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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Sep 07. 2022

기능이냐 감성이냐!

문득 아이 머리카락을 말리다가 생각났다. 이렇게 드라이기를 매일 사용할 줄 알았으면 그걸 샀어야 .

그래서 갑자기 D 드라이기가 갖고 싶어서 대체 얼마일까 하고 검색해봤더니 세상에 드라이기 하나에 오십만 원이다. 조금 저렴하게 사도 사십몇만원이다. 아... 역시 감성은 비싸구나.  



지금 쓰는 드라이기는 카드 포인트로 무료로 샀다. 카드를 써서 쌓인 포인트니까 무료가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포인트로  주문한 드라이기다. 이 드라이기를 사용한지도 벌써 4년이 다 되었다. 이 드라이기를 살 때는 4년 동안 거의 매일 사용하게 될지 몰랐다. 참고로 이 드라이기가 내 인생 세 번째 드라이기다.



첫 번째 드라이기는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아나바다 운동이 한창이었을 때, 그때 학교에서 하는 바자회에서 구매해온 것이다. 그때 빨간 드라이기를 오백 원에 샀던 것 같다. 그 난감 드라이기처럼 생긴 것을 몇 년을 잘 썼는데 어느 날 내부가 타버려서 버렸다. 두 번째 드라이기는 엄마가 샀던 약간 비싼 드라이기 세트였다. 엄마가 사놓고 잘 쓰지 않길래 내가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내가 대학교를 가며 기숙사에도 가져가고, 취직해서도 쓰고 열심히 썼다. 분명 망가질 때까지 쓰진 않았던 것 같은데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세 번째 이 드라이기를 샀다. 그러니까 내가 30대니까 드라이기를 한번 사면 최소 10년 정도를 쓴다는 것이다. 가끔 이렇게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아무 생각 없이 샀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미 4년이나 쓰고 후회를 하니 무슨 경우일까!








헤어드라이기가 머리카락을 말리는게 다가아냐?





그런데 D 드라이기는 대체 다른 것이랑 뭐가 다르기에 이렇게 비싼 거지? 드라이기가 머리만 말려주는 게 아니야? 영양도 주고 그러는 거야?궁금해졌다. 그래서 검색을 했다. 어떤 분이 머리가 진짜 안 마르는 머리라 20분이나 걸려도 안 마르는데 D 드라이기로 5분 정도로 모두 말렸다는 리뷰를 봤다. 보통 드라이기는 뜨거운 열로 머리카락을 말린다면 D 드라이기는 강력한 바람으로 머리의 물기를 털어낸대나 뭐라나... 와우! 20분에 말릴 머리 5분이면 살 값어가 있네.



사실 나는 겨울에만 드라이기를 쓰고 평소에는 매일 아이 머리카락을 말려주는 데 사용한다. 문제는 아이가 커가며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굵어지니까, 드라이기로 말려주는데 온종일 걸리는 기분이다. 그래도 어릴 때는 쉬지 않고 계속 머리를 말려주긴 했는데,  요즘엔 아이한테 드라이기를 쥐어주고 혼자 조금 해보라고 하고 나는 잠깐 할 일을 하러 다녀오기는 한다. 분명 둘이 나누어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으니까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한데 빨리 말려지는, 강력한 바람이 있으면 당연히 좋겠다. 마치 여름에 선풍기 틀고 드라이기까지 쐬어주면 머리카락이 엄청 빨리 마르는데 그런 느낌이려나?



그러다 또 본 D 드라이기의 어떤 리뷰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비싸다고 고민할 시간에 지르세요.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머리 말릴 때마다 만족해요" 아. 이 리뷰! 내 심장을 울렸다.



 













무슨 느낌인지 정확히 알 것 같다.  나는 가끔 물건을 진짜 진짜 고민하다가 사고는 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샀을 때거의 대부분, 내가 오랜 시간 고민한 만큼 정말 꼭 마음에 드는대다그것을 사용할 때마다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 마음을 너무 잘 안다.



그게 꼭 고가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나에겐 심지어 '나무 뒤집개'라던지, 부드럽게 머리를 빗을 수 있는 '대형 머리빗' 이라던지, 어쩌다 조금 끝이 부서져버렸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다시 붙여서 멀쩡하게 된 '나무 쟁반' 2년 동안 고민하다 산 '은반지' 라던지, 지금도 쓰고 있는 이 노트북이라던지 거의 매일 사용하는 데 사용할 때마다 너무도 뿌듯해지는 그런 여러 가지가 있다.



지금 드라이기는 매일 사용하는 것인데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평소에 절대 머리카락을 말리지 않고 어쩔 수 없이 겨울에만 사용하기 때문일까? 겨울에머리카락을 안 말렸더니 자꾸 감기에 걸려서 쓰고 있긴한데, 아마도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서, 어쩌면 내가 드라이기를 사용하는 계절이 오고 있어서 갑자기 드라이기를 바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역시 핑계가 좋군.



아마도 내가 사계절 다 사용하는 것이었으면 나는 제발 이 드라이기가 고장 나길 바라며 제사를 지내고 어떻게든 술수를 써서(완전 권모술수) 그 값비싼 드라이기를 샀을지도 모른다. 글로 쓰고 보니 진짜 말도 안 되네!!









이전 집에서는 선풍기를 한 대만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번 아이가 잘 때마다 방으로 옮겨서 사용했는데 어느 순간 거실도 너무 더워져서 거실도 방에도 각각 선풍기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그래서 선풍기를 한대 더 사려고 알아봤다. 역시 심플한 게 최고야 하며 또 그 심플하지만 감성있는 선풍기로 유명한 B사 선풍기를 알아봤는데 거의 50만 원이었다. 아니 선풍기가 이렇게 비쌀일이야? 뭐지! 이렇게나 심플하게 생겼는데 저렴해야 하는 거 아냐? 너는 선풍기가 아니라 금풍기인가?



그러다 부모님께 안마의자를 선물하게 되었는데 그때 서비스로 선풍기를 받게 되었다. 와 근데 대박! 그 제품이랑 너무도 비슷하게 생겼다. 공짜인데 생각보다 훨씬 맘에 들었다. 이 선풍기가 그 B사 선풍기와 비슷하게 생겨서 좋았던 걸까 아니면 새로운 선풍기가 생겨서 편리하게 쓸 수 있어 좋았던 걸까?



사실 드라이기도 선풍기도 비슷하다. 원래 둘 다 바람만 잘 나오면 되는 것이다. 드라이기는 머리를 잘만 말릴 수 있으면, 선풍기는 시원해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거기에 둘 다 바람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참고로 지금 나의 드라이기는 냉풍이 나오고, 선풍기는 온풍은 나오지 않아도 서큘레이터 기능도 있다.










이쯤 되면 뭐가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물건이라는 것이 기능에 충실해야 할까 아니면 기능과 더불어 감성 한 스푼 톡톡 그렇게 예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해서라도 값비싼 무엇인가로 팔려야 할 것인가. 물론 그 선택은 각자의 몫인 것 같다.



드라이기가 머리카락만 말리면 되지 싶다가도, 이 드라이기에서는 전자파가 나오지 않는다던지, 혹은 머리가 상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던지 이런 기능이 있으면 혹할 것 같다. 하긴 20분도 넘게 말리던 긴 머리를 5분 만에 말리게 되는 것은 조금 많이 탐난다.



선풍기가 바람만 나오면 되지 뭐가 중요한 건가 싶다가도 또 이왕이면 우리가 원하는 깔끔한 디자인에 추가된 감성 한 스푼에 매 순간 만족한다면 그것으로도 그것의 역할을 다 한 것 같다. 평소에도 실용적인 것보다 예쁘다고 귀엽다고 구매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오죽하면 예쁜 쓰레기라 부르는 것들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이 드라이기를 망가질 때까지 계속 써야 할까, 아니면 서둘러 D 드라이기로 교체해야 할까? 여전히 마음이 오락가락하다.



 





메인 사진 : https://pin.it/jE46j5H

본문 사진 : https://pin.it/6RpaQ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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