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규칙 플러스 +

by Blair

5월은 바야흐로 소비의 달이었다. 일단 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에 다녀오는 바람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었고, 선물을 할 곳도 많았으며, 할머니와 엄마가 그리고 친구가 제주에 다녀갔고 결혼기념일과 생일까지 있었던, 핸드폰을 새로 사게 되었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 달이었다. 5월을 되돌아보니 내내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그 바쁜 와중에 왠지 모를 허한 마음에 이곳저곳 기웃대며 다니다가 또 소비를 하고 말았으니 할 말이 없다. 특히 작년 여름 내내 고민했지만 결국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 드디어 내가 미니멀 라이프로 살 수 있게 되었구나 생각하며 셀프칭찬했는데... 결국 올해 구매를 하고 말았다. 구매한 물건은 여름 샌들이다. 작년에는 어떻게든 참고 신발을 사지 않고 버텼는데, 갑자기 여름이 다가오자 다시 구매욕구가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마침 세일 중이었다. 세일에 또 무너졌다. 그런데 또 그렇게 오랜 시간(무려 1년)을 고민하다가 샀더니 마음에 쏙 든다. 나의 그동안 소비패턴을 돌아보건대 이 정도 오랜 시간을 충분한 고민하고 산 물건에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후회 없이 오래 쓸 것이다.



하지만 몇 번의 글을 쓰면서 제주에서 남은 시간 절대 쇼핑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또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물건을 구매했다. 이제는 더 이상 소비라는 것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 미니멀리스트이니까. 이제는 다음번 새로운 물건이 들어올 때를 대비하 새롭게 정한 규칙을 만들게 되었다. 참고로 올 1월에 정한 소비 규칙으로는 '절대 카드 할부로 사지 않겠다'는 룰이 있다. 그리고 이번 5월 또 두 가지 소비 규칙을 추가하게 되었다.




1. 소비한 품목 중의 한 개는 반드시 정리한다.

2. 구매한 가격만큼 물건 비워내기








소비 규칙 1번, 소비한 품목과 같은 한 가지는 반드시 정리한다. 이것은 이전부터 해오던 것이다. one in one out. 마음 같아서는 품목 중의 두세 개를 비워내고 싶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물건을 비워낼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신발 같은 경우에는 밑창이 닳아 못 신을 정도로 끝까지 신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현재 신발장에는 계절별로 다양한 종류의 신발이 자리하고 있다. 사계절로 한 개의 신발로 신으면 좋을 텐데 여름에는 발이 더워 샌들을 신어야만 했다. 나에 비해 신발 개수가 현저히 적은 남편도 여름 신발은 따로 신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운동화 2개와 정장화 1개, 여름 신발 1개, 슬리퍼 1개로 총 5개로 사계절을 나고 있으니 사실 나는 더 이상의 신발 구매보다는 반성을 하긴 해야 했다.


아무튼 이번에 신발을 사고 기존에 있던 신발을 한 개 버렸다. 여름 샌들을 샀으니 여름용 신발을 버렸으면 좋았을 테지만 사계절용 신발을 버려야 했다. 이번에 버리게 된 신발도 사실 내가 산 것은 아니고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인데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버리기가 아까워 몇 년 동안을 열심히 신었다. 그러나 그 신발을 신으면 나이가 들어 보이는 통에 신을 때마다 유쾌하지 않았고, 그래도 멀쩡한 신발을 그냥 버리는 것은 못할 짓이니 결국 나중에는 정원을 관리할 때에 신는 신발로 전락하긴 했다. 끝내는 이 신발의 수명은 이 집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가지고 있은지 5년이 되었는데도 정말 신발의 수명이 길기도 하다) 이번에 새로운 신발이 들어왔을 때 바로 이 신발부터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시 내가 사지 않은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 열심히 신었으면 애착을 넘어선 것 같다. 이 신발 덕분에 이제는 공짜 물건도 반갑지 않다. 원하지 않는 물건은 오히려 처치곤란일 때가 훨씬 많은 것 같다. 내 특성상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오면 어떻게든 알뜰하게 사용해 보겠다고 열심히 쓰는 터라, 그러다 나중엔 스트레스받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속이 후련했다.




두 번째는 구매한 가격만큼 물건을 비워내는 것이다. 그동안 빈 박스에 정리해야 할 물건을 조금씩 쌓아놓고 지내고 있었다. 분명 마음먹으면 바로 정리할 수 있었겠지만, 사실 정리하는 것조차 나름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기에 하루이틀 계속 미뤄놓고 있었다. 그 물건들은 아이의 옷과 장난감 그리고 몇 가지 생활용품, 우리에게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것들이었다. 원래 같았으면 금세 비워낼 수 있었는데, 한참을 끝끝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이번에야 마음먹고 정리하게 되었다. 새로운 물건이 집에 들어왔으니 이제 정리해야 할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물건은 1개가 들어왔는데 5 가지의 품목의 최소 10가지 이상의 물건을 비우게 되니 이 또한 괜찮은 일이었다. 때때로 작은 소비가 이렇게 강제비움을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물론 주로 반대의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이번에 새롭게 정한 소비규칙 중에 첫 번째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물건을 구매하고 같은 품목의 물건을 버리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다. 그냥 물건을 하나 쓰레기통에 버리면 끝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두 번째 소비규칙이었다. 여러 개의 물건을 정리하고 비워내는 일에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나니 진이 빠졌다. 하필 폭우가 오는 날이었고, 구매자들과 만남 장소는 이곳저곳이었고, 편의점 택배와 우체국 택배까지 보내고 나서야 물건을 모두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주 들리던 택배(편의점)가 되는 곳이 더 이상 운영하지 않아, 새로운 택배 보낼 장소를 찾다 보니 더 힘들게 되었다. 마지막 물건의 택배를 보내고 나서야 '내가 이 짓이 싫어서라도 물건을 그만 사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었다. 그렇게 비움으로 하루를 꼬박 보내고 나니 다행히도 물건의 소비에 대한 마음이 조금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정녕 소비에 대한 열정은 언제쯤 완전히 사그라들것인가!








미니멀리스트의 대표로 잘 알려진 조슈아 피즈 밀번의 미니멀리스트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자유를 포기하기 위해 왜 시간과 돈을 쓰는가?"



그 내용인즉슨 오늘날의 소비문화는 호화스러운 벽에 갇혀 살려면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 나온 예쁜 옷, 그 옷에 어울리는 예쁜 신발, 매일 마시는 커피, 저녁식사, 영화관람, 주택 대출, 자동차 할부금, 보험료, 신용카드 대금 등등 이 모든 것을 합친다면 우리가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은 물론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얻고 싶었던 자유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돈을 쓰지 않았더라면 나에겐 시간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움이라는 명목으로 남아있던 시간마저 소비했더니 나의 자유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게 연결 지어 생각하니 이성적으로는 더욱 소비 욕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중심에서 물러나고,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욕망을 버리라고 말한다. 대신 미니멀리즘은 우리 안에 이미 행복이 존재하며, 자동차나 요트나 저택이나 옷가지 등 세상의 모든 불필요한 소유 없이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잘못되었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그저 인생의 핵심이 되지 못할 뿐이다.


미니멀리스트, 조슈아 필즈 밀번, 라이언 니커디머스 지음 p94p




불필요한 소유, 물건에 대한 욕망을 버리는 일. 처음부터 물건을 사지 않고 비워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오늘의 나는 비로소 미니멀 리스트에 또 한 발자국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 1월에 만들었던 첫 소비규칙


https://brunch.co.kr/@169bee7fa0dc42e/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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