 글이 좋다, 말하는 것보다. 아이엘츠 점수 또한 스피킹과 라이팅이 1점이나 차이 난다. 대체적으로 잘 듣고, 잘 쓰면 스피킹 점수도 어느 정도 따라와 줘야 하는데 말을 잘 못한다. 처음엔 영어를 못해서란 나름의 변명을 했는데, 어느 순간 너무 안 돼서 짜증 나는 마음에 한국어로도 해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영어만 문제는 아니구나.
게다가 2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그중 하나는 시간제한이었다. 시간제한이 있으니 긴장되고 더 급해지는 건 차치하고, 이게 학교들마다 다 시간이 달랐다. 어느 학교는 20초 준비하고 1분 답변 3문제, 어느 학교는 30초 준비하고 1분 30초 답변에 2문제, 심지어 어느 학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UNC는 2분에 2문제를 내가 알아서 분배하서 답변하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시간제한 내에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맘은 급해지지 시간은 적응 안 되지 아주 난리였다. 다른 하나는 비대면 답변에 대한 적응이었다. 나는 단 한 글자도 벽에 적어놓거나 따로 써놓지 않았다. 근데 이게 모니터를 보고 답변해야 하니 초반에 어느 한 학교를 했을 때는 다 찍고 답변 잘하고 영상을 봤더니 시선이 너무 이상했다, 마치 벽에 뭘 붙여놓고 힐긋힐긋 보는 느낌이었다. 이처럼 화면을 보고 답변하는 것이 인터뷰들에 비해서 훨씬 어색했고, 또 답답했다. 쌍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향 소통이니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나마 꼽을 수 있는 비디오 에세이의 장점은 이 단계부터는 KIRA talent라는 플랫폼을 쓰는데, 이 플랫폼이 상당히 쓰기 편하다. 1번 유형의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애플리케이션 내부에서 찍고 연습하는데 확실히 전문 플랫폼(?)이 직관적이고 연습하기에도 훨씬 좋았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 정말 그나마 그나마, 내가 몸으로 때우면서 획득한 노하우는 3가지이다.
1. 그래도 코어 한 스토리들 (ex. Conflict, Leadership, Failure, or Why our school) 은 무조건 답변을 55초로 맞춰라.
2. 어떻게든 답변과 스토리를 이어 붙이려고 노력해라
3. 구글 Meet 나 Zoom 같은 플랫폼 키고 연습해라
사실상 첫 번째가 알파이고 오메가이다. 코어 한 스토리들과 나올 가능성이 높은 질문들은 무조건 55초로 맞춰라. Conflict가 뭐예요? 이렇게 단순하게 물어볼 일은 없지만, 답변의 나의 스토리를 최대한 연관시키면 살아남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내 의견에 항상 불만을 가진 동료와 일했던 사례를 말하시오
팀원들을 동기부여했던 사례를 말하시오
어려웠던 상황에서도 팀을 리드했던 사례를 말하시오
모두 다 Conflict 스토리 하나만 외워 놓으면 해결될 문제들이다. 그리고 이걸 5개 정도 외워놓으면 대체적으로 2개 많이도 4개밖에 물어보지 않는 비디오 에세이에서 충분히 답변할 수 있다. 특히, 내가 왜 55초로 만들어놓으라 하면, 아무리 학교별로 길이가 다르고, 문제수가 다르고, 유형이 달라도 어지간하면 1분이 일반적인 답변 길이이다. 1분 30초를 주더라도, 최대 1분 30초인 거지 1분 답변했다고 불이익을 받진 않는다. 이에 더해 55초를 강조하는 이유는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할 우려도 있고, 아무리 스크립트를 만들어도 최소한 1 문장 정도는 앞에서 다르게 말해줘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55초로 설정했다.
유형 3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질문들이 다채로운 것이 많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최대한 자신의 코어스토리를 붙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내가 받은 질문 중에서 최근에 읽었던 가장 좋은 책은 뭐야?라는 질문에 특정 책을 언급하고, 나의 커리어 스토리+존경하는 사람 스토리를 좀 붙여서 답변했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내가 읽은 책은 0000이다. 이 이 책은 내 멘토에게 추천받았고, 왜냐면 내 커리어는 0000 이기 때문이야.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나 영화 정도는 나올 가능성이 높은 질문이니 대본을 만들어두는 것이 상당히 유효하지만, 사실해보면 알겠지만 유형 3의 스크립트를 다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Kira Talent의 경우 각 학교별로 연습 문제를 제공하는데, 대략 나오는 문제들이 "네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혹은 "너는 아침형 인간이야, 저녁형 인간이야?" 같은 것들이었다. 이걸 어떻게 다 다르게 스크립트를 쓰겠는가. 무조건 본인이 준비한 스토리 쪽으로 끌고 가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빨간색이야. 왜냐하면 내가 처음 일한 회사의 상징색이 빨간색이거든. 내가 어떻게 커리어를 시작했냐면 ~~~ 이런 식으로 답변해야 한다. 비디오 에세이는 명심하자. 무조건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서 기가 막히게 완벽 그 자체로 답변한 들, 이거 하나로 붙여주는 것도 아니고 또한 완벽한 답이란 게 어딨겠는가. 아침형 인간이면 좋은 거고 저녁형 인간이면 나쁜 건가? 정답은 없으니 위험한 방향으로만 안 가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만약 내가 준비한 스토리를 도저히 못쓰는 상황이 오면 반드시 이것만 기억하자. 내 생각-근거-예시. 이거면 정말 아찔한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정말 그나마 괜찮을 수 있다. 나같이 병신같이 답변 못하고 어 만 남발하는 대참사가 일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라고 했을 때는 스토리를 넣으면 베스트겠지만 만약 생각이 안 나서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 보자.
"나는 인도 음식을 제일 좋아해 왜냐하면 내가 유럽을 여행할 때 인도 음식을 제일 맛있게 먹었어.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내가 독일 여행을 갔을 때 말이야, 매운 음식이 먹고 싶었는데 마침 인도 음식점이 보이더라고 그때 먹었는데 진짜 맛있어서 평생 기억에 남고 지금도 주기적으로 인도 음식점에 가"
솔직히 몇 번 없는 답변 기회에 너무 아쉬운 답변이고 이 정도의 정보를 얻으려고 물어본 질문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전제는 도저히 생각이 안 나서 준비기간에 머리가 하얘졌을 때다. 최소한 계속 버벅거리고, 자기가 뭘 말하는지 횡설수설하는 것에 비하면 정말 그나마 과락은 면하는 답변이다. 지금은 극단적인 예시를 들었지만 여기에 좀 만 더 구체성을 더하면 더 나은 답변이 될 것이다. 즉, 준비된 스토리를 안 써도 충분히 일정 수준의 답변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면 된다. 내 생각-근거-예시라는 큰 틀을 꼭 잊으면 안 된다.
앞서 말했듯이, 비디오 에세이도 전체적인 지원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1라운드에선 UC버클리 비디오 에세이를 나름 잘 찍었다 생각했는데 인비도 안 오고 Reject 됐다. 2라운드에선 인비 온 학교들 중 카네기 멜론만 나름 잘 찍었다 생각했고, UNC 반더빌트는 너무 답답해서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해라하고 찍어버렸다. 그러니 오히려 마음을 좀 비우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나는 원체 즉흥성이 떨어지고, 내 얘기를 잘하지 못하는 편에다, 영어 스피킹에 자신이 덜 하기 때문에 이렇게나 힘들어하는 것이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외려 막상 해보면 잉? 이게 왜 힘들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당신들은 나의 경험을 밟고서 더 수월하게 정말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 글에 들어온 순간 당신은 나의 동지다(ㅋㅋㅋ) 같이 힘냅시다!!
그럼 다음에 만나요!!
아마 아이엘츠 시험에 대한 후기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