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클린으로 이사하기
4. Newyork, USA
서부 여행에서 돌아왔다. 나는 이제 그다음 살 곳을 찾아야 했다. 기숙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살던 2번째 집에서 느낀 것은 '나는 역시 집에서는 잠만 자는구나'였다. 그러면 더 저렴한 곳으로 살 곳을 알아봐야겠다 싶었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그렇게도 중요한 '집'의 역할이 잠만 자는 곳이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호시절이었구나 싶다.
또 그 h사이트를 찾았다. 그때도, 몇 년 전에도 뉴욕에서 꽤 활성화돼있던 사이트였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사이트에서 또 이곳저곳 알아봤다. 이번엔 더 저렴하고 잠만 잘 곳을 원했다.
3번째로 집을 옮기게 되니 귀찮다 그냥 대충 구하자는 느낌으로 집을 구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는 맨해튼 내가 아니라 뉴욕의 전 지역이 대상이었다. 참고로 우리가 뉴욕이라 부르는 지역은 맨해튼, 브롱스, 브루클린, 퀸즈,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뉴욕에 사는 학생들은 맨해튼이나 퀸즈에 집을 구하거나 때론 path를 타고 가는 뉴저지의 hoboken 쪽에도 집을 구하기도 했다.
그중에 나는 퀸즈를 선택했다. 이번에는 맨해튼이 아닌 그냥 다른 곳에서 한번 살아 보고 싶기도 했다. 뉴욕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맨해튼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다른 지역도 궁금했다.
뉴욕, 퀸즈에 이렇게 생긴 집이었다.
내가 집을 구한 곳을 정확히 말하자면 뉴욕, 퀸즈(queens)의 아스토리아(astoria) 지역이었다. 참고로 퀸즈의 플러싱(Flushing) 지역에는 거대한 규모의 한인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곳은 맨해튼에서 오가기엔, 나처럼 잠깐 살기에는 너무 먼 지역 느낌이랄까(대신 훗날 뉴저지의 한인타운에서 꽤 오랫동안 살게 된다). 그에 비해 아스토리아 지역은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고, 주거 지역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고 특히 맨해튼과 가까이 있어서 출퇴근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퀸즈 Steinway St 역에서 내려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위치한 곳이었다. 그 역은 지하철의 주황색 M과. 노란 선 R이 서는 곳이었다. 지하철은 신기하게도 맨해튼 내에서는 사람들이 가득하다가 퀸즈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사람들이 1/5로 줄어들었다.
꼭 사진 속 저런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때 그곳엔 저렇게 생긴 아파트가 많았던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 주공아파트 느낌이었다. 내가 살던 곳은 1층이었다. 한국인들이 셰어 하는 아파트였는데 방이 1개, 거실이 1개였다. 거실에 사는 한국인이 한국에 잠시 들어간 시점에 내가 거실에 들어가서 사는 것이었다. 처음이라면 꺼렸겠지만 이제 리빙룸에 사는 것은 익숙했다. 대신 내가 은근 낯가림이 있어서 룸메이트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약한 편인 데다(오직 첫 번째 기숙사에서만 가능했던 얘기) 특히나 이미 사귄 많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방을 사용하던 룸메이트 언니와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나는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나 들어와서 씻고 잠시 할 일을 하고 곧 잠자리에 들던 그런 아이였다.
평일과 토요일까지 나는 어학원을 다니고 오후에는 친구들과 노는 것에 열중했다. 그러나 딱 하루 일요일은 달랐다. 원래는 맨해튼 내에 있는 교회를 소개받아서 주일마다 가곤 했지만 어느 순간 그곳과 멀어졌다. 특히 퀸즈로 이사 온 이후로 주말에 맨해튼에 7일이나 가는 수고가 귀찮아서 하루는 집에서 쉬었다. 아침에 느지막이 12시 즈음까지 자다가 동네에 있는 아주 작은 마트로 컵라면을 사러 갔다. 내가 먹던 라면은 늘 '육개장' 컵라면이었는데 그 당시 그 동네의 작은 마트에도 그것이 팔았다. 딱 1$불이었다(당시 2배 넘게 비싼 가격). 그 컵라면을 사 와서 끓여먹고 시작하는 것이 주말의 일상이었다. 몇 개씩 사다 놓고 주말마다 먹어도 되었을 텐데 꼭 아침에 일어나 어기적 어기적 밖으로 기어나가 컵라면을 사 오곤 했다. 지금도 종종 퀸즈를 생각하면 그날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컵라면을 먹은 후에는 씻고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커피와 바나나 머핀을 주문하고 일주일 동안 못한 것들을 처리하는데, 혹은 어학 공부하는 것에 하루를 사용했다. 그런 후 늦은 오후에는 일주일치가 쌓인 빨랫감을 들고 빨래방에 갔다. 빨래방에 빨래를 넣어놓고 주위를 어슬렁 거리거나 빨래방 앞에서 책을 보는 그런 느긋한 오후를 보냈다. 마치 정말로 뉴욕에 오랫동안 살고 지낸 것 같은 모습의 나였다.
퀸즈에서 살았을 때의 내 모습이 하루하루 전부 다 기억날 것 같은데, 너무도 당연히 많은 기억이 사라졌다. 10년 후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10여 년 전 그때의 나는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는' 활발한 나였다. 물론 그때도 자잘한 걱정들이 있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생각하고 덜 불편했던 조금 철없던 내가 조금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