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님께 최종 원고를 보냈다. 원고 파일을 출판사로 데려가줄 이메일의 마지막 버튼을 클릭하고 '메일을 보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 순간, 힘이 풀린다.
끝났구나. 마감 기한을 맞췄다는 것에 안도, 상대와의 약속인 동시에 나와의 약속을 지켜낸 것에 대견함, 당분간 주어질 마음의 여유와 여백에 감사다.
원고 작성이라는 것은 오묘한 중독성이 있다. 집중력 있게 작업을 할 때 드는 에너지가 상당하기에 얼른 끝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종료됨과 동시에 다음 책 원고 걱정을 하게 되니 말이다. 언젠가 아들이 툭 내뱉은 말을 남편이 여러 번 경계조로 인용하곤 한다.
"엄마가 글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빵 터져서 웃고 넘겼는데 뼈 있는 말이다. 얼마 전 책벗글벗에서 <엄마 마중> 책을 읽고 친구들과 빙고 게임을 했다. '엄마'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빙고판을 채웠다. 아들에게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작가, 필사, 책벌레...' 등 글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았다. 뭐,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글과의 연결성이 과도하면 안 되겠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글을 쓰지만 글 속에 사는 것이 아니다. 글이 좋지만 글이 되면 안 된다. 현실을 살아가며 당분간은 아들과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얼마간원고 작업도 쉬련다. 1년 간, 열심히 달려왔으니 그 정도의 쉼을 누릴 자격이 있지 않을까. 이제 열심히 나를 채우고, 가족과의 시간을 더 채울 생각에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