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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an 20. 2023

할부 말고 일시불이요!

제주에서는 만나는 사람도, 갈 곳도 없는데 왜 자꾸 옷 쇼핑이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겠다.

작년에 옷을 꽤 많이 사서 정신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새해가 되자마자 어김없이 눈에 들어오고만 옷..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기 위해 다른 것에 욕심은 정말 많이 버렸는데 옷에는 아직도 그대로 인 것 같다.



오랜만에 쇼핑몰에 들렸다. 명절이 가까워오니 설빔이 갖고 싶은 탓이다. 역시나 눈에 띄는 옷이 들어왔다. 예쁜 옷들은 언제나 있다. 한 번만 입어만 볼까? 왜 입어만 보자고 생각했냐면 입었을 때 별로인 것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분명 별로일 거야. 그런데 입으니 입이 딱 벌어졌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옷이 있을 수 있지?



옷 컬러, 디자인, 무게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어왔다. 그런데 그곳엔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가격이었다. 옷의 가격이 내 생각보다 훨씬 비싸서 결코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할 수 없었다.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정신을 차리려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동안 충동구매하고 후회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후에도 한참을 고민했다. 내 감성은 그 옷이 당연히 갖고 싶고 사고 싶었지만, 옷을 또 사냐며 그럴 수 없다는 이성이 싸우고 있으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국 친한 언니에게 sos를 보냈다. 보통 sos는 위급한 상황인데 겨우 나는 옷에 대해 상담을 요청했다(나한테는 비상상황). 서울에 사는 언니를 만날 수 없으니 사진으로 옷을 보여주었다. '예쁘다. 게다가 유행 타지 않고 오래 입을 디자인이네' 하고 답이 왔다. 그러나 가격을 본 언니도 조금 놀랐다고 했다.  역시 가격이 문제다. 언니와는 이전에도 종종 쇼핑을 같이하고는 했으니까 의견이라도 참고하고 싶었지만 역시 그것만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다.  



"언니, 나 이 옷 할부로 살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할부하려고? 재킷 하나로 몇 개월의 희생이 따르네,  근데 너 이번 한번 참으면 일 년을 배불리 살 수 있어"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할부 안 하면 진짜 그 개월수만큼 배불리 살 수 있는 거 맞아? 생각했다. 솔직히 동안 언니는 나의 쇼핑에 절대적인 옹호를 보내줬었다. 그런데 이번엔 약간, 미묘하게 반응이 달랐다. 역시 할부 때문일까?(그동안은 할부를 한 적이 없었다)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었다. 맞는 말이다. 할부는 그동안 언제나 후회를 낳았다. 할부를 한만큼 매달 내야 하는 카드값을 보면 "내가 이걸 어쩌자고 샀을까" 하는 마음이 들다. 한 번도 빠짐없이 매번 그런 기분을 느꼈다.



주로 내가 쇼핑을 할 때 주로 하는 은 '일시불'구매이다. 보통 다들 할부로 구매하는 것알고 있다. 나도 한때 늘 그랬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할부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만약 할부를 물건 1개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여러 개 샀다면 할부가 여러 개로 쌓이고, 그러면 매달 내는 돈의 액수는 꽤 커지기 때문이었다. 물론 쇼핑을 한창 할 때의 이야기다. 몇 번 어려움을 겪어본 이후로는 일시불 할 능력이나, 돈이 충분치 않으면 값비싼 물건을 절대 쇼핑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할부도 없었다.



그래서 이전에는 값비싼, 소위 말하는 명품가방을 살 때도 일시불로 사곤 했다. 그 돈을 일시불로 살 수 없으면 절대  사지 않다. 그러면 나에겐 그 물건을 살 능력이 없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할부를 하지 않고 일시불로 구매한다' 이 태도는 초반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으나 생각보다 굉장히 쇼핑을 줄여주게 되었다. 그래서 계속적으로 나의 가장 큰 쇼핑 모토로 자리 잡았다.



요즘에는 쇼핑할 일이 없기도 하고, 미니멀로 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할부를 안 하게 되면서부터는 카드값(개인 카드)이 거의 제로인 상태이다. 정말 좋다. 이번달도 열심히 살았구나, 부단히 참았구나 하는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할부로 옷을 사겠다고?









할부까지 해서 사야 하는 옷, 역시 안 되겠다. 꼭 일시불로 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내 수준에 맞지 않는 '값비싼 옷'이 맞는 것이다. 아쉽다. 당연히 아쉽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옷장의 옷을 돌아봐야 한다.  

옷... 이미 옷장에 걸린 옷이 가득이다. 사실 옷이 낡아서 버려지기보다, 늘 먼저 질려서 입지 않게 된다. 때론 급변하는 유행에 입지 못하게 되는 것도 있다.




얼마 전 브런치에서 글을 보다가 10년 동안 옷을 사지 않는 패션 관련 전문가를 본 적 있다. 무려 10년이라는 세월! 특히 본인이 패션업계에서 일하면 유행하는 옷예쁜 옷을 더 잘 알 텐데 굳이 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 일을 하다 보면 갖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 들 법도 한데, 10년이나 옷 쇼핑을 멈춘 작가님께 박수를 보냈다.



고작 1년의 쇼핑도 멈추지 못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옷에 흔들리는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설맞이 할인쿠폰이 들어왔다. 차라리 새해의 다짐에 쇼핑제로 혹은 옷을 한 개도 사지말자라고 정해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 지난해 9건의 옷 쇼핑을 올해는 3건으로 줄여보자고 다짐했으니 그것부터가 문제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예쁜 것을 보면 흔들리는 미물이다. 올해는 과연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을까 걱정된다. 아직 겨우 1월이다.






제목 사진 : https://pin.it/4KeWT5c

본문 사진 : https://pin.it/1QWo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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