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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ug 16. 2022

코로나에 걸렸다는 거짓말

오전 11시, 오늘도 어김없이 제주도에서 보내주는 안전문자가 울렸다. 오늘은 코로나에 1391명이 걸렸다. 어제는 1473명, 그제는 1913명이 걸렸다고 문자가 왔다. 이전에도 코로나에 꾸준히 걸리고 있었지만 7월 중순부터 다시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코로나의 재유행현실화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이 예전처럼 몸 사리거나 조심하지 않고 그냥 보통 생활을 보내는 것 같다. 이전처럼 외식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간다. 어느 정도 일상으로 회복한 느낌이다.




최근에 친한 친구들과 연락을 했는데 지난번 코로나 대 유행 때도 걸리지 않았던 코로나를 이번에 걸렸다고 했다. '결국 다 걸리고 지나가는구나 ' 물론 지난번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우리 가족도 이번에 걸리지 않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위드 코로나. 어차피 지금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나에겐 그렇게 큰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코로나 상황이 너무도 익숙해져서 매일 쓰는 마스크로 불편하지 않고, 외식도 그렇게 자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제주도에 사는 동안은 여행다닐 생각도 안 했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겪었던 코로나의 단점 대신 나에겐 점점 장점이 늘어났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소규모화 된 결혼식, 돌잔치 등의 라던지, 불필요했던 행사들이 줄어드는 것도 기뻤다. 그리고 그동안은 거부하게 되면 종종 사회 부적응자 취급을 받던 여러 가지 모임에 핑계되기도 좋았다. '코로나 조심해야 하니까 다음에 만나자'














결국 이번에 코로나를 핑계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아직 우리 가족은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여전히 만나기 싫은 약속이 있었다. 만나는 어른들도 다지 맞지 않고, 아이들도 우리 애랑 그렇게 잘 어울리는 거 같지 않은 느낌이고, 그냥 자연스럽게 만나기엔 늘 걸리는 것이 많은 사람과의 약속이다. 아. 정말 만나기 싫다. 그런데 왜! 만나자고 했을 때 오케이 했을까 연신 후회 중이었다. 한 2주 전에 잡은 약속이었는데 2주간 내내 불편하고 찝찝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약속 날은 점점 가까워왔다.



어쩔 수 없었다. 코로나 핑계를 대자. 결국 코로나에 걸리지도 않은 남편을 코로나에 걸리게 했다. 남편이 내가 별것 아닌 일로 계속 고민하는 모습을 보더니 허락해주었다. 다들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만나기 싫은 만남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연일까 싶게도 그날 밤 밤새 아이가 열이 났다. 다음날엔 콧물이 줄줄 흘렀다. 다행히도 코로나는 아니고 비염으로 인한 감기였다. 나름 뻔한 핑계의 거짓말이었긴 한데 결국 아이가 아팠기 때문에 어차피 못 만날 뻔 하긴 했다.  



그런데 그 지인에게 남편이 코로나 걸렸다는 핑계를 대고 받은 답장엔 마치 '그럴 줄 알았어'의 뉘앙스가 있었다. '왜.. 내가 거짓말하게 생겼나?' 그 답장을 보면서 아마도 아이가 아파서 못 본다고 했어도 나는 의심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잘못한 것은 나니까.










그런데 똑같이 당했다.




이번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오기로 한 친한 언니가 있었다. 이번 주에 온다고는 했는데 비행기 티켓 예약을 안 하길래 못 올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낼 모래 도착한다는 언니가 아직도 연락이 없다니 이상하다 생각하며 연락을 다. 글쎄 언니가 제주에 못 온다고 한다.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어" "응? 뭐라고?!!!"



코로나에 옮을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처음엔 너무도 친한 언니라 거짓말이라고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손님이 오시면 좋기도 하지만 귀찮은 것은 언니가 아니라 난데? 그렇지만 역시 제주도로 여행 오는 것도 큰일이지? 과연 뭐가 진실일까...



만약 내가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의심이다.



어른이 되어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는데 오랜만에 거짓말을 했다. 언제고 한번 써먹을 코로나 핑계 거짓말이었는데, 이번에 내가 쓰고 결국 내가 당한 것 같아서 조금 웃긴 상황이다.



앞으로 다시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정직하게 살아야지.







메인 사진 : https://pin.it/9CgQDnl

본문 사진 : https://pin.it/9CgQD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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