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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23. 2021

밤마다 야식을 먹으면 생기는 일

체다 치즈볼 언제 다 먹지 



나는 어젯밤 거대한 체다 치즈볼 통의 뚜껑을 열었다. 정말로 정말로 거대하다. 내가 여태 산 과자 중에 가장 큰 사이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자가 시작이 아니었다. 이미 오징어 한 마리를 먹고 옆에 맥주를 가져다 놓고 맥주를 마실까 말까 고민 중이었다. 그것도 맥주와 오징어를 같이 먹을까 하다 맥주랑 오징어를 먹으면 너무 배부르니까 먼저 오징어를 먹었다. 그러면 맥주가 안 먹고 싶겠지? 그렇게 오징어를 먹고 잠시 넷플릭스를 보며 쉬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나왔다. 내 앞에 맥주가 있는 것을 보고 "그 캔 내가 열어줄까?"라고 묻는다. 친절해라. 나의 손톱은 가끔 너무 짧아서 캔을 못 따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날이 있는데 아마도 남편은 내가 맥주를 가져다 놓고 따지 못해서 못 마신다고 생각했나 보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답을 고민했다. "아니야 이거 바라만 보려고 가져다 놓은 맥주야" 혹은 "그래 난 오늘도 마셔야겠지" 답은 둘 중에 하나였다. 내가 고민한 사이 내 대답을 듣지 않은 채 남편은 그 맥주를 따서 내 눈앞에 놓아주었다. 눈앞에 있는 맛있는 음식을 버리는 것은 죄다. 그래서 나는 한 모금 마셨다. 상쾌하다. 

"캬~ 이 맛이야" 역시 밤에 먹는 음식은 다 맛있다. 나는 또 열심히 마신다. 내가 맥주를 마시며 예능을 보는데 남편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와서 앉아 함께 보고 있다. 난 요즘 '나는 솔로' , '돌싱글즈' 이런 류의 예능프로그램에 빠져있다. 왜 이런 것은 혼자 봐야 재밌을까? 하지만 옆에 앉은 남편이 민망하지 않게 옆으로 잠깐 비켜주며 넷플릭스 보는 것을 셰어 했다. 이때 남편은 옆에 앉아 주섬주섬 아이가 먹다 방치해놓은 뻥튀기를 가져와 먹기 시작한다. 뻥튀기라니 맥주랑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오빠, 나랑 체다 치즈볼 먹자" "그래 좋아!" 그렇게 나는 오늘의 3번째 야식으로 체다 치즈볼 뚜껑을 열게 되었다. 이 체다 치즈볼의 용량은 370g인 주제에 무려 1850 칼로리를 가지고 있다. 칼로리 확인을 하며 다시 놀랬다. 





 악마의 칼로리 체다 치즈볼




나는 사실 이 체다 치즈볼 대용량 통을 마트에 갈 때마다 봤는데 그때마다 선뜻 사지 못했다. 저것을 사는 순간 나의 뚱뚱해질 모습이 그려졌다. 그렇다 나는 365일 다이어터다. 정말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사실 열심히 더 이상 살이 찌지 않게 위해 노력하는,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나 소극적인 365일 다이어터인 것이다. 그런데 드디어! 이 체다 치즈볼을 살 결심이 들었다. 그건 바로 딱 하나의 이유 었다. '집에 손님이 온다' 나와 함께 체다 치즈볼을 맛있게 먹어줄 친구들이 오고 있다. 지난번 우리가 만났을 때 밤새 맥주 몇.. 캔과 안주를 먹었던가. 친구네 집에서 끝도 없이 나오는 안주를 보며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고 우린 덕분에 학창 시절 이후로 밤을 새봤다. 그날의 기억이 꽤나 즐거웠던 나는 안주 중에 1개로 이 체다 치즈볼을 준비해뒀다. 왜냐하면 나는 이번에 누군가와 함께 먹지 못하면 이 궁금한 체다 치즈볼을 나는 영원히 먹어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친구는 그날 저녁에 딱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물론 저녁에 반주로 한잔씩 하긴 했다. 아... 방으로 들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그날의 우리는 어디로 갔는가 탄식했다. 친구도 들어가서 자는 마당에 나만 계속 마실 수 없었고 그래서 그냥 그렇게 체다 치즈볼을 꺼내지 못하고 두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는 오늘 드디어! 그 체다 치즈볼을 뜯었다. 다행히 나의 좋은 친구인 남편과 함께 먹을 계략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남편이... 먹지 는다. 이 체다 치즈볼은 온전히 나의 몫이 되었다. 나는 이제 살찌는 일만 남았다. 






밤마다 야식을 먹으면 생기는 좋은 일은 없는 걸까?




나는 밤마다 열심히 먹고 마시는 남편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마른 여자였는데 이제는 남편보다 더 열심히, 신나게 먹는 것 같다. 야식의 문제는 끊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밤마다 입에 넣을 무엇을 찾아 집을 헤맨다. 아까는 아이를 재우며 나도 잠시 잠들었다. 가끔 그렇게 졸려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딥슬립에 빠질 때가 있는데 운이 좋으면 30분, 때론 1시간 내로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운이 나쁜 날에는 아침까지 자기도 한다. (오 나의 밤...) 아무튼 1시간 만에 끝내 일어나(너무 장하다) 잠깐 책을 폈는데 앉은자리에서 그 한 권을 다 읽게 되었다. 사실 내 취향의 책은 아니었는데 작가가 글을 너무 잘 써서 '나도 이렇게 잘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읽다 보니 한 권을 다 읽었다. 뚝딱! 그런데 나는 그냥 얌전히 책만 봤을까?



하필 오늘 우린 대형마트에 들려 무려 15만 원어치의 장을 봤다. 그 속엔 정말 고기, 야채, 등등등 아주 다양한 것들을 샀는데 거기에 하나! 남편이 마지막 계산하는 계산대에서 굳이, 기어코 마이쭈를 샀다. 마이쭈를 사는 30대 아저씨의 귀여움이란 정말 탄식이 나온다. 나는 아이를 위해 사는 것인지 알았는데 보통의 엄마라면 아이에게 저렇게 대놓고 마이쭈 몇십 개가 담긴 '한 통'을 주려고 사진 않을 것이다. 아빠도 역시 다른 이유로 아이를 위해 산 것은 아니었다. 과연 다행일까? 그 마이쭈는 본인 운전할 때 입을 위한 용도로 산 것이다.(운전하는데 왜 입이 심심할까) 



나는 책을 읽다 눈을 들어 집안을 스캔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것을 찾아냈다. 어쩜 아까 아이가 볼 수 없게 보게 감춰둬서 나도 영원히 잊고 지낼 수도 있는데, 나는 마이쭈를 찾아냈다. 그것을 찾아낸 것은 너무 뻔한 이유다. 책을 읽으며, 밤잠을 깨기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가져다 놨다. 보기엔 작은 통이지만 정말 많이도 들었다. 나는 그것의 뚜껑을 열었다. 처음엔 한 개, 다음엔 두 개, 그다음엔.... 그렇게 15개 정도를 넘게 먹었다. 마이쮸 통의 절반이 사라졌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책 한 권을 읽으며 마이쮸 반통을 먹는 일은 아주 쉬운 일이 되었다. 



문제는 그렇게 많은 양의 마이쮸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적은 양(?)이라 배가 부르지 않다는 것. 나는 오늘만큼은 야식을 먹지 않아볼까 싶어서 물을 끓여서 디카페인 커피를 끓여마셨다. 그러면서 다시 속이 편안해지면서 다시 어떤 달고 짜고 자극적인 무엇인가가 먹고 싶어 졌고 이어서 다시 문제의 체다 치즈볼을 꺼냈다. 나는 지금 그것을 또 먹고 또 먹고 있다. 한 손에 자꾸 묻어서 손을 빨아가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추접함도 보이고 있다. 



나도 야식을 끊고 싶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언제나 실패이지 않는가. 나는 또 이렇게 '야식은 내일 끊어야지'라고 말하며 열심히 먹고 있다. 내일 야식의 문제는 미래의 나에게 맡긴다. 내일의 나는 야식을 끊을 수 있길 바라며 또 배를 통통 두드리며 자러 들어간다. 아침이 되어도 들어가지 않는 배를 어루만지며(!) 아 어제 내가 왜 이렇게 먹었을까 후회하는 것도 참 지친다. 그러나 밤이 되면 자꾸만 생각나는 야식 덕분에 나는 밤마다 참 재밌고 즐겁고 생기가 넘친다. 이렇게 야식의 굴레는 계속된다. 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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