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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Jan 16. 2024

미생이 누린 출간운, 왜?

동일 출판사와 지속적인 계약을 하는 천운

 2021년 1월, 글 쓰는 사람도 책을 출간한 저자도 아니었다. 다만, 출간 작가들을 경이롭게 우러러보며 나와는 닿지 않을 것 같던 높은 저 너머의 꿈, 판을 마음에 품고 글을 쓰는 원년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2024년 1월, 10째 책집필을 마무리하고 있는 기적 같은 상황 역전이 일어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할수록 믿기지 않으면서도 어안이 벙벙하다. 글쓰기 초보 딱지를 떼어 내기도 전에 개인 투고 보다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출간을 진행한 기획 출판이 더 많았다. 인생을 통틀어 큰 행운이 많지 않았던 나에게 한꺼번에 정산을 기라도 듯 출간운이라는 보상 넉넉히 부어다. 목표를 세우고 달린 것도, 작정하고 안간힘을 쓴 것도 아닌데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하나 둘 글이 모양새를 갖추어 어느덧 책이 되어 있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쳤다. 나의 이름이 찍힌 책이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 다.  일이 어떻게 내게 일어난 걸까?


 공저를 포함하여 개인저서를 출간하면서 총 네 군데의 출판사를 만났다. 물론 투고의 과정에서 연락을 주고받은 편집장님들이 여럿 있긴 하지만 직출간을 위해 작업해 본 출판사의 숫자 군데이다. 같은  에서 두 권 이상 출간한 경우 많아서 책 권수에 비해 손 맞춘 출판사의 수가 적다. 같은 출판사의 편집장님들께서 계속 손을 먼저 내밀어 주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될까? 그저 천운이라고 생각하고 머리 숙여 감사를 되뇌면 될?  




 출판에 대해 1도 몰랐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글쓰기였던 것 같다. 글쓰기 수업이라곤 고등학교 시절, 대입을 위해 논술 학원에 다녔던 것이 전부였기에, 밑천 없이 그저 머리에 떠오른 것 활자 입 쓰고 지우고 반복했다. 그 외에 가진 것이라곤 진정성이었기에 읽히기 바라며 쓴 글에 가득 눌러 다. 성심으로 원고를 작성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약속했던 마감 기 이르 했. 결국,  요령을 피울 줄 모르는 미련함이 성실하게 원고 작성하고 마감 기한 지키는 것 도왔. 글을 쓰다 잠수를 타버리는 저자분들이 많다는 편집장님의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서야 이것이 큰 무기였음을 깨달았다. 한편으론 살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마감 한을 지키려고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했나? 쉬엄쉬엄 할 걸  너무 강하게 나를 몰아세운 듯한 느낌적 느낌이랄까.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미련함이 지속적인 재계약을 할 수 있 비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든다.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여백을 채울 수 없는 이유 수백만 가지일 수 있다. 모두 지당하다. 다만, 편집장의 입장에서는 그 백만 가지 사유로 글이 마감되지 않은 것을 너그러이 헤아려 줄 의무는 없다. 야속할 수 있지만 원고 마감의 유무가 저자를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 책을 출간하기 위해 뛰어드는 들이 넘쳐나는  출판 시장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모르고 선뜻 계약을 해주었다면 저자로서 신뢰성이 증명되는 유일한 실물 바로 원고인 것다.


 영어 필사책 출간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던 편집장님께서 신년 출간을 목표로 다소 무리하게 짧은 원고 작성 기간을 요구하셨다. 첫 재계약을 요청받은 터라 기한을 맞춰 보겠노라 흔쾌히 약속을 했다. 새벽마다 일어나 원고와 씨름하며 에너지를 총동원했던 기억이 난다. 몇 회에 걸친 교열교정 역시 빠른 작업으로 피드백했다. 결국 원고를 약속 기한에 맞춰 넘길 수 있었고 편집장님 역시 편집 및 디자인에 속도를 내어 목표했던 신년 출간의 일정을 맞추셨다.  편집장님의 의지에 따라 원고를 넘긴 후, 책이 이렇게도 빨리 완성되어 출간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기한 내 원고 마감과 빠른 피드백에 대한 신뢰를 쌓은 것이 지속적인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출간운의 비결은 시장의 수요 아닐까 한. 나의 수요가 시장의 수요를 잘 반영하였고, 타이밍을 잘 맞추어 틈새시장에 타기팅 되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영어 필사책을 쓸 계획은 없었다. 마땅한 책을 찾을 수 없어서 내가 필요한 책을 내가 써보자라는 결론에 닿았고, 그렇게 영어 필사책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는 책을 다른 사람도 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맞아떨어졌다. 첫 책에서 아들에게 읽어 주었던 영어 그림책의 일부, 학생들과 수업했던 영어 소설책의 일부를 텍스트로 엮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문구들 말고 자연스레 문학 작품의 울림 있는 텍스트를 건져낸 것 내가 원하는 바였다. 나만의 수요 아니었던 것이 반전이었다. 독립 서점이 많이 생겨나는 요즘 출판 시장의 트렌드 일반적이지 않아도 특수한 영역에 대한 독자들의 요구를 반영. '에잇, 내가 무슨...'이 아니라 '어? 이런 책이 없네?'로 생각의 각도를 살짝 틀 보면  다른 이가 쓸 수 없는 나만 글감과 기획이 보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찾는 독자가 어딘가엔 반드시 있다.




 나름대로 초보 저자로서의 여정에서 출간운이 따라주었던 과정을 분석 보았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자 이야기이다.  근원을 찾고 있는 내 모습에서 호모 나렌스(스토리텔링, 이야기하는 사람)로서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본다. 인과적으로 생각하고 근원을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욕구라고 했다. 어쩌면 그저 천운이었을 뿐인데 인간은 끊임없이 전후 관계의 고리를 파헤치려는 노력을 한다. 어떤 경우이든 간에 이미 넘치게 누린 것 같다. 이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2024년을 시작하려 한다. 



인과적으로 생각하고 결과는 반드시 무언가로 말미암은 것, 즉 모든 것에는 근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이상적으로 그 근원에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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