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air Jul 26. 2022

남편이 보너스를 받았는데 왜 내가 설레지?

남편이 보너스를 받았다. 이건 그냥 보너스이긴 한데 꽤 큰 금액을 받았다. 월급의 몇 배가 되는 돈이 들어온다. 일 년에 한 번 또는 두 번, 진짜 신나는 날이다. 보너스가 언제 입금될지는 입금이 돼봐야 안다. 보통 여름, 겨울에 한 번씩 들어오는 것 같고, 한 번은 더 많이 두 번째는 그것보다 적게 입금되는 것 같다.



남편이 2층에내려오며 '아주 작은 기쁜 일'이 있다고 말해줬다. "보너스가 들어왔어" "아니 돈이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들어왔는데 왜 아주 작은 기쁜 일이야?" (나는 그런 보너스 좀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겠구먼) 암튼 내가 받은 보너스는 아니지만 갑자기 굉장히 기쁘고 신났다.



남편에게 "그 돈으로 뭘 할까?" 하며 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나는 머리를 굴렸다. 가방을 사달랄까, 신발을 사달랄까, 아님 반짝이는 액세서리? 그 생각을 하는 5분 정도 얼굴에 미소가 멈추질 않았다. 그러다 금세 정신 차렸다.







지난달과 이번 달 예정에 없던 커다란 지출이 있었다. 지난달에는 손님맞이를 꽤 크게 했다. 원래는 밖에서 외식이나 하고 집에서 차나 마시면 되는 것인데 꼭 집으로 초대해야 하는 손님들이었다. 남편도 그것을 간절히 원했다. 그래서 아이들 포함 9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그러니까 우리 가족까지 12명.  12인분의 밥상을 차리다가 기절할 것만 같아서 아이들이 먹을만한 국을 끓이고 고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횟집에서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갖가지 회와 해산물을 사 왔다. 거기에 술과 과일을 준비했다.



우리 셋이 1~2주 정도를 사용할 비용이 하루에 다 들어갔다. 평소 때 손님이 한두 명 오던 것에 비하면 꽤 큰 손님맞이였다. 과한 지출은 덤이었다.



거기까지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주에 호텔에 다녀왔다. 호텔... 제주에서도 호텔을 가야 한다니 놀라운 일이지만 아이의 생일이었다. 아이는 헬로키티 방으로 꾸며진 호텔에 가야 한다고 말했고, 그 L호텔은 제주도의 메인호텔이라 평소에도 가격이 조금 나가는 그런 곳이었고, 그 헬로키티로 꾸며진 룸은 언제나 고정 가격으로 진행되었다. 그 호텔값은 제주집 월세에 비해 비용이 꽤 컸다. 이전에 제주여행을 갈 때도 비싸서 갈까 말까 고민하던 곳인데 제주에 살면서 그 비싼 호텔에 가야 한다니! 조금 아깝기도 했다. 그러나 호텔에 가니 정말 좋았다. 헬로키티 룸은 정말 예뻤고 수영장에서 정말 신나게 놀고 왔다.



그렇게 손님맞이와 호캉스가 지난달의 과지출이었다.









이번 달은 차의 타이어를 교체했다. 어느 날 차에 브레이크 경고등이 들어왔는데 정비소에 갔더니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다시 그 경고등이 뜨면 정비소에 들리기로 했다 그런데 타이어가 많이 마모되었으니 갈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타이어를 갈기 위해 타이어 판매점을 찾아갔다.


 

보통 타이어가 비싸니까 뒷바퀴를 빼서 앞으로 옮기고 뒷바퀴를 새것으로 바꾼다고 했는데 우리 차의 바퀴는 4개가 다 심히 마모되어 있어서 모두 바꿀 수밖에 없었다. 4개를 다 바꾸니 가격이 꽤 나갔다. 대신 4개를 교환할 때는 휠 얼라이먼트가 서비스라 좋아했는데, 자동차 상태가 좋지 않아서 휠 얼라이먼트를 받았지만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것도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비용 문제로 그것은 다음으로 미뤄뒀다.




이번 달의 과지출은 자동차 타이어였다. 곧 추가로 아이의 여름 방학으로 서울에 갈 예정이라 비행기 값과 유흥에 관한 지출 비용이 예상된다.








보너스를 받아 너무 기쁜 나머지 무슨 소비를 할까 또 기쁜 고민에 잠겼었다. 그러다 우리의 소비 상황을 보고 잠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참 다행이다 싶었다. 손님맞이는 그렇다 치고 1년 만에 한번 다녀온 호캉스지만 값비싼 호텔에 조금 오버했나 싶었고 , 갑자기 바꾸긴 했지만 차의 바퀴를 바꾼 것도 꼭 필요하던 상황이었는데 그 보너스로 인해 잠시 우리 집 경제에 숨통을 트여주긴 했다. 지금 10년이나 된 차가 조금 문제 상황이긴 하다. 그 보너스로 차를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조금 여유롭게 지낼 수 있겠지 싶다.







제주에 사는 것은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서울에 살던, 지방에 살던 인간이 그저 숨 쉬며 사는 것만으로도 돈이 나가지 않나. 평소 식재료 사는 값, 외식하는 비용, 아이 유치원 비용, 학원비용, 치과, 병원 검진 비용, 예상치 못한 사건들에 대한 소비 등등... 그런 것들이야 원래 들던 비용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준에는 서울보다는 제주에서는 카페를 더 자주 가는 비용, 더 자주 움직이며 관광지에 들어가는 입장비, 원래는 거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이곳에서는 늘 항상 차를 타고 멀리 다니니까 주유 비용도 많이 든다. 게다가 겨울에 들어가는 등유 비용은 상상초월이다. 하필 기름값이 이렇게 오를 것은 뭐람. 그리고 거의 사람의 방문이 없던 우리 집에 종종 오는 손님들 접대비용까지 추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 정원관리 비용이라던지, 벌레 방역 비용이라던지가 추가로 들기 한다.





그러나 보너스가 들어왔다. 쓰지도 못하고 저금만 해놓기엔 너무 억울하다.




대신 운동을 시작해 볼까 한다. 안 그래도 요즘 운동을 다녀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중이었다. 평소에는 여기저기 들어가는 비용이 워낙 많으니 차마 값비싼 운동까지 하겠다고 못하겠더라. 그러나 보너스가 들어와서 다행이다. 내가 자연스럽게 운동을 시작할 수 있어서...




이것이면 충분하다. 단지 갑자기 보너스가 들어와서 조금 설레었을 뿐이다.






메인 사진 : freepik

본문 사진 : https://pin.it/6J5FGJR

매거진의 이전글 너나 잘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