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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ug 28. 2022

차를 쇼핑하다.

우리의 11년 된 차가 고장 났다. 운전을 하는 중간에 차가 큰 도로 중간에 서버렸다. 가까스로 사이드로 옮겨서 차를 견인했다. 그리고 공업사에 맡겼다. 점검 결과 자동차의 부품을 갈아야 하는데 하필 하이브리드 차량 부품이라 가격이 300만 원 가까이 된다고 했다. 과연 이 돈을 주고 차를 고치는 것이 맞을까 고민되었다. 이거 고친다고 해도 언제까지 타고 다닐 수 있을까? 문제는 그렇게 고친다 해도 다른 부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아...어쩌지?



그러다 뾰족한 수가 없어서 고치기로 마음먹었는데,,, 부품이 구해지질 않는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도록 부품이 도착하면 연락주기로 한 공업사에서는 여전히 전화가 오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 차를 타고 다니는 나에게 있었다. 차가 도중에 멈춰 섰으니(4차선, 제주 구시가지) 좀처럼 운전할 때마다 차가 불안했다. 게다가 우리 집은 차가 한대뿐이라 다른 차를 바꿔 탈 수도 없다. 그런데 제주도는 이동시 차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그런데 아이의 유치원이 제주시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좋아도 싫어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운전을 해야 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도서관에 갔다가 요가를 하고 돌아오는 길. 저 멀리 차를 주차한 곳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탄 냄새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설마 우리 차 아니야?' 하는 마음이 들었다. 황급히 차로 뛰어갔다. 당연하게도 주차장에는 아무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았다.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점점 불안해졌다. 아마도 차가 멈춰 섰던 그날부터 생긴 불안이 점차 쌓였기 때문이라. 그날 집으로 가서 바로 남편에게 얘기했다. "이제 그만 차를 사자!' 우리 차 하나 정도는 살 수 있잖아! 정 안되면 경차라도 사자! 새로 사서 새롭게 시작하자! 11년 탔으면 충분해! 그만하자. "










그렇게 우리는 의견을 조율했고 빠른 결정 끝에 다음날 현대차에 방문했다. 현재 타고 있는 차는 현대차인데 그동안 종종 현대와 연결된 정비업체를 이용해서 차를 고치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너무 만족했기 때문에 차 구매 대상 1순위로 보았다. 이전에 아반떼, 소나타를 거쳤기 때문에 이번엔 그랜져를 보기로 했다. 직접 가서 상담하며 SUV도 고려해보기로 했다.



앞으로 또 10년을 탈 차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했는데, 문제는 전혀 다른 것에 있었다. 지금 차를 예약하면 나오는 기간이 최소 6개월에서 1년이었다. 운이 좋으면 그것보다 빨리 나올 수도 있다지만 그건 그때 받아봐야 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차를 사러 다녀본 적이 없어서, 아니 차가 멀쩡한데 차를 살리는 없었으니까, 전혀 몰랐었던 부분이다.



우리는 동시에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지?



그리고 현대차 옆에는 JEEP이라는 외제차가 판매하고 있었다. 내친김에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 진열된 너무도 귀여운 차를 보며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격은 당연히 국산차보다는 비쌌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별로 비싸지 않아 보였다. 어차피 초기 비용 일부를 내고 나머지 비용을 할부로 구매하는 것이니까 달마다 낼 가격이 중요했다. 무엇보다 차 출고가 1~2개월로 짧았다. '어? 어라?' 그동안 외제차를 살 생각은 해보지 않아서, 아니 차를 살 생각을 안 해봐서 몰랐었는데 그럼 출고기간이 짧은 외제차를 살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제주도에 있는 여러 자동차 판매장을 돌면서 차 쇼핑을 다니게 되었다. 자동차 쇼핑이라니, 집 구매 다음으로 제일 신나는 쇼핑이 아닌가! 참고로 제주에는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장이 존재하고 있었다. 나 같은 일반인들이 보통 자동차를 떠오르면 생각나는 국산차는 물론 외제차까지 지역 크기에 비해 꽤 다양한 자동차 판매장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테슬라, BMW,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는 물론 현대, 쉐보레, 르노삼성, 쌍용 등등 많은 브랜드가 존재하고 있었다.  오... 제주도 진짜 좋잖아!!!




덕분에 관심 있는 자동차를 모두 보러 다녔다. 잠시 새로운 자동차를 살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 지금 우리는  빨리 출고될 수 있는 차와 적당한 가격의 오래 탈 수 있는 차 중에 고민하고 있다.












처음 갔던 현대차 매장의 딜러 아저씨가 그랬다. "요즘 젊은이들이 차를 바꾸는 기간이 3년이에요" 우리 부부는 눈을 마주치며 깜짝 놀랐다. 기간이 3년인 이유는 차의 디자인이 보통 3년마다 바꿔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3년마다 차를 바꾸는 젊은이들이라... 우린 젊기도 하지만 늙지도 않은 그 중간 사람들로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얼마나 부자인 것일까? 그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한 2년 전인가, 원룸에 주차된 포르셰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강남에 사는 지인 집에 방문했다. 지인은 강남에 빌라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 집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데 그 옆에 아주 값비싼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가뜩이나 좁은 주차공간에 주차를 하는 내내 부담스러웠다. 주차되어 있는 존재로도 부담스러운 그 고급 차.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지인네 집으로 올라가 물어봤다. "주차장에 진짜 비싼 차가 주차되어 있던데 누구 차야, 언니네 차야?" "아니~ 2층에 사는 사람이야"  참고로 그 빌라의 2층은 원룸이 4개로 나누어져 있는 곳이다. 그렇게 나는 강남에서 포르셰를 타며 원룸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은 포르셰를 타는 사람이 원룸에 사는 것을 비하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저 그 사람은 포르셰가 타고 싶었던 것이고, 사는 곳은 원룸이었을 뿐이다. 11년 된 차나 타는 내가 절대 우습게 볼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구나, 우린 다른 생각을 하며 사는구나라고는 생각한다. 역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집보다는 역시 소확행일까? 그래서 차도 3년마다 바꾸고, 어쩌면 그게 그들이 추구하는 욜로(YOLO)의 삶일까? 나도 분명 나이로 따지면 MZ세대라던데 그 세대의 범위가 너무 커서 사실 나는 그 세대라고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살 수 있는 능력도 되지 않는다는 것. 참고로 나는 소확행도 좋아한다. 소확행의 소비는 그렇게 거대하지 않으니까. 대신 나는 포르셰를 살 능력도, 30평대 집을 소유할 능력도 없다.





값비싼 차를 사겠다는 사겠다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우리가 차를 11년이나 타게 된 것은, 우리가 서울에서 살 때는 차를 타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도 채 되지 않은 덕분에 많이 타지 않아서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그 차를 탄 기간은 7년이 채 되지 않는다. 나는 아마도 절대 요즘 젊은이들처럼 되지는 못할 것 같다. 우리 수준 내에서 자연스럽게 유지 가능한 튼튼한 차를 구매해서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그 차를 탈 것이다. 아마 우리 인생에 3년 만에 차를 바꾸는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그저 다음 자동차에 대한 글은 자동차가 또 고장 났다는 글이 아니라 자동차를 새로 샀다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런데 어머! 자동차 부품이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이것은 차를 새로 살 생각은 접고 어서 빨리 자동차를 수리하라는 운명 같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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