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학부모님들의 이런 질문과 반응이 기이했다. 학부모의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백분 이해가 된다. 자녀의 모습과 생각을 가장 잘 알아야 하는 부모가 도리어 질문자가 되는 이 상황을.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달라지는 지를.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은 가정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사회로 향하는 아이들의 성장이다.
상담을 위해 아들의 학교로 향했다. 작년에는 매일 같이 드나들던 초등학교 교정을 오랜만에 들어서니 감회가 새롭다. 학부모로서 남편과 함께 담임 선생님 앞에 앉았다.선생님의 기도로 시작된 상담이 남편의 기도로 끝날 때까지 놀람, 웃김, 안도 사이를 오간다.
"네? 우리 아이가요?"
선생님 앞에서 이 말을 몇 번이나 내뱉었는지 모른다. 나도 모르는 내 아들의 모습, 녀석의 이중생활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다분히 정치적인 녀석 같으니라고... 하면서도 집에서는 마냥 어린아이로만 봤는데 밖에서는 사회생활을 잘 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대견하기도 하다. 특히, 요즘 푹 빠져있는 종이접기를 선생님께 선물도 하고, 색종이를 친구들과 나누고, 쉬는 시간 틈틈이 종이접기를 하며 '몰입'하는 모습을 긍정 평가해 주신다. 몰입의 경험, 즐기는 기쁨을 누리는 시절이기에 개인적으로도고마운 부분이다.
언젠가 '후지모토 무내지'라는 생소한 이름을 꺼내 들며 사인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 사람이 누구야?' 했더니바로 아들이 사랑하는<오리로보>의 저자였다.그는 유치원 다니던 아들과 함께 종이접기를 하다가 창작활동을 시작하게 된 사랑많은 아버지다.선생님께는 사인받으러 일본까지 가기로 했다고 앞선 마음을 전했다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일본에 갈 계획은 없기에 남편이 아이의 작품을 인스타로 올려 저자로부터 '좋아요'를 받게 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신이 나서 갑자기 흰 도화지를 꺼내 들고 O.R.I.R.O.B.O. 여섯 글자의 알파벳을 뚝딱뚝딱설계(?)하더니 하나하나 오려서 작품 컬렉션 위에 올려놓는다.화룡정점이다.지금껏 접은 종이 로봇들을 제법 멋지게 부각하는 효과까지.
다른 건 모르겠고 선생님의 한 마디에 남편과 나의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서율이는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라서 사랑을 많이 나눠주는 것이 느껴져요."
이거면 됐다. 성경의 핵심, 사랑 하나 마음에 품은 인생이라면 걱정 근심 없다. 물론, 사람을 좋아해서 마음에 상처도 많았지만 그걸 덮는 것이 또한 사랑이라고 믿는다.엄마의 입술이 마른 것을 보고 립밤을 찾아 발라주는 따뜻한 우리 아들, 너의 사랑 가득한 이중생활을 엄마 아빠는 격하게 응원한다.잘 컸고 잘 크고 있고 잘 크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