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계속된다.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코로나 후유증이 오래가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나에게도 생긴 후유증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코로나에 걸린 남편은 증상 중에 기침이 없었던 대신 목이 많이, 오랫동안 아팠는데 그 목이 낫자마자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 그리고 후유증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남편이 나보다 더 빨리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부러웠다. 아무튼 자가격리가 끝나고도 계속 기침을 해대는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병원에 다시 다녀오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병원에 가기 싫다고 했다. 병원에 가기 싫은 나는 기침을 참아보았다. 신기하게도 기침을 사흘 정도 열심히 참았더니 기침을 확 줄어들어 어느덧 기침을 하지 않게 되었다. 기침을 참는다고? 사실 이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그때도 이미 이렇게 기침을 심하게, 오랫동안 한 적이 있다. 그때도 한 달을 넘게, 거의 두 달 가까이 기침을 계속했었다. 병원을 여러 군데를 가봐도, 항생제를 아무리 먹어도, 여러 가지 약을 먹어도 기침이 쉽게 잦아들지 않아 고생했다. 꽤 오랫동안 낫지 않아 큰 병원에 검사하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어느 날, 갑자기 기침이 사그라들었다.
과거에 이미 기침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기침을 이렇게나 오래 했더니 내가 기침인지, 기침이 나인지 혼란스러운 때가 왔다. 병원을 다녀도 약을 먹어도 기침이 멎지 않는 내 몸이 불쌍했다. 그러다 우연히 기침을 참아보았는데 또 그 순간은 기침이 참아졌다. 그러다 기침 참는 연습을 길게, 오랫동안 했더니 사흘 후 정말로 기침이 사라졌다. 오! 이런 일이!
콜록콜록, 왜 기침이 멋질 않는 걸까
우리는(남편과 나) 내가 하는 이 기침을 '마음의 병'이라고 부른다. 왜 그렇게 부르냐면 직접적인 원인이 있어서라기 보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마음의 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니까 며칠 동안 기침을 참는다고 기침이 사라지기도 하지. 그러나 마음의 병은 언제나 다시 찾아오기 일쑤기 때문에 어젯밤에 다시 거짓말처럼 기침이 시작되었다.
어젯밤에 크리스마스트리 주위에 고인 흥건한 물을 발견했다. 우연히 남편이 발견했는데, 트리 주위에는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었다. '왜 이곳에 물이 이렇게나 많이 고여있지?'
그날 종일 밖에는 눈이 내렸다. 그래서 눈이 녹아 집으로 들어왔나? 싶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물의 흔적을 따라가니 1.5m 정도 떨어진 싱크대 아래가 축축해져 있었다. 이 싱크대로 말하면 겨우 두 달 전에 50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고압 청소로 배관을 뚫은 것이다. 분명 두 달 전에 꽤 고생을 하며 깨끗하게 뚫었는데... 설마 눈이 와서 세면대가 얼었을까? 아니면... 설마 또 막힌 거야??????
흥건해진 트리 주위와 싱크대 바닥을 닦고, 앞에 매트를 걷었더니 매트 아래가 이미 축축하다. 물이 많이도 흘러넘쳤다. 매트도 들어서 닦고 말리고 어찌 저찌 수습을 끝냈다. 그 후 싱크대 앞에 주저앉았다. 손전등을 켜서 싱크대 바닥을 체크하다 보니 또 걱정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다음 주에 다시 as업체를 불러야 하나... 요즘 눈, 비에 날씨도 궂고 다시 몇 시간을 또 뚫는 작업은 쉽지 않을 텐데... 휴, 걱정이다.
그런 일이 있는 후, 어느 순간 기침을 다시 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어? 왜 기침이 다시 나오지? 분명 멈췄었는데? 다시 병원에 가고 싶지 않은데 다시 기침이 시작되었다.
마음의 병은 결코 큰 일에 의해 생겨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과연 내 기침은 코로나 후유증 때문일까, 마음의 병 때문일까...?
몸도 마음도 예민하게 태어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적당히 덥고, 적당히 춥고, 뭘 먹어도 체하지 않고, 대단한 알레르기가 없고, 무리한 다음 날 적당한 근육통만 느끼는 튼튼한 몸으로 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미리부터 과하게 걱정하지 않으며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그 어려움의 크기만큼만 괴로워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예민한 사람은 불편한 사람과 함께 밥을 먹으면 바로 체해서 가슴을 치며 고생하고, 무리를 하고 나면 제대로 고장이 나서 종일 조금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다가올 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위기가 닥치면 녹다운되어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기도 한다.
p55, 임이랑,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가 주리
몸도 마음도 예민한 나라서 마음의 병은 자주 찾아온다. 이번 기침이 다시 오래갈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다시 병원을 가야겠다. 그러나 병원을 다녀온다 하더라도 기침이 정말 약으로 멈출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의구심이 들긴 한다. 그래도 가봐야겠지?
작은 바람이 있다면 제발 기침이 올해까지만 나오면 좋겠다. 새해에는 아주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니던 예민을 툴툴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마음이 병이 덜해지는 새해가 오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