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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Feb 09. 2023

왜 그게 안될까?


요즘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데 그 와중에 늘 엄마 혼자 아등바등 거리는 것이 좀처럼 참을 수가 없었다. 한 가족인 아빠와 아이는 왜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는 걸까? 그래서 왜 들어도 되지 않을 잔소리를 듣는 걸까?



예를 들면 그러하다. 아이의 아침 일상은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다녀와 옷 갈아입기. 그다음 밥 먹고 우유 마시기, 그 후 양치 및 세수하고, 화장실 다녀오기. 그러면 유치원에 갈 준비는 끝이다. 겉옷과 마스크는 엄마가 챙겨준다. 하원 후에는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간식 먹고, 가방정리(도시락 꺼내기) 및 숙제하기.



예체능 학원 가는 날 빼놓고 매번, 매일 같은 일상인데 왜 이게 어려울까?



그래도 지난번 잔소리를 심하게 했던 덕(?)에 아침 일상은 완벽하게 터득한 것 같다. 그런데 하원 후 루틴은 여전히 헤매고 있다. 아무래도 유치원에 갔다가 생각주머니를 놓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그래, 아이니까 때때로 까먹을 수도 있지 싶다가도 1년도 넘게 같은 일상인데 까먹는 것을 보면 황당스럽기도 하다.



어느 날 친구랑 전화를 하다가 아이에게 화를 한 번도 내지 않을 성격을 가진 친구가, 아침마다 아이에게 서두르라고 화를 낸다고 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매일 나만 화를 내는지 알았으니까. 친구의 말에 되려 안심이 되었다. 우리 애만 그러는 것이 아니구나.









아이가 지금보다 어릴 때는 이런 기대감이 없었다. 내가 해주면 되니까. 내가 옷 입혀주고, 로션 발라주고, 밥 먹여주고 그런 것쯤은 몸이 힘들어도 아이 키우는 것이 다 이렇지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최선으로 해줬다. 그런데 이제 스스로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나이가 된 것 같은데 (다들 하던데...) 안 하고, 늘 잊는 모습에 속이 터질 지경이다.




지난번에도, 지지난번에도 분명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 다. 엄마도 매번 잔소리하는 것도 싫으니까. 이게 혼날 일일까? 너무도 기본적인 일인데 왜 그게 안되는지 모르겠다. 머리로는 아이니까 안될 수도 있지 생각하는데 막상 매번 안 하고 꾸물거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속에서 조금씩 열이 부글부글 끓어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나도 이런 사소한 것으로 화내는 엄마가 되고 싶진 않다 정말.








사실 내 속마음은 런 것 같다. 올해 학교에도 가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 학교 생활은 잘할 수 있을까? 엄마가 있어도 이런데 없을 땐 얼마나 엉망일까, 엄마가 다 해줘서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은 아닐까? 이런 다양한 마음들이 내 안에 공존하는 것 같다.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놀면 마음 편하고 좋을 텐데... 아닌가? 그건 엄마 생각인가? 하긴 나도 그랬던 날들이 있던 것 같다. 어릴 때 나도 별 수 없었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아마 우리 엄마 속도 답답해 터져 버렸을 수도... 그래서 앞으로 초등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작전을 바꿔야 한다. 언제까지 잔소리로, 부모의 도움으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행동하는 아이 '




응? 이제 초등학교에 가는 아이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말이야? 물론 지금은 벅찬 일이다. 당연히 당장 이렇게 할 수 있으리라곤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연습해나가다 보면 점점 그런 아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아이는 앞으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잔소리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판단에 의해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도, 학업에서도 적용될 테지.



그래서 오늘은 아이랑 매일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스스로 해야 할 일'에 대해 계획을 짜보게 했다. 매일 하던 루틴이 있었으니 계획을 짜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계획표 만들어 일단 잘 보이는 곳에 붙여뒀다. 그것을 보니 방학마다 만들었던 생활계획표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그때 우리가 괜히 방학마다 생활계획표를 짠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는 것, 그것은 우리에겐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다들 이런 생활계획표 만들었죠?




물론 오늘 계획표를 만들었다고 해서 아이가 금방 달라질리는 없다. 그러나 언젠가 스스로 혼자 잘 해내는 그날을 위해 조금 더 기다려 주기로 한다. 우리 부모님이 날 기다려줬던 것처럼. 결국 혼자의 힘으로 해내야 하는 날은 오고 말 테니 아직은 조금 더 도와주기로 한다.    



진짜 아이를 위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다. 정답은 아직 전혀 모르겠다. 키우다 보면 알게 되겠지 여전히 나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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