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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12. 2021

행복해지는 주문

마음먹기에 달린 일

"있지 마음속으로 반짝반짝, 이라고 하는 거야.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그것만 하면 돼.
그러면 말이지, 마음의 어둠 속에 점점 별이 늘어나서 예쁜 별 하늘이 펼쳐져."

"반짝반짝, 이라고 하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응, 간단하지?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이걸 하면 말이지,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전부 예쁜 별 하늘로 사라져. 지금 바로 해봐."


                                                                                        

                                                                                                  156p / 츠바키 문구점 / 오가와 이토 



나도 지금부터 주문을 외워본다.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그리고 심호흡을 해본다. 나는 편안하다. 나는 즐겁다. 나는 행복하다. 나에게 평화가 다가온다. 모든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이러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났다.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바라본다. 따뜻한 커피 한잔 내려서 책 한 권 들고 소파에 기대앉는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가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본다. 일주일 전만 해도 초록 초록했지만도 이제 누렇게 변하고 있는 잔디를 보기도 하고 때때로 햇빛이 내리쬐기도 갑자기 먹구름이 끼기도 하는 하늘을 바라본다. 정원의 끝엔 노랗게 익어가는 열매(황금향일까,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가 참 탐스럽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평화로운 오후라니, 정말 좋다. 난 제주도로 내려와서 사는 게 좋다. 


큰 걱정 없는 내 인생이었는데 몇 년 동안 조금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였다. 무슨 일이 생기거나 일어나면 너무 크게 생각하고, 깊게 생각한 탓에 아주 작은 문제라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뒀던 것이 병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가장 많이 알고 있었다. 이런 마음을 먹고 오래 살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집어 든 게 책이었고 내 마음을 글로 풀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책을 두 권이나 썼다. 두 번째 책의 제목은 '버티는 일상'이었다. 제목을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너무도 아픈 제목이었다. 누구라도 젊은 날, 자신의 인생을 버티기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테고 또 그만큼 불행하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 다행히도 나는 책을 쓰는 동안 많이 변해갔다. 


그 후 제주도로 와서 살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오게 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제일 편하다.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곁눈질하지 않고, 그것이 글이든 형편이든 오로지 나만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길 바라는 사람' 바로 나다. 그냥 이렇게 제주도에서 소리 소문 없이 책 읽고 글 쓰고 아이 키우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오늘부터 다짐한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문제를 나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도에 있는다는 것은 도시와 거리적인 문제가 있으니, 모든 일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고민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에 사로잡혀 힘든 날이 더 많았으니 이제는 한발 물러서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싶다. 아마 그래서 이곳에 오래 살고 싶은 지도...


나는 절대로 도망친 게 아니다. 그냥 나는 잠시 떠나온 거다. 수많은 일에서 벗어나 지금처럼 조용히 지내고 싶다. 오로지 나만 바라보며, 나를 안아주며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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