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터뷰 후기로 돌아왔다.
앞서 글에서 작성했듯이 인시아드는 총 두 명의 인터뷰어와 인터뷰를 보는 전통이 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지극히 합리적인 방법이다. 일전에 미시간 MBA Waitlist 경험이 있는 재학생과 커피챗을 한 적이 있었다. 대화를 하던 중, 그 학생에게 그럼 왜 본인이 Waitlist에 걸린 것 같으세요?라는 질문을 했었다. 그 학생은 인터뷰를 조졌다고 했다. 정확히는 인터뷰어가 정말 별로였다고 했다. 굉장히 비협조적이었고 반응이 시큰둥했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은 Waitlist에 걸렸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 또한 인터뷰를 계속하면 할수록 심히 공감됐다. 어떤 사람을 만나냐에 따라 확연히 퀄리티가 달라지기도 하고, 또 그 한 사람이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참사를 막고 최대한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두 명의 인터뷰어를 두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2명의 인터뷰어와 정말 내가 쌩으로 인터뷰 일정들을 다 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정말 상당히 귀찮다. 다들 바쁘기도 원체 바쁘니 연락이 잘 안 된다. 그리고 상당히 피곤해한다.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게 나도 주중에 밤까지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연락도 계속해야 하고, 주말에 시간까지 내야 하면 정말 너무 귀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 되었든 인터뷰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메일로 연락을 시도했으니 제대로 닿지 않아 결국 어드미션 오피스의 독촉을 받고, Whatsapp을 통해서 연락하였다. 아 그리고 여기서 꿀팁(?) 하나를 전수하자면, 본인이 유럽 학교 지원을 원하면 꼭 Whatsapp을 까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뷰어와 일정 잡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왓츠앱을 통해서 어드미션 오피서에게 직접 연락 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IMD, INSEAD다 whatsapp을 통해서 왔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 왓츠앱으로는 답장이 "상대적으로는"빠른 편이라서 겨우겨우 일정을 잡았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장소는 한남동 거기에 어디서 만날 건지는 또 내가 찾아봐야 했다. 또 머리가 터지는 게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떻게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고, 내가 가본데 중에는 또 적합한 곳이 없고, 새로운 곳을 고른다면 만약 도착했을 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았다... 데이트 코스도 이렇게까지는 안 찾아볼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찾은 카페는 한남라메종이란 카페였다. 주차도 발레이지만 되고, 나름 장소도 조용한 편이라 생각했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실제 걱정이 맞았던 것이 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르긴 했다. 첫째, 생각보다 많이 시끄러웠다. 둘째, 생각보다 자리가 없었다. 정말 마지막 한 테이블에 앉았고 옆에는 단체손님이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처음 시작하고 약 10분 간은 말이 잘 안 들렸다 너무 시끄러워서...
그렇지만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 이 인터뷰어가 라마단 때문에 단식을 한다고 했기도 했고 나는 조용하고 주차되고 이런 카페를 찾다 보니 찾은 것이었다, 그리고 내 인터뷰어는 아랍계 프랑스인이었다. 이게 왜 운이 좋았냐면 저 한남라메종이란 가게가 정통 프랑스 디저트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2층에서 인터뷰하고 인사하고 배웅해주려고 하는데 오지 말라고 인터뷰어가 나를 극구 말렸다. 나야 오히려 좋았으니 안 내려가고 창밖을 보면서 어떤 질문을 받았나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인터뷰어가 디저트들을 포장해서 들고 가는 장면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보고, 장소를 잘못 골랐었나 걱정했던 내 마음이 싹 내려갔다. 나는 정말 얻어걸렸지만 이 글을 보는 미래의 지원자분들은 꼭 고려해서 장소 선정하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다시 인터뷰 자체로 돌아가자면 내 인터뷰어는 상당히 까칠했다. 아니 정확히는 까칠하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완전 공대 베이스의 사람이었다. 공대 베이스에 무심함과 냉소가 섞인 느낌이었다. 이에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쌓인 피로감까지 더해지니 상당히 까다로워 보였다. 실제로 하품도 많이 하고 그랬다. 나름 분위기 풀려고 농담도 많이 하고 여유도 있었는데, 썩 잘 통하는 느낌이 아니어서 너무 슬펐다 ㅠ 분위기 살리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 받아줬다.
그래서 질문들이 상당히 날카로운 편이었다. 답변을 하면 딱히 잘 들어주는 느낌도 아니었을뿐더러 조금이라도 이해가 안 가면 팔로우업 질문을 계속했다. 예를 들면, 내가 비자나 초기 자금 때문에 외국에서 비즈니스를 바로 시작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문장이 내 스크립트 중에 있었는데, 왜 어려운데? 구체적으로 뭐가? 계속 파고드는 질문을 했다. 보통 지금까지 인터뷰를 했을 때는 이렇게만 말해도 대부분은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이번 인터뷰어는 달랐다. 계속해서 듣고, 빠르게 다시 팔로우업 질문을 하고 또 답변 듣고 다시 팔로우 업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그래서 질문의 종류는 일반적인 어드미션 오피서가 보는 정형화된 질문들이 아니었기에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았다. 질문의 주도권이 인터뷰어에 있었던 것뿐이지 실제로 대화 형식이긴 했다. 그렇게 약 40분 정도 대화를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점점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나름 인터뷰어의 마음도 조금씩 오픈되는 것을 느꼈다. 냉소적이고 피곤해 보이고 이런 것은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냥 원래의 성격 같았다. 단순히 내가 싫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 그냥 원래 성격이 그렇고, 그냥 그 순간이 피곤했던 것뿐이다. 이를 내가 왜 더 강하게 느꼈냐면 내가 질문하고 답변을 해줄 때도 약간은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그게 그의 그냥 대화방식이었을 뿐이다. 물론 이게 정말 내게 주어진 마지막 인터뷰였으니 멘털 안 털리고 스무스하게 잘 넘어서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지, 만약 이게 초기에 본 인터뷰였으면 나는 진짜 멘털 많이 털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가장 숙련된 상태에서 맞이하게 해서 너무 다행이었다.
아 말나 온 김에, 어떤 질문을 하고 그 사람이 어떻게 답변해 줬냐면
Q. 인시아드 1년이라는데 진짜 힘들지 않았어? 어떻게 관리하고 그랬어?
A. 진짜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개 힘들다. 특별한 이유 없으면 진짜 그냥 2년제 프로그램 가라. 진짜 진짜 진짜 힘들었다(힘든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공통적으로 미친 듯이 힘들다고 하니 좀 무섭긴 했다)
Q. Wharton에서 교환학생했을 때 어땠어? 왜 갔어?
A. 미국이란 나라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고 가니까 재밌었다. 그리고 훨씬 덜 힘들었다. 거기가 진짜 좋은 학교인 건 맞는데 확실히 1년 과정인 인시아드에 비하면 시간 자체가 여유롭였다. 인시아드 진짜 힘들다(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Q. 원래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였어? 나도 너처럼 글로벌하게 살고 싶어서 인시아드 지원하는 거야
A. 원래 한국 생각도 없었다. 일본까진 생각 있었는데 컨설팅 지원했다 잡 못 구해서 어쩌다 보니 한국까지 왔다. 나름 괜찮다고 생각해서 온 거고 지금은 엄청 만족하는데 첨에 오고 싶어서 온건 아니었지
약간 이런 식이었다 ㅋㅋㅋ 그런데 나는 정말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고, 나는 항상 사람들과 대화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것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나는 뒤로 갈수록 점점 재밌고 진심으로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냉소적인 만큼 의도적으로 긍정적으로 좋은 말만 해주거나, 부풀리거나 그런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나의 1라운드, 2라운드 모든 인터뷰가 끝났다. 마지막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꽤나 좋은 인터뷰를 했다. 사실 이번이 인사이드 인터뷰 후기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내 마지막 인터뷰이기도 한 만큼 시원섭섭한 마음이 컸다. 10월 말쯤에 인터뷰를 처음 보기 시작했으니 장장 반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생 참 많이 했다. 내가 도대체 어떤 상태에서 어떤 말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긴장했던 미시간과의 인생 첫 영어 인터뷰부터 냉소적이고 까칠해도 허허하며 어려움을 잘 넘길 수 있었던 인시아드 두 번째 인터뷰까지 참 많이 성장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시발시발 좆같다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꾸역꾸역 버티고 계속 발전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또 이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했는데.. 인터뷰 전 과정까지 겪고 나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젠 정말 그동안 해왔던 것들에 대한 결과들만이 남았다. 뭐.. 당연히 우리 브런치 독자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맞죠?) 또 아주 한번 적나라하고 확실하게 보여주도록 하겠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아마 결과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