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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08. 2022

나도 MZ니까 무지출 챌린지 시작해볼까?


얼마 전 기사를 하나 보았다. 무지출 챌린지에 빠진 MZ 세대라는 기사였다. 왜 이 기사에 더 눈길이 갔냐면 며칠 전 24살에 1억을 모았다는 사람의 영상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영상 속의 24살 직장인은 거의 매일 무지출을 일상 생활화하고 있었다. 그게 가능한 일이야? 생각 영상을 봤는데 노력한다면 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요새 MZ세대에 유행하는 무지출 챌린지가 무엇인가 하니 '자신의 예산 안에서 최대한 소비를 줄이며 생활하는 것' 말한다. 자신의 경제상황에 따라 꼭 필수적인 소비 이외엔 쓰지 않거나 자신의 방법으로 규칙을 정하고 실천하는 챌린지라는데 어쩌면 무소유보다 더 대단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평소에 우린 지출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교통비라도 매일 지출하게 되지 않나?? 그리고 출근하면 점심도 먹어야 하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커피도 마셔야 하고 하다못해 친구라도 가끔 만나게 되니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YOLO와 플렉스가 유행이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이라니, 완전 반대의 것 유행이 시작되었다니 되려 의아하기도 하다. 과연 뭐가 진짜일까?







재정기획부 '무지출 챌린지'




MZ 세대들이 만든 무지출 챌린지 영상을 자세히 보다 보면 아예 지출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통 월급 외에 앱테크, 블로그 운영, 유튜브 운영 등으로 파이프라인이 구축되어 그곳에서 나온 추가 수입으로 지출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본 월급을 건들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부가적인 수입으로 최대한 저금이 가능다. 브라보!! 열심히 살아가는 기특한 MZ세대. 그들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나는 MZ세대라고 나이는 끼어있지만 왠지 하고 있는 행동이나 느낌은 전혀 아닌 거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과연 응원으로만 끝날까?



따라서 나의 10월의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무지출 챌린지이다. 그동안 무소유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무지출까지는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24살도 하는데 나는 못할쏘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는 1인 삶이 아닌데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솔직히 3인이 살면서 무지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장 실천적인 방법으로 외식을 더 줄이더라도 매일 먹는 아침, 점심 겸 간식, 저녁의 장보는 비용은 크게 달라질 수가 없다. 그러나 깊게 생각해보면 냉파도 있고, 남겨져 버리는 것 없이 알뜰하게 먹으면 가능할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편은 타고난 미니멀리스트이고, 아이는 장난감을 덜 사면되고(지금도 거의 안 사주지만), 나의 소비 스타일은 최근에 많이 변했기 때문에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우리 가족도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결심은 제주에서 멋지고 유명한 카페에 가는 횟수는 좀 줄여보기로 한다. 아... 나의 유일한 취미가 제주 카페 투어인데, 제주에서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할 생각에 벌써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며칠 전 제주로 여행 오신 엄마가 나의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듣더니 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아마도 엄마는  '절대 쓰지 않고 악착같이 모으기'에 포커스를 맞춘 듯하다.



평생 알뜰하게 살아와 지금은 비로소 넉넉해진 엄마의 눈에는 딸이 그렇게 사는 것은 싫었나 보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24살에 1억을 모은 그 직장인 유튜버를 보며 반반의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경제관념이 제대로 박혀있어 절약하며 열심히 사는 그녀는 대단했고, 한편으로 24살 한창 예쁘게 꾸미고 재밌게 놀 나이에 너무 소박하게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만약 내 딸이 저렇게 지낸다면, 저렇게까지 열심히 돈을 모으며 살고 있다면 나는 진정으로 응원하며 기뻐해 줄 수 있을까? 물론 그것 또한 딸의 선택이겠지만.



과연 나는 24살, 한창 열심히 꾸미고 놀 나이에 그런 것들을 모두 다 포기하며 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 절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30n살에 이러고 있는 걸까?라는 죄책감도 들기도 한다. 아, 쉽지 않은 인생.



대신 엄마는 그러한 얘길 하는 나를 보더니 "살림을 하더니 이제야 알뜰해졌구나!"라고 말하신다. "아니 나 원래 엄마 닮아 알뜰했는데?"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알뜰하긴 한 건지, 작은 돈을 아껴야 큰돈을 모으는 건지, 큰돈을 아껴야 작은 돈이라도 열심히 모아지는 건지.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의 생활은 돈을 모으기도 쉽고, 돈을 쓰기도 쉽다는 것이다. 친구들을 만날 일이나 쇼핑할 일이 절대적으로 적으니 그런 돈을 쓰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맛있는 외식이라도 하려면 비싼 관광지 물가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이고  뷰 좋고 멋진 카페를 찾아가는 일도, 관광지 입장료 등의 들어가는 돈이 많아 쓸 일도 많다(계속 오름만 올라가고 올레길만 걷고 바다만 볼 수는 없잖아?)



내 수준에 맞게, 상황에 맞게 살아가기. 아마도 앞으로 내가 선택해야 할 몫인 것 같다. 어찌 됐든 조금이라도 경제에 눈을 뜨고 있는 을 보니, 이제야 조금씩 정신이 들고 있는 것 같다. 조금씩 변해보자! 당분간아낄 수 있는 곳은 아끼고 쓸 수 있는 것에는 잘 써보자 다짐해본다. MZ 세대 파이팅!








메인 사진 :  Katie Hard / unslpash

본문 사진 1 : 기획재정부

본문 사진 2 :: Annie spratt / unslp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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