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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ug 07. 2022

우주가 나의 검소를 돕고 있어



얼마 전 댓글에 이런 글이 달렸다. '악착같이 무소유 한다고 행복하지 않죠. 그렇다고 소유한다고 해도 절대 행복하지 않고요.'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댓글이었다. 그래서 내가 소유와 무소유 사이에서 떠다니고 있나 보다. 그래서 아직 완전한 아스팔트로 잘 닦인 길을 걷고 있지는 못하고 시골의 어느 흙길 즈음을 걸어가고 있다. 어느 순간 또렷한 길이 나타나길 기대하며 말이다.



그러나 소유와 무소유 관계를 떠나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 큰 틀 사이에서 생겨나는 또 작은 일들 사이에, 겨우 나는 그런 것에 늘 허덕이며 살아간다.



뭔가 시원한 해결책 없이 아니 적극적인 노력도 안 하면서 이런 고민을 지속적으로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무엇을 하던 속 시원하지도 않고, 전전긍긍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엔 행복하지만 어느 날은 극도로 불안해진다. 아마도 요즈음은 조금 불안한 시기 같다. 의식적으로 별일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다가, 밤마다 요가를 하며 마음을 다 잡고 있다가도... 늦은 오후 잡초를 뽑으며 불평이 생길 때마다, 집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벌레를 밤마다 잡고 있을 때마다, 특히 갑자기 4차선 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서버린다던지 하는 그런 일들이 생기면 불안감이 더 고조된다.









이번에 차가 망가진 사건이 또 나를 흔들었지만 충분히 예상되었던 일이었기도 하다. 10년이 넘는 차가 멀쩡한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이전에 차 배터리를 바꾸고, 브레이크를 교환하는 등등의 작은 고침은 비할바가 아니었다. 결국 차는 운행중에 도로 4차선에서 서버리게 되어 민폐를 끼치며, 견인차에 실려 1급 공업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결국 자동차는 제대로 고장이 났다. 우리 자동차는 2011년 7월 구매한 것으로 4년 정도를 회사 차량으로 쓰다가 10만 킬로가 넘어서야 나에게 왔다. 이미 내가 받았을 때 10만 킬로가 넘었고 그 이후로 내가 7년 정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가 탄 것은 7만 킬로 정도이다. 언제 고장 나도 어쩔 수 없었던 연식 있던 차이다.




이미 지난번 운행 중 브레이크 고장 등이 떠서 자동차 공업사를 찾아갔다. 그때 찾아간 근처의 공업사는 3급이었는데, 그곳에서는 문제를 찾을 수 없었고 다음번 고장이 나면 시동을 끄지 말고 바로 1급 공업사에 가라고 했다.



다시 계기판에 브레이크 점등이 뜨길 기다리며 지내는 한 달여간은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자동차가 꼭 필요해서 다시 매일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내다 보니 사실 고장 난 그날과 전날에는 되려 차가 고장 날 거라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인간의 망각이란) 다시 열심히 주행하고 다다. 결국 협재와 성산까지 갔던 무리한 주행이 재고장을 일으켰을 것 같다. 지난 7년 동안 연이어 그렇게 먼 곳을 가는 때는 없었다. 겨우 친정에 내려가는 두 시간 정도가 우리가 가는 최대의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에 오며 매일같이 운전을 하고 다니니 차가 놀랬던 것 같기도 하다. 고령의 차에게 매일 한두 시간을 꾸준히 운전하는 일 반가운 일은 아니었을 터...





Oh my car








차를 잘 관리하고 조심히 탄다면 조금 덜 고칠 뿐이다. 그러나 세월의 흔적은 우리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오래된 것은 망가질 수밖에 없고 아무리 소중하게 간직하거나 사용한들 그것이 낡거나 고장 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차가 고장 나는 부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차를 고치는 비용이 너무 비쌌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들어가는 ABS보조 파워 컨트롤 유닛이 고장 났다고 했다(네? 뭐라고요?) 하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두 번째로 비싼 부분이 망가졌다고 한다. 이건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외제차도 아닌데? 그리고 이 부품은 지금 재고도 없어서 부품 입고에 따라 자동차를 고치는 것도 기간이 걸린다고 했다.



역시 차를 소유하는 것이 문제였을까? 이것도 무소유로 살아야 하나... 싶어지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지난번 남편에게 들어온 보너스로 기분 좋게 요가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도와준 일에 또다시 두 번째 보너가 나오게 되었다. 지난번과는 대조되는 적은 돈이었지만 남편은 내가 밤마다 작업해주며 도와준 것이 있으니 호캉스나 용돈으로 보답하고 싶어 했다. '와~ 요즘 우리 수입이 좋은데~' 하면서 기뻐했던 것도 잠시... 이번엔 차가 제대로 망가졌다. 내가 왜 또 설레였을까.



나는 또 무엇인가를 기대했으나 이번에 생긴 그 돈은 차를 고치면 끝날 비용이었다. 아니 그 보너스에 2배는 더 보태야 차를 고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남아돌아 펑펑 쓸만한 돈은 없다. 그랬으면 11년 된 차를 바로 바꿀 수 있었겠지. 뭔가 뾰족한 수가 생기기 전에는 이 차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일 밖엔 방법이 없다.




역시 나에게 사치란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이렇게 모든 일들이 모여 나를 검소하게 만들어 주다니 실소가 나온다. 마치 이 느낌은 온 우주가 날 검소하라고 돕고 있어라는 느낌이다. 당연히 호캉스도 용돈도 사치인 느낌이랄까? 여러 가지 일이 생겨나 세상이 날 검소하라고 도와주고 있다니 이를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후...다 말았네.











메인 사진 : https://pin.it/2 Ngxxm2

본문 사진 : https://pin.it/6 jBgq3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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