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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Feb 02. 2023

욕심을 줄이면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을 욕심이라고 말한다. 내 마음의 욕심은 마치 바다와 같다. 어떤 날은 성난 파도처럼 치솟기도, 어떤 날은 잔잔해서 욕심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고는 한다. 중요한 것은 욕심은 내 마음에서 결코 사라질 생각이 없으니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다. 욕심을 줄이다 보면 내가 이미 얼마나 가진 것이 많은지 어떤 상황에도 얼마나 많이, 가득,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나에게 욕심이 줄어든 상태는 다음과 같다. 가장 큰 변화는 삶의 대부분이 굉장히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 드립 커피를 만든다. 커피 한 모금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집안 가득 풍기는 커피 향에 내가 얼마나 충분한 삶을 살고 있나 느낄 수 있다. 곁들여 먹을 작은 쿠키를 하나를 고르려고 쿠키상자를 여는 순간도, 10가지의 다양한 쿠키 중에 무엇을 먹어볼까 고르는 작은 행위조차 지극히 즐거운 일이 된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해가 화창하게 뜬 날, 미리 마음에 담아둔 바다 근처의 카페로 달려간다. 그곳에서 주문한 카페라테 한 잔 딸기 디저트.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고소한 라테 한 모금, 달콤한 딸기 하나를 입에 쏙 넣으며 '그래, 이게 이지, 정말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이 들고야 만다.



오늘의 나는 무엇을 탐낼 것도, 넘치게 누리고 싶은 것도 없는 충분한 상태이다.  









자주 하던 외식이 줄어들고, 마트에 들러 신선한 식재료를 사서 건강한 밥상을 만드는 일조차 즐거워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왠지 스스로가 대견해져 어깨가 으쓱하기도 하고 잘 먹는 가족들을 볼 때마다 뿌듯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순간 떠올라 마음을 사로잡은 메뉴를 골라 외식을 하러 갈 때도 '먹고 싶은 것을 원할 때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잠들기 전 셋이 나란히 누워 별것 아닌 일에 까르르 웃을 때면, 아이가 잠들기 전 동화책을 읽어주는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특히 옆에 누워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볼 때면  '우리 가족이 건강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모두가 아침에 푹 자고 일어난 후엔 당연히 더욱 기분이 좋다. 인생은 결국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한 것이 아닐까? 여기에 더 욕심부릴 것이 있을까?








주말에 혼자 외출하는 남편이 "뭐 필요한 것 있어?" 하고 물어볼 때 구태여 생각을 해내어 꼬박꼬박 사 오라던 무엇인가가 사라지고  "아니,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냥 조심히 다녀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나는 내 마음의 욕심이 조금 옅어진 것을 느낀다.



서울에 가는 남편이 "뭐 사다 줄까?" 하고 말하면 면세점에 있는 브랜드 화장품들이 눈에 선하지만 "아직 쓰는 것 많이 남아있어 필요 없어" 하고 말할 때 나는 이미 내가 가진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생일을 앞두고 친구가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하고 물어보아도 "글쎄... 뭐가 있을까? " 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 선물을 사준다고 물어볼 때도 "아니, 이미 다 있는데, 괜찮아" 하는 내게서 물욕이 상당히 줄었구나 느끼곤 한다.








시시때때로 마음은 변한다. 나의 욕심도 커졌다 줄었다 쉴 새가 없다. 그 순간마다 지금처럼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가진 것에 충분함을 느끼고, 지금처럼 욕심 없이 살아간다면 나에겐 넓은 집도, 좋은 차도, 고급 물건도 아무것도 필요 없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분수에 넘치지 않는 형편에 맞는 삶을 살면 좋겠다. 현재의 나에게 충분히 만족하고,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는 그런 생활을 하는 내가 되고 싶다. 욕심 없이 살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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