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air Sep 26. 2022

낯선 여인의 향기


엊그제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여인에게서 향긋한 냄새가 느껴졌다. '아~ 향기 좋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지나가며 느껴지는 향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분명 그것은 향수의 향 아니었다. 누가 느껴도 옷감에서 나는 섬유유연제의 향기였다.



오, 섬유유연제의 향기가 이렇게 진하게 날줄이야! 그 향기가 너무도 맘에 들어 그분을 쫓아가서 어떤 섬유유연제를 쓰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섬유유연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맞다. 나는 평소에 섬유유연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아이의 옷에 섬유유연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용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편은 섬유유연제 향기를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가끔 넣어준다. 잊을만할 때 한 번씩 섬유유연제를 넣어주니 아직까지 별 말이 없다. 나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향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섬유유연제를 꼭 넣지 않아도 돼서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 옷을 물려받았다. 아이 옷은 주로 조카들이 입던 옷을 물려받는다. 그리고 최근에는 동네에서 친하게 된 자매의 옷도 물려받게 되었다. 이번에 물려받은 옷을 정리하려고 꺼내는데 향긋한 냄새가 났다. '아, 은은하니 좋은 향기네~' 요즘 아이는 옷을 입을 때마다 섬유유연제의 향기로 어디서 물려받았는지 기억하고 이야기한다. "아, 이거 수지 언니 냄새야" 그러나 섬유유연제의 향기가 지속력이 얼마나 강하던지 빨래를 두세 번 정도 한 후에도 은은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아는 보통의 가정에서는 섬유유연제를 사용한다. 빨래가 향긋해진다는 것이 이유일까, 아니면 세탁 후에도 옷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일까? 나의 경우에는 건조기를 쓰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섬유유연제를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건조기 쓰기 이전에는 실내, 실외 건조 시 잘못 말리게 되면 빨래에서 지독한 냄새가 났기 때문에, 실내건조를 자주 하던 시절 섬유유연제는 필수였다. 아니면 빨래에서 종종 쉰 냄새가 나서 도대체 입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때 그 시절 때문에 지금 야외에서 하는 빨래 햇빛 샤워에 더욱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건조기를 사용하면서 섬유유연제가 거의 필요 없게 되었다. 어느 날씨, 어떤 계절에도 보송보송 말려주는 건조기는 절대 빨래에서 냄새를 풍기지 않았다. 그냥 무향의 느낌으로 건조되었다. 보송보송 좋기만 했다.  








실은 섬유유연제를 아예 쓰고 싶지 않았지만 그 향기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금 쓰고 있긴 하다. 그럼 왜 섬유유연제를 거의 안 쓰게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어느 날 알게 되었던 미세 플라스의 등장이다. 아는 게 약일까 독일까?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알고 나니 더 이상 섬유유연제를 맘 편히 사용할 수가 없었다. 매일 세탁을 하더라도 옷에 남아있는 잔여 세탁세제도 있을 텐데 거기에 더하며 미세 플라스틱까지 추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미세 플라스틱은 몸에도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번에 인공눈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이슈가 되었다. 우리 집에서는 인공눈물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비약처럼 집에 두고 사용하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때때로 아이가 눈이 간지러워 비비게 되면 빨갛게 변하곤 하는데, 심한 경우 인공눈물을 한두 방울 넣어줬기 때문에 걱정되었다. 사용하기 전에 미리 한 두 방울 버리고 사용하면 된다던데 이전에 이미 사용한 것은 어떻게 하나? 비단 우리 집뿐만 아니라 모든 가정에서 사용했을 텐데...  사실문제는 인공눈물 자체가 아니라 그 안의 미세 플라스틱이 문제이다.



사실 일상생활 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문제가 아닌 것이 뭐가 있을까. 우리가 쉽게 마시는 플라스틱 생수병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다. 심지어 우리가 최근에 가장 많이 사용했던 손소독제에도, 매일같이 사용하는 샴푸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선크림에도 스킨케어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글을 쓰려고 미세 플라스틱을 검색하면서, 그것이 함유된 것이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충격적이었다.



이쯤 되면 인공눈물에 들어있는 미세 플라스틱을 무서워할게 아니라,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과 함께 생활하고 살아가고 있대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우린 미세 플라스틱을 무서워하기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과연 이렇게 편리한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우린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오늘 글을 쓰다 보니 조금의 방법을 찾았다. 세탁을 할 때 섬유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넣는 섬유유연제 대신 '소프트 넛'이라는 것을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  소프트 넛은 soap(비누) + nut(열매) 그러니까 나무에서 열리는 비누라고 한다.




소프트 넛 : 네이버 '지키기 상점'




이 소프넛을 사용하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소프넛을 물에 끓여서 그 물을 사용하거나, 그냥 물속에 담가놓기만 해도 세제로 사용할 수 있다. 보통 세제로 사용하는 것에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세탁세제, 주방세제, 폼클렌징, 손 세정제로 대신 사용할 수 있고 천연이기 때문에 아기용품 세척이나 과일, 채소 세척에도 가능하다고 하니 친환경적이다. 무엇보다 몸에 안전하기도 하니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 및 기타 미용 제품을 소비하고 싶지 않다면, 안전한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 B-Corp 인증 제품군이 함유된 선크림, 헤어케어, 스킨케어, 물티슈 등도 있다고 하니, 이런 제품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의 몸에 안전하면서도 지구를 생각하는 것. 지금 바로 우리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참고 : ESG경제, esgeconomy

사진출처 : 소프트 넛 (천연세제 판매, 지키기)


매거진의 이전글 기능이냐 감성이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