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고집하진 않지만

by Blair

오늘 입은 옷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 옷을 대체 몇 년이나 입고 있는 거지? 생각해 보니 꽤 오랫동안 입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년 꺼내어 자주 입을 때도, 가끔 입을 때도 있는데 특히 요즘은 매일 열심히 입고 있다. 그 이유는 아침마다 별생각 없이 툭 걸치고 나가기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 신혼여행을 빙자해 파리와 런던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고급 브랜드에 한참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런던에 가면 꼭 버버리 아웃렛을 가야지 벼르고 있었다. 런던에서 지내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버버리 아웃렛에 가는 방법을 찾아보고는 버스를 탔다. 숙소와 반대쪽에 있어 꽤 먼 거리 이긴 했지만 런던을 버스로 여행하는 기분으로 타고 있으니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딱히 뭘 사야겠다고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반드시 득템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갔다. 시즌 상품으로 조금 특이한 디자인의 옷도 있었고, 한창 유행하던 옷도 있었고, 유행이 살짝 지난 듯한 옷도 있었다. 한참을 살펴보다가 블랙의 아우터를 발견했다. 그중에 적당한 가격! 바로 이것이 바로 득템인 것 같아서 하나 구매해 왔다.



그게 벌써 2013년, 올해로 꼭 10년 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이 옷은 10년이나 된 옷이다. 벌써 10년이나 된 걸까? 아니면 10년밖에 입지 않은 것일까? 아무튼 한 옷을 10년이나 입었다고 생각한 적 없이 매년 꺼내 입었다. 매년 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꾸준히 입고 있다. 블랙의 노멀한 디자인이라 영원히 입을 것만 같은데 이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아마 몇 년 더 입으면 보내줘야 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툭 걸치고 싶었지만 현실과는 다르다






브랜드를 꼭 고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옷장에 오랫동안 보관하거나, 입는 옷은 결국 브랜드 제품인 것 같다. 저렴한 가격에 쉽게 샀던 옷은 결국 손이 가지 않아 버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가격대비 옷의 퀄리티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내 안목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물론 그중에도 가끔 내가 왜 샀지 하는 것들이 있기도 한데 그러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열심히 들고, 입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보면 브랜드가 아니라 나의 절약정신이 아닐까. 비싼 옷이니 버리지 말고 더 입어야겠다든지, 아직은 더 입어도 되지 않아? 하는 이러한 마음들이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그게 바로 브랜드의 힘일까 아니면 평소의 가벼운 쇼핑 때보다 조금 신중하게 사서 입은 옷이라 그럴까?



아무래도 빠르게 소비하는 것보다는 브랜드 가격이 있으니, 조금 더 고민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오래 간직하게 되고 매년 일부러라도 입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대신 그렇게라도 꺼내 입을 때마다 퀄리티나 우아함을 놓치지 않았으니 역시 그때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참 잘 샀어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20대가 된 후로는 엄마가 백화점에 갈 때 꼭 따라가서 엄마의 쇼핑에 참견하고는 했다. 그런데 엄마는 옷(물건)에 관심이 많지 않아 쇼핑을 하러 가는 날이 일 년 중에 손을 꼽힐 정도이다. 나처럼 그냥 아이쇼핑을 위해 백화점을 가는 날이 절대 없다. 그러나 엄마는 옷을 자주, 많이 사지 않지만 대신 살 때 꼭 브랜드 제품으로 품질 좋은 것으로 구매하시고는 했다. 그리고 그것을 잘 관리해서 늘 새것처럼 입으신다. 엄마가 옷을 입을 때 같이 있으면 꼭 그 말을 하시고는 했다. "이 옷 사길 잘했어~ 옷이 입을 때마다 나에게 맞춤이야" 정말로 그러했다. 브랜드 제품이라 구매할 때 조금 비싸기는 했지만 오래도록 잘 입으니 오히려 이득인 느낌. 게다가 오랫동안 만족하며 입으니 환경에도 도움 되고 꼭 돈을 버는 기분도 들 것이다. 입을 때마다 기분 좋게 입을 수 있고 매년 뭘 입어야 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잘한 쇼핑이 아닐까 싶다. 특히 엄마에게 잘 맞는 쇼핑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엄마가 오래전 잘 입고 다니셨던 옷을 물려받았다. 조금 낡긴 했지만 여전히 관리되어 깨끗했다. 어릴 적의 나는 엄마가 그 투피스의 재킷과 스커트를 입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 옷을 입은 우리 엄마의 모습은 마치 엄마라는 본캐에서 벗어나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그랬을까?



그런데 이것은 우리 엄마처럼 물건에 쉽게 질려하거나 관심이 덜할 경우를 말한다. 나는 엄마랑 딱 반대의 사람이라 물건에 쉽게 질려하고 관심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할 순 없었다. 그러나 나도 나이가 들어가며 꼭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다.



이제는 나도 나이가 들어가며 품질 좋은 물건을 사서 오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도 잘 사용하고 있다가 아이가 원한다면 물려주고 싶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현재 지금 갖고 있는 옷들 중에 5년 ~10년 정도 갖고 입는 옷이 꽤 있는데 그것들은 브랜드 제품도 있고 아닌 것들도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내 취향이 충분히 함유된 그리고 품질이 좋은 옷이다. 요즘은 옷장에 그것들만 남겨두고는 매년 꾸준히 챙겨 입고 있다.



물론 브랜드 제품 중에서도 꽤 고가의 것은 그 가격 형성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내 마음에 들기도 하고, 디자인도 예쁘긴 하지만 과연 그 정도 가격이 합당한가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떼버려도 품질 좋은 옷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분명히 든다. 그러나 갑자기 그 안목이 생길 리 만무하니, 덜 실패하고 꾸준히 입을 수 있는 옷을 구매하려고 하면 브랜드 제품을 추천하고 싶은 것이다.



조금 덜 싫증내고, 유행에 덜 민감하고, 조금 무감각하게 지내는 것. 나는 요즘 그런 것을 고민한다.



요즘 유행하는 저렴한 옷을 사서 한두해 입고 말 것인가, 브랜드 제품을 사서 여러 해를 입을 것인가. 그것도 또한 각자의 선택일 것이다. 저마다 가진 개인 취향을 존중한다. 일단 나는 오랫동안 매년 기분 좋게 입고, 싶은 품질 좋은 옷을 구매하는 것을 목표를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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