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과연 존재할까? 2023년 1학년이 되어 겪게된 아들의 가장 큰 변화는 해맑게 산타클로스를 믿는 순진함을 벗어던진 점이었다.학교에 다니면서 당황스러운 점은 부모가 차단하고 싶은 정보에도 아이가 무한 노출되는 현실이다. 친구들끼리 동심 파괴가 진작에 일어난 모양이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부재를 눈치챘으면 선물의 부재까지 용인해야 할 텐데 그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착한 사람한테 선물을주신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아빠 엄마잖아요!!"
"그럼 선물 안 줘도 될까?"
"네? (웃음) 아니요...(의심의 눈빛) 안줄 거예요?"
"예수님 생일 축하하는 날인데 너한테 선물이 왜 필요해?"
"(당황) 네... 그럼 주지 마세요..."
선물은 받고 싶고, 마땅히 받아야 할 이유는 찾을 수 없고. 논리상 포기해야 하자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마음이 쓰여 2023년 한 해 초등학생 첫해를 열심히 살아낸 시간들을 치하한다는 명목을 붙여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었다.기다렸다는 듯레고를 사달라고 한다.이마트레고 매장을 쭉 훑으며 가격대가 어마무시하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놀랬다. 급히마음속으로 마지노선을 그었다. 제발 고가의레고여, 아이에게 레이저를 쏘지 말아 주렴.적당한 선에서고를 수 있도록 빛을 발하지 말아 주길 빌고 또 빈다... 그런데...
"저 이거 사고 싶어요.다른 건 너무 쉬워요. 18+로 살래요."
아들이 고른 아이템은 상상을 초월한고가의가격을 기록한다. 아뿔싸. 경제 교육을 좀 시켰어야 하는데 어미의 불찰이다. 유독 레고 조립 부심이 강해서 나이대를 넘어서는 박스만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아들에게 이번엔 제대로 걸렸다. 하지만, 미안하다 세상이 네가 원하는 대로만 돌아간다면 좋겠지만 거기까진엄마가 도저히 해줄 수 없구나.선물의 의미를 갖다 붙이긴 했으나 생일도어린이날도 아닌,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하루의 선물치고가격대가 너무 사악하구나. 단칼에 선을 그었다. 남편이 중재하여 반값의 유사 상품을 권유했지만 이미 마음을 꽂아둔 18+를 포기하지 않고 심리 전략을 들고 나온다.
"저거 아니면 그냥 안 살게요."
아들은 레고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곧 돌아오는 생일과 합쳐서 받는 선물로 퉁치려 해도, 어린이날 선물을 당겨서 큰걸 받는 걸로 치자 해도 눈물바람이다. 가격을 보고 그 아이템을 마음에 품었으랴. 어른만큼 가계 경제에 민감하지 않은 아이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과한 선물을 선뜻 품에 안겨주는 것도 아닌 것 같다.지혜롭게 매듭지을 방법을 고민했다. 그런데...
결국은 아들에게 한 해의 선물을 안겨주고 싶은 것이 하늘의 뜻이었나보다. 놀랍게도 이래저래 외부에서 금전과 상품권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결국 부모의 주머니에서는 현금 2만 원이면 선물 구입이 해결되는 상황이 되었다.이왕 채워질 지갑, 차고 넘치면 더욱 환상적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잠깐 꿈틀 했다. 하지만 딱 필요한 만큼만 채워진 데는 이유가 있다. 넘쳐났으면 절대로 실현되지 못했을 부모의 면 세우기.
자녀를 위해 조금이라도 지갑을 열었다는 생색을 내면서도 비자발적으로 진실에 노출된 아들의 마음을 그냥지나치지 않도록,매정하지 않은 구석진 의미가 살펴진다.하나님은 금전 문제만큼은 딱 맞춰 결재하시는 것 같다.
돈은 매력적이지만 누구나 한 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 없다
-척 피니
세계적인 면세 체인 DFS 창업주이자 10조에 달하는 기부액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척피니는 자기 소유의 집이나 자동차 없이 검약한 생활을 했던 인물로 유명한 기부왕이다. 빌 게이츠 등 쟁쟁한 부호들의 영웅이자 롤 모델인 척 피니는 2만 원도 채 되지 않은 손목시계를 차고 다녔다고 한다. 자식에게는 더 나은 삶보다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며 전재산을 사회에 쾌척한 그는 진정한 박애주의자였다. 딱 필요한 만큼만을 쓰고 나머지는 욕심을 내지 않았던 대인배. 더 많은 돈으로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지혜자였다. 얼마나 많은 것을 잃을지는 직접 경험이 전무한 고로 잘모르겠지만, 매정하지만은 않은 물질의 비밀을 마음에 간직하고 2024년을 시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