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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12. 2021

Is Your Marriage Normal?

곰에서 여우로 진화중

오늘은 도서관에 들렸다. 관심 갖고 보는 작가님의 신작이 있어서 반가웠다. 책은 '평범한 결혼생활'이라는 제목이었다. 제목 그대로 결혼생활에 대해서 쓴 책이었다.  작가님은 무려 20년이나 같이 산 남편이 있는 평범한 가족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작가가 이혼한 줄만 알고 있었을까. 그러고 보니 지난 글들에 남편의 이야기가 나온 적이 거의 없어서 그렇게 생각했을까? 내가 그동안 책을 제대로 읽긴 한 걸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여작가들이 이혼을 한 경우가 있어서 그냥 그렇게 치부해버렸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딸을 데리고 리스본을 다녀온 것을 보고 내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빠가 없어서 딸을 데리고 둘이 다녀왔나 싶었다. 그런 줄 알았으면 그냥 아빠에게 맡기고 혼자 떠났어도 좋았을 텐데. 이건 단지 내 생각이고 아무튼 오해한(?) 작가님께 죄송한 마음이다. 



아무튼 그의 결혼생활에 대해서 읽다 보니 20년 된 결혼생활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 내 생활과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그냥 단지 난 30대 그는 40대의 결혼생활.  물론 10년은 20년과는 천지차이기 때문에 아마도 부부의 믿음은 더 견고해지고 아이는 훌쩍 더 커버렸겠지. 작가님과 나의 우리의 공통점은 겨우 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오늘 나의 평범한 결혼 생활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오늘은 아침에 '왜 내가 메일 보낸 것을 빨리 프린트를 안 해 주느냐' 앞집에 함께 '멜론과 고구마'를 가져다주고 싶은데 아무도 없다. 뭐 이런 이유로 티격거렸고 (물론 내가 화냈고) 난 오늘 커피도 마시고 하지만 더 중요한 프리퀀시를 모아야 해서 스타벅스에 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오늘 날씨가 좋으니 제주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스타벅스에 가고 싶었다. 어찌하여 그런 곳에 위치한 곳을 가긴 했는데 주차자리가 없어서 그냥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와야 했다. 하여 난 엄청난 아쉬움이 남았고, 결국 돌아오는 길 너무도 험난한 지형의 처음 가보는 길이라 운전하는 것이 어려워진 남편에게선 점점 불쾌한 기분이 느껴졌다. 


나는 잠자코 뒷자리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뒷자리에서 조용히 있었는데(눈치 보며) 남편은 잠시 후 '평화의 선언'을 했다. 모두 다 함께 맥도널드에 가서 좋아하는 것을 먹자는 것. 아이는 역시 해피밀을(갖고 싶던 장난감), 나는 햄버거 하나와 신상 바닐라라테 무료쿠폰을 쓰고 남편은 빅맥세트를 주문했다. 우린 마주 앉아 햄버거를 먹었고 감자튀김을 먹는 내내 툭탁거렸다. 서로가 잘했다며 여전히 구시렁거린다. 결국 다 먹은 후 악수를 하며 화해를 했다. 화해를 한 후 남편의 마음이 누그러워졌는지 우린 우주의 티끌 같은 존재인데 뭘 그런 사소한 일에 화를 내며 사냐고 말한다. 난 집에 돌아와 남편을 안아주었다. 우린 잠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린 연애할 때도 신혼여행에서나 신혼 때는 거의 싸우지 않았다. 싸울 일이 하나도, 신기하게도 그때는 정말 하나도 싸울 일이 없었다. 특히 서로에게 바라는 것 없이 좋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난 후 바라는 것이 많아질수록 우린 아니 특히 나는 바라는 것이 많아져서 화가 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왜 이불을 안 개어놓느냐(펼쳐놓기라도 하람 말이다), 양말은 대체 더 신을 거냐 왜 바닥에 있냐, 재활용품은 그때그때 닦아서 재활용품 수거함에 넣으면 안 되냐 등등,, 몇 가지 안 되는 일에 굉장히 엄격하게 굴고 있다. 


나는 고작 오늘 프린트하나 때문에, 옆집에 과일 하나 전달 못해준 것 때문에 그리고 또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멋진 카페에 가고 싶다고 속마음을 드러내는 바람에 남편에게 불편함을 주었다.  결국 화해하고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서로가 뭘 원하는지 이제는 잘 아니까.





곰에서 여우로 진화중 



남편은 아이를 키우며 많이 변해갔다. 다시 말하면 내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만 해도 아까 맥도널드에서 해피밀을 주문할 때 아이가 원하는 그 장난감을 받을 수 있을지 먼저 점원에게 물어본 후 주문한다. (그 장난감이 아니라면 해피밀은 패스다)  또 아이의 우유를 사 오라고 했더니 너무도 당연하게 빨대까지 챙겨 오는 세심한 사람이 되었다. 요새 하루가 다르게 진화 중인 남편을 보며 점점 감동한다. 이런 남편에게 난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금 딸기 철이다. 아이는 딸기가 나오기도 전에 딸기를 사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다행히도 딸기가 지난주부터 마트에 진열되기 시작되었다. 아직은 딸기값이 너무 비싸서 아이에게 딸기를 듬뿍 주고 남은 몇 알을 우리는 맛만 본다. 그중에 몇 알을 아이 아빠 그릇에 놓아주니 자긴 안 먹어도 된다고 말한다. "그래도 먹어봐, 딸기 진짜 맛있어"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과일도 딸기다). 그렇게 말해도 한사코 거부한다. 겨우 딸기 3알을 남겨주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내가 1알을 서둘러 집어먹었다. 역시 맛있다. 그래서 남은 딸기는 겨우 2알. 알아서 먹으라고 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에 아이랑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입으로 딸기가 들어오는 것이다. 으응? 나는 눈이 커지고 갑자기 입으로 들어온 (기대도 안한) 딸기 한 알을 더 먹고 있으니 이게 뭐라고 또 행복해졌다. 딸기 한알의 행복. 다정한 사람. 나는 이렇게 소박한 즐거움을 느낀다. 



이것이 나의 평범한 결혼생활이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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