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엄마가 그렇게 바쁘다던데... 걱정도 염려도 많았다. 그래서 학기 초는 초등학교에 적응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를 삼았는데, 다행히도 그리 어렵지 않게 지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적응하는 시간을 조금 보낸 후, 첫 소풍을 간다고 했다. 소풍 장소는 학교에서 한 시간 거리의 제주 대표 관광지였고 그곳으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 함께 간다고 한다.
소풍 준비물에는 도시락, 물, 개인 돗자리, 간식, 쓰레기봉투 등이 있었다. 도시락은 예전부터 사용하던 것이 있고 그 외에 물병, 돗자리도 기존에 있었던 터라 어렵지 않았다. 근데 문제는 소풍 가방이었다. 무슨 가방에 이것들을 다 넣어 보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새로운 가방을 구매했다. 입학을 겨냥해 각 브랜드에서는 수많은 디자인의 가방이 나왔고, 가격대는 좀 있었지만 부모님께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이유로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초등학생 가방이 이렇게 비쌀일인가?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학교 가방을 소풍 가방 쓰면 안 될까 싶지만, 그 가방은 아주 화사하고 밝은 분홍색이라 소풍 가방으로 가져가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이것을 야외에 가지고 다녀온다면 분명 엄청 더러워져 올 것이 뻔했다. 사용하기도 전에 스팽글이 넘치게 달린 그 가방을 손세탁할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 게다가 아직도 새것 느낌이 나는 가방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에 소풍가방을 검색했다. 가방은 몇만 원대 정도로, 다양한 디자인을 고를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도 나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빠른 배송을 장담할 수도 없었고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제주도로 오는 배송비까지 추가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오프라인으로 사러 나가야 했다. 그러나 대체 제주에서는 어디로 가야 가방을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때 선물 받은 가방
종종 동문시장에 구경 가는데 그 근처에 칠성로라는 쇼핑거리가 있다. 아무래도 그곳에는 뭐가 있지 않을까 해서 가보기로 했다. 인터넷 주문을 하고 싶지 않으니 꼭 마땅한 소풍가방을 살 수 있길 바라며 집을 나섰다. 가기 전에 검색해 보니 몇 브랜드의 키즈 매장들이 눈에 띄었다. 위치를 잘 파악해 두고 간 김에 모두 둘러보기로 했다.
키즈 매장에는 마침 적당한 것들의 소풍가방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이즈가 꽤 컸고, 마음에 드는 것은 가격이 비쌌다. 게다가 내 눈은 어찌 된 것인지 밝은 색의 가방만 눈이 들어왔다. 되려 판매하는 쪽에서 말렸다. 어두운 색으로 구매하시는 것이 좋고, 저학년만 쓸 것 아니면 사이즈도 넉넉하게 사야 한다고... 그러다 보니 도통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없어서 여기저기 둘러만 보게 되었다.
그러다 스포츠용품 매장에 세일한다길래 발걸음을 옮겼다. 다양한 종류와 사이즈의 신발과 옷들이 세일하고 있었다. 마땅한 것이 있나 구경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혹시 아이들 가방 세일하는 것은 없나요?"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바로 옆에 키즈 매장이 있다고 가서 둘러보라고 알려주셨다.
키즈매장은 작고 조용했다. 내가 유일한 손님이었다. 마침 매장 안 매대에 다양한 컬러와 사이즈의 가방이 놓여있었다. 그것 먼저 둘러보는데 가격이 무척 저렴했다. 심지어 90%까지 세일하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매대를 벗어나 매장을 둘러보는데 또! 밝은 색상의 작은 사이즈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직원에게 꺼내달라고 해서 보려는데 언제 쓰려고 하냐고 물었다. 소풍가방으로 쓰려고 하니까 이렇게 밝은 색을 소풍가방으로 쓰면 한 번 쓰고 난리 날 것이라면서 어두운 색을 권했다. 그리고 나를 매대로 데려가 이것저것 권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손님이 작은 사이즈를 원하시니까 저학년 때는 이것으로 하고 동생에게 물려주면 될 것 같다고 추천을 해줬다. 모든 매장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던 그 말을 듣다 보니 밝은 색은 안될 것 같으니 어두운 색으로 고르면 되고, 작아지면 다른 동생들에게 물려주면 되니까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90%가 할인된 금액의 가방을 구매하게 되었다.
분명 브랜드 제품인데 가격은 인터넷 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했고, 밝은 색만 고집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어두운 색으로 구매한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게다가 엄청난 할인가에 가방을 산 것도 기분이 좋았지만, 판매자의 이익을 생각하며 비싼 것을 권유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맞는 것을 골라줬던 매장 직원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도시락, 간식으로 가득 찬 소풍가방
소풍가방 안의 도시락
나의 소풍가방을 떠올리면 주황색 가방이 생각난다. 초등학생이던 시절, 소풍 전날 마땅히 들고 갈 소풍가방이 없어서 급하게 소풍가방을 사러 갔던 생각이 났다. 어느 시장의 가방가게였는데 그곳엔 가방이 수백 개는 걸려있었다. 그런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해 엄마는 그냥 그곳에서 걸려있던 수많은 것 중에 하나를 골랐다. 주황색의 사이즈가 정말 컸던 그 소풍가방을 사서 계속 들고 다니긴 했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색도 사이즈도 뭐 하나 마음에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벌써 아이는 새로 산 소풍가방을 들고 두 번째 소풍을 다녀왔다. 늘 핑크색만 고집하던 아이는 다행히도 어두운 색의 소풍가방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말을 듣는 게 맞는 게, 매장마다 들렸을 때 얘기하시던 "작은 가방은 금방 못써요" 했는데 정말 그렇다. 도시락만 넣어도 꽉 차는 가방에 물, 과자, 주스, 젤리 등등 거기에 개인 돗자리라도 넣을라치면 넘치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작은 과자를 넣어주면 될 일이고 어제는 돗자리가 필요 없다고 해서 넣지 않았더니 조금 여유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 몸집이 워낙 작아 소풍가방 마저 도저히 큰 가방을 살 수 없었으니, 저학년 때까지는 충분히 쓸만하겠다.
미니멀 리스트가 되어가며 물건을 살 때 꽤나 신중하다. 그러나 그렇게 고심하고 산 물건도 때때로 버려지고, 누군가에게 주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한다. 물론 기본 마음 가짐은 하나의 물건을 사서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을 수 밖에...
아이가 지금보다 어리던 시기에는 육아템을 열심히, 덕분에 엄청난 물건들을 구매했다. 그 당시에는 하나하나가 분명 쓸모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아이가 커가며 필요 없어진 물건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이처럼 열심히 노력하지만 영원히 쓸 수 없는 물건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소풍가방처럼 때에 맞는, 상황에 맞는 물건을 구매해서 그때 알차게 사용하는 것도 옳은 방법인 것 같다.
오랜만에 좋은 소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