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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20. 2022

돈을 모아서 뭘 하지?



요즘은 파이어족의 생활을 눈여겨보고 있다. 어느 날 블로그에서 우연히 보게 된 파이어을 알게 되어 관심 가지다가 요즘엔 유튜브에 파이어족이라고 치면 콘텐츠가 어머어마하게 나오는 것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 내가 느끼는 파이어족은 돈을 충분히 모은 후에 비로소 돈에서 벗어나 자유의 삶을 사는 것 같다. 그리고 책에서 본 파이어족과 유튜브에서 본 파이어족의 삶은 조금 달라 보이기도 다.



요즘 돈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모으다간 파이어족은 꿈도 못 꿀 것 같다. 평생 파이어족의 ㅍ근처에도 못 갈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당연하게도 현재 나에겐 경제활동이 없는데 돈을 어떻게 모은다는 거지? 그러니까 돈을 모으고 있다는 것 자체 말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개미 똥만큼 모으다 보면 돈이 신기하게도 모아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투자도 하고 주식도 하고 코인도 했던 것일까?? 









아이를 낳고 경제활동을 너무 오래 쉬었더니 내 수중에 돈이 별로 없었다. 평소에도 자잘한 물건을 사는 것을 좋아했고, 또 수준에 맞지 않는 고급 물건 사는 것도 즐겨했으니 통장에 돈이 모일 세라 빠져나가는 돈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나는 동안 현실감 제로인 철부지로 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조금의 돈과 가끔 아이가 받은 용돈이나 매달 받는 생활비에서 남는 돈을 조금씩 모아보았다. 그 외에 당근 마켓으로 정말 소소하게 벌기도 했다. 버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쇼핑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최대한 쓸데없는 것을 사지 않는 삶. 그렇게 하니까 정말 조금씩, 티도 안 나게 통장이 불어났다.



거기에 지난해 일했던 월급과 블로그로 하던 아르바이트, 실업급여까지 받으면서 시드머니가 폭발적으로 늘게 되었다. 그동안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돈이 통장에 들어있었는데 이제 제법 큰돈이 통장에 모아지고 있었다. 역시 일하면서 받는 월급으로 시드머니를 만들어야지 일하지 않고 소소하게 생기는 돈으로 모으는 것은 자체가 불가능하구나 생각이 든다. 으그...당연한 소리.









그동안은 가진 돈이 없었으니까 별 생각이 없었다. 아니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다 돈이 조금 모이고 나니 부쩍 이 돈을 모아서 뭘 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어차피 이 소소한 돈으로는 집은 당연히 못 살 것 같고, 갖고 싶은 고급차 정도는 살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개미처럼 열심히 모아 온 돈을, 한 번의 지출로 차를 사버리자니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고급 브랜드 제품을 사기에도 조금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엇인가를 사는 것'에는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의 지난 영상을 보다가 경수진 씨가 작업실을 얻는 것을 보았다. 혼자 사는 집도 있지만 본인의 일이나 취미생활을 위한 공간, 개인 사업의 장소로 작업실을 얻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다가 '아!' 하고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 후 내가 가진 돈으로 작업실을  얻어야겠다는 생각 강하게 하게 되었다.



'네가 작업실이 왜 필요해?'라고 물으신다면 나도 그런 공간이 하나쯤 꼭 갖고 싶었다. 그곳에 매일 출근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집에는 내 공간이 마땅치가 않다. 내 공간은 어째서 맨날 부엌의 식탁이 돼버리는 것일까. 이번 집은 거실과 부엌이 합쳐진 넓은 하나의 공간이라서 엄청 크고 넓긴 하다. 그런데 일을 하다가 고개를 돌려 부엌을 보면 아침에 미처 치우지 못한 설거지거리가 날 기다리고 있고, 만들어야 할 저녁 재료들이 있어서 신경 쓰이곤 한다. 때론 책을 읽거나 글 쓰는 동시에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어서 시끄럽기도 하고, 밖의 날씨가 화창하면 이불을 널고 싶고, 빨래도 햇빛에 말리고 싶고 집중하기가 부족해진다. 이곳에서는 체가 집안일과 나를 분리할 수가 없다.




집에서는 주부로서의 나와 일하는 내가 한 몸이다. 글을 쓰다가 빨래를 널고, 책을 읽다가 설거지를 하는 입장이 계속되면 가끔 서글퍼지고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태껏 모은 돈으로 작업실이 얻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거나 넓지 않아도 되고 그냥 깨끗하기만 한 곳이면 참 좋겠다. 오직 나만을 위한 공간












일단 내 작업실이 생기면 책상을 사러 가야겠다. 고급 원목 책상은 아니더라도 마음에 쏙 드는 책상을 살 것이다. 실은 몇 년 전부터 점찍어놓은 원목가구 브랜드의 책상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작업실에 놓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리고 그것에 어울리는 의자를 찾아야겠다. 어쩌면 직업인으로서의 삶이니까 좋은 의자를 살까 한다. 오래 앉아있어도 자세도 교정되고 편한 의자로 말이다.



그리고 나에겐 자전거가 있으니까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면 좋겠다. 집에서 운전하고 주차하고 도착하면 이미 너무 기진맥진일 테니까 그 거리가 딱 좋겠다.











사실 이왕이면 여기 제주도에 하나, 영원히 가질 수 있는 작업실을 하나 마련하고 싶긴 하다. 바다 건너 멀리 비양도가 보이는 카페처럼, 바다 앞의 통창을 가진 작업실을 얻고 싶지만 내가 가진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언제, 어느 곳에 얻을지 모르는 작업실이지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고나 할까? 나도 이런데 돈이 많은 부자들이나 파이어족들은 안 먹어도 배부르겠지? 나는 아직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데...




내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언제 작업실을 얻을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생각해보는 동안 참 즐겁다. 무엇보다 의미 없이 모으기만 했던 돈에 조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식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지만, 언젠가 나도 나만의 작업실에서 글을 쓸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웃음이 실실 난다.  




어서 빨리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나는 파이어족은 안돼도 좋으니 그냥 방 한 칸만 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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