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발을 구매했다. 작년 내내 참았던 소비욕구는 필요에 의해 터져 버렸다. 여름이 다가오며 앞뒤가 막힌 신발을 신으면 발이 답답해진 시기가 찾아왔는데 마땅히 데일리로 신을 신발이 없었다. 재작년 신발이 낡아서 버리고 제주에 이사 왔는데 작년에 신발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 사지 않았더니 올해 다시 여름이 다가오자 참을 수가 없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신을 신발이 없는 것은 아닌데 주 3~5일 자주 신고 다닐 편한 신발이 없었다. 신발장 안을 살펴보니 멋 부리느라 샀던 굽 있는 불편한 신발, 값비싼 신발, 평상복에는 어울리지 않던 슬리퍼 등등... 신발이 없는 것은 아닌데 도저히 안 되겠었다. 작년에는 버텼으니 올해는 신발을 구매했다. 게다가 운 좋게 세일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세일의 유혹에 잘 넘어가지 않는데 필요한 것이 세일이라니까 좋은 기회다 싶긴 했다.
그 후로 한 달 동안 매일 신발을 신고 다녔는데 굉장히 만족스럽다. 새 신발이라 발이 조금 까지긴 했지만 이제 익숙해지니 더 이상 아프지 않다. 이번 신발을 사며 깨달았다. 앞으로의 여름 신발은 굽이 있지만 편한 데일리 샌들, 막 신는 슬리퍼 딱 두 개면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 이제 더 이상 예쁘지만 불편한 멋 부림의 신발은 필요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가진 여름 신발이 5개나 되긴 한다. 그리고 이번에 한 개가 더 생겼다. 대체 나에게 여름 신발이 왜 이렇게 많을까 생각해 봤는데, 이유가 뭐 있나. 옷마다 신어야 하는 신발이 모두 달랐으니까, 그렇겠지. 가진 대부분은 모두 몇 년씩 잘 신고 있는 것들이긴 하다. 그중 한 개는 동네, 바다 등등 막 신는 슬리퍼이고 다른 한 개는 격식 있는 자리에 신는 신발이라 제주에 온 이후로는 그럴 일이 없어 못 신는 상태이다. 그리고 또 나머지 한 개는 예쁜데 굽이 있어서 평소에 많이 걸어 다닐 때는 못 신게 되고 그리고 남은 한 개는 슬리퍼 타입과 굽 있는 샌들이다. 평상시에는 격식 있는 신발과 굽이 있는 한 개 빼고는 정말 골고루 잘 신고 다니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신발 하나를 또 사고 말았으니, 꼭 필요한 거 맞겠지?
결국 이번에 신발이 추가되어 여름 신발만 6개가 돼버리니 미니멀리스트 기준으로 진짜 많긴 하다. 왜냐면 신발장에는 여름 신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봄가을 신는 신발과 겨울이라고 부츠 3개 등을 생각하면 나 혼자만 가진 신발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아무래도 올해 중에는 꼭 몇 개의 신발을 정리해야 하겠다. 물론 그래서 더 열심히 신으려고 노력하는 신발도 있긴 하다.
비록 이번에 신발을 구매했지만 이외에는 꾸준히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이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으니 물건의 양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니 좋다. 이번에도 여름옷을 정리했다. 정확히 말하면 봄 옷을 세탁해 정리해서 넣어놓고 여름옷을 꺼내놓았다. 그러다 여름옷 중에 작년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두 개가 눈에 띄었다. 작년부터 정리할까 말까 하다 남겨둔 것인데 올해도 입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확 왔다. 그런 마음이 들 때 정리하는 것이 최고이다.
한 가지는 여름 카디건인데 산지 몇 년이나 되었는데 입은 것이 3번 정도밖에 안 되었다. 딱 보기에도 새것 같다. 다른 하나는 잘 입던 원피스인데 이제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다. 딱 봐도 유행 타는 디자인은 아닌데 이미 손이 안 가는 옷은 나중에도 입게 되지 않게 되더라. 그래서 정리를 해버렸다. 버리기에는 깨끗한 옷들이라 아까워 나눔 했는데 너무 속 시원했다.
나눔 한 옷들은 다른 사람 손에 가서 잘 입혀진 후 낡아 버려졌으면 한다. 비록 두 개의 옷은 그 당시 충동적인 구매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떠나보내게 되니. 앞으로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할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여전히 소비와 정리를 반복 중이다. 그런데 이번일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 같았으면 옷을 사야 그제야 옷을 정리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 텐데, 이제는 사기도 전에 미리 정리를 했다는 것이었다. 맥시멀리스트로 살던 나에게는 엄청난 발전이다. 말로만 미니멀 리스트가 되기로 한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제는 어느새 물건을 더욱 줄여나가고 있고 ,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갖지 않는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신발과 옷을 통해 다시 깨달은 바를 목표로 세워보았다. 평상시 더욱 물건을 줄이는 것이다. 아직 미니멀 리스트들처럼 물건 100개로 생활하기 이런 것은 무리일지 모르나, 일단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더욱 없애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낡아서 버려야 할 것들은 더욱 열심히 사용하고 없애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구매하지 않아 집안의 물건을 늘리지 않는 것일 것이다. 올해의 남은 하반기에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소비하지 않기를 더 가열하게 행해 나가야겠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더욱더 잘 실천한다면, 분명 물건의 양은 더욱 줄어들 테고 집은 더욱 가벼워질 것이다. 아~ 비워진 상태를 생각만 해도 벌써 몸도 정신도 홀가분하다.
이전에는 사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가지고 싶은 날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비우면 비울수록 더욱 비우고 없애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제는 오히려 소비하지 않는 것에, 비우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분명 앞으로 더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