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한 개는 왜 안 팔아요?

by Blair


겨울이 되면 그렇게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호떡이다. 갓 구워진 호떡을 종이컵에 받아 들고 꿀에 입이 델까 조금씩 조심스럽게 먹는다. 지금도 시장에서 호떡을 발견하면 그 즉시 사 먹고야 만다. 어릴 때도 동네에는 잘 팔지 않아, 시내에 가면 줄을 서서 사 먹던지, 아니면 엄마 차를 타고 지나가다 길가에 호떡집이 보이면 세워달라고 말해 호떡을 사 먹던 때가 있었다. 나중에 서울 중심가, 오피스들로 둘러싸인 곳에 살 때는 백화점에 가야 호떡을 만날 수 있었다. 백화점 호떡은 너무 비싸다. 자고로 호떡은 길거리 음식이라 저렴해야 하는데...



제주에 오기 전에 서울에서 살던 곳에는 시장 초입에 호떡 맛집이 있었다. 워낙 유명한 동네 맛집이라 겨울이면 호떡집에 불이 났다. 나는 겨울 말고도 종종 가서 사 먹곤 했다. 어느 날 호떡을 사려고 기다리는데 주인아저씨가 전화를 하고 계셨다. 어디에선가 이 호떡집이 대박이나 아파트를 사셨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하필 그 아파트에 하자가 있었는지 호떡을 굽다 말고 전화로 하자 as 요청하고 계신 모습을 보니 '소문이 진짜였어?' 하며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호떡 굽는 재빠른 손!





아무튼 제주에 오니 길거리 음식이 어찌나 귀한지 모르겠다. 내가 도심과 조금 떨어져 사는 이유도 있고, 골목골목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내가 호떡이 먹고 싶을 때마다 가는 곳이 있다. 무려 호떡집이 줄줄 서있는 호떡 거리이다.



바로 동문시장의 호떡 거리다. 동문시장에는 정말 많은 입구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이다. 동문시장의 메인 입구 왼편으로 위치하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했는데, 그때부터 동문시장에 갈 때마다 들리는 나의 애정 팟이 되었다. 호떡 거리에는 초입부터 호떡 노상 여러 개가 쭈욱 늘어서 있다. 그리고 끝집에는 빙떡도 판매한다. 매번 호떡만 먹다가 언젠가 호기심에 빙떡을 사 먹어봤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좋은 경험이었다.



처음 호떡을 먹을 때는 종이컵에 호떡을 담아 들고 동문시장을 구경하며 먹었다. 그러다가 호떡의 꿀이 손에 떨어져 손을 데었다. 그날 갓 만들어진 호떡은 정말 뜨거웠다. 결국 손을 데어서 빨갛게 데어버린 열기를 식히느라, 종일 차가운 수건을 손 위에 올려두었고 아픈 손이 신경이 쓰여서 그날 하루 동문시장 구경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던 슬픈 기억도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호떡을 먹으러 갔다. 아니 사실 채소를 사러 갔다. 요즘 동문시장은 더 이상 구경 아니고 정말 구매를 하러 다녀온다. 요즘의 나에겐 왠지 채소를 시장에서 사야 더 신선할 것 같은 그런 믿음이 있다. 무튼 시장에 들어가기 전 호떡 한 개는 필수 코스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일찍 도착했다. 이제 막 열었는지 호떡을 갓 굽고 있는 첫 호떡집 눈에 들어왔다. 갓 구워진 호떡을 보며 침을 흘리며 "호떡 한 개 주세요"라고 말했다. "한 개는 안 팔아" "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호떡 한 개를 안 파신다고요? "개장이라 호떡 두 개는 팔아야 해, 한 개는 안 팔아" 잠시 고민했다. 두 개를 살까? 그러나 두 개는 조금 많은데... 결국 어버릴 호떡을 한 개 더 사서 종일 들고 다니고 싶지 않았다.



후퇴하자.




아... 오늘 호떡 먹기는 글렀다보다. 그 후로 2개의 호떡집을 지나쳤는데 선뜻 다른 집에 들어서기가 망설여졌다. '다들 개장이라 호떡 하나씩 안 파는 거 아냐?' 그동안 호떡을 20년 정도는 사 먹어본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정말 오픈할 때 호떡을 하나만 팔면 그때부터는 장사가 안되나? 그날, 그 시간 호떡집은 세 곳이 오픈해있었다. 오후가 되면 모든 호떡집이 오픈할 테지만 이른 아침에는 그러했다.



소심해진 나는 선뜻 다른 호떡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모두 지나쳐서 동문시장으로 들어가려는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호떡을 못 먹으면 적어도 열흘은 못 먹을 텐데... ' 오늘 호떡을 먹지 못해서 며칠 동안을 그리워하는 것은 힘들 테니 가던 길을 되돌아서 끝 쪽에 열려있던 호떡집에 들어갔다. "저 호떡 한 개도 살 수 있나요?" 그걸 왜 묻냐는 듯이 "당연하지, 어떤 걸로 줄까?" 그곳엔 쑥과 기본 두 가지 호떡의 종류가 있었다. "쑥으로 주세요" 그렇게 오늘도 호떡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1개 천 원, 쑥 호떡입니다.





다행히도 그곳엔 나보다 먼저 와서 먹고 있는 단골분이 계셨다. 세상에 호떡 한번 거절당했다고 별게 다... 이렇게 소심해진다. 첫 호떡집의 할머니가 굳게 믿고 있는 신념을 무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조금 아쉬운 마음은 있다. 호떡을 내가 공짜로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내게 호떡의 맛은 거기서 거기다. 그냥 추운 바람이 들어오면 먹고 싶은 간식이지 그것의 맛을 일일이 구별할 정도로의 탁월한 미각이 나에게 있지 않다. 제주 동문시장에 오기 전에, 코로나 이전에는 남대문 시장에 가서 호떡을 사 먹을 때가 있었다. 몇 달에 한번 정도 아이 옷을 구경 간다는 핑계로 남대문에 들려서 호떡을 먹곤 했다.



아이들 옷이 팔던 그 삼거리 사이에서 씨앗이 가득 들었던 호떡을 먹은 기억도 있고, 생활의 달인에 나온 호떡의 달인 매장을 지나가다가 궁금해 사 먹었던 날도 있었다. 호떡은 내게 길거리 음식 1순위다. 특히 새로 가는 시장에는 거의 대부분 호떡이 팔고 있기 때문에 꼭 하나는 먹고 가야 한다. 어쩌면 내게 호떡은 시장에 갔을 때 들리는 필수 코스 인지도 모르겠다.



아마 다음번 호떡을 먹을 때에는 동문시장 호떡집 할머니가 생각날 것 같다. 그때마다 나는 호떡을 사는 것을 주저할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들어간 다른 호떡집의 아줌마는 되려 나를 위로해줬다. 아직도 그런 것을 믿는 어른들이 있다고 그러니 신경 쓰지 말라고... 그래서 어쩌면 호떡집 아줌마의 위로도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호떡이 뭐라고... 이렇게 깊게 생각하니...

그래도 난 호떡이 좋다. 아...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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