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Waitlist 추가

종잡을 수 없는 유학 과정

by 방랑자대니

2라운드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던 대부분의 학교의 인터뷰를 철회했었다. 1라운드에서 구제된 학교보다 랭킹들이 낮기도 했고, 한창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효율도 안 났기에 더 간절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보아 당시 몰려있던 인터뷰들을 정중하게 철회요청했다.


다만 CMU Tepper의 경우에는 이미 인터뷰를 보기도 했고, 학교 이벤트, Coffee chat에서 재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본 결과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조건에 따라 또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란 약간의 가능성도 희미하게 존재했다. 그래서 굳이 인터뷰도 본 입장에서 뭐 하러 철회하나 싶어서 그대로 나뒀었다.


그렇게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


이거 발표 언제 나지?



내가 3월 4일 새벽에 이걸 확인했으니 바로 당일이었다. 막상 확인을 하니 상당히 신경 쓰였다. 언제 발표 나지? 그런 생각으로 몇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아 또 떨어졌구나


아니나 다를까 새벽이 되어서야 메일이 왔다. 여기서 수십 개의 학교에 지원했던 사람의 꿀팁을 전수하자면 당일에 전화나 메일을 못 받고 이런 식으로 Decision is available 이렇게 오면 그냥 떨어졌다고 보는 것이 편하다. 합격 전화나 메일이 오게 되면 대체적으로 학교들은 세상 휘황찬란하고 알려주고 싶어서 난리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떨어졌다고 보면 좋은 것이 하나 더 있다.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Waitlist라도 걸리면 나름 그나마 낫네라고 위로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우 딱딱한 메일

아니나 다를까 들어가 보니 이번에도 Waitlist였다. 이미 학교 하나, 그것도 내가 가장 가고 싶은 학교에 붙었지만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는 기분은 참 좋지 않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벌써 4번째 Waitlist에 걸린 이상 한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력한 후보는 영어 실력이었다. 준비한 내용이야 준비한 것이니 틀릴 일이 거의 없지만, 조금이라도 준비한 것과 달라진다면 내 영어가 쉽게 Broken 되는 경향을 보였다. 차라리 영어를 못해도 차분하고 명확하게 내 말을 전달하면 되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내가 한국어로 하고 싶은 말은 100인데 영어로 하면 60 정도밖에 전달이 안 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말은 급해져서 뭐라도 내뱉어야겠고, 내뱉고 나니 수습이 안되고 그런 경향이 좀 있었다. 이건 앞으로 내가 MBA 과정을 거치고, 인턴을 하고, 직업을 구하는 데 있어서 끝나지 않는 숙제가 될 것 같다.


두 번째는 내가 그들의 의문을 확실하게 해소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아무래도 점수는 충분하지만 내가 가진 커리어 그리고 앞으로의 커리어가 상당히 독특한 편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드는 그들의 의문을 충분히 해소시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충분히 답변을 잘했다고 생각하는데도 내가 그들이 가진 의구심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니 도저히 알 방도가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나의 인터뷰 자신감의 문제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들었던 최근에 들었던 조언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조언 하나는 "네가 너 자신에게 자신이 없으면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였다. 이 유학 지원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서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가진 직업, 학벌, 영어 실력들에서 약간씩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인터뷰를 이끌어가고 어필하는 것이 아닌 방어하는데 급급했다는 생각을 한다. Rejection이라는 깔끔한 옵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Waitlist를 준 이유는 정말 그 한 끗차이로 합격을 주기엔 아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저런 디테일 차이에서 합격과 Waitlist가 갈리지 않았을까 라고 추측한다.


솔직히 이쯤 되니 그냥 기분이 나쁜 걸 넘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MBA 과정의 가장 큰 오해가 2년이 끝나고 취업을 하는 걸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더 깊게 알아보면 사실상 MBA 입학하고 길어야 한 달 동안 헬렐레하고 바로 경쟁과 구직 지옥에 빠진다. 즉, 다시 말하면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들과 매력으로 취업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뜻인데 취업 면접에 비해 쉬운 학교 면접에서도 이렇게 타율이 안 좋아 버리면 앞으로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나는 이제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불안하면 잘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걱정은 쓸데없다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뭘 할 건데?라고 한다면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앞서 다 나오지 않았는가. 영어도 더 날카롭게 가다듬고, 내 이야기도 더 정확하고 매력적이게 전달하는데 힘써야 해야 할 것이다.


뭐 못했는지 알았으면 그냥 해야지 뭐 또 생각을 해


여하튼 이렇게 또 하나의 Waitlist를 적립했다. 이젠 솔직히 여기에 집중할 이유도 없지만 여러모로 시사점을 주는 결과 발표였다. 쩝, 그래도 Tepper 살짝이나마 마음이 많이 갔는데 아쉽다. 나도 합격 전화 한번 받아보고 싶었는데..!! ㅠ 마저 눈물 흘리며 그럼 이만 끝맺음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만나요!!

아마 Rice MBA 인터뷰 후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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