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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an 02. 2023

작년 쇼핑 결산

새해 다짐

 작년에도 열심히 비워냈다. 재작년 이사직전 정말 많이 버리고, 비워내고 제주도로 왔다. 그런데 다시 이곳에 적응해 살다 보니 또 살림이 늘어났다. 사들인 살림이라고는 컵, 접시 몇 개와 아이의 장난감 정도뿐인데 또 정리하고 비워내고 보니, 거의 1년 동안 이용하지 않아 점점 떨어졌던 당근마켓의 온도가 다시 원상 복구될 정도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주도에서 당근 마켓을 애용하며 지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덕분에 지난해도 많이 비워낼 수 있어 가벼운 마음이.  



그러나 사실 작년 비우는 것보다 사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쇼핑제로의 2022년. 내 인생의 겨우 1년 제발, 무엇을 사지 말자는 해로 정했었다. 제주에서 뭘 그렇게 살 수 있겠어? 그래서 옷도 사지 말고, 가방도 사지 말고, 신발도 사지말자는 한 해로 정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혀 소용없었다. 새해가 시작된 1월에 내가 눈여겨왔던 샤랄라 원피스가 아웃렛에 뜨는 순간부터 나는 설레었으니까. 그리고 그 이후로 몇 개의 옷을 구입했다. 봄을 보내고 여름이 되어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구입한 옷 5개 넘다.




여름에는 들고 다닐 가방이 없다는 핑계로 가방을 검색하다가 친구의 평가를 위해 사진을 보여줬더니, 친구가 먼저 재빨리 구매한 후에 나에게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추천해서 결국 나도 사고야 말았다. 올해 가장 열심히 가지고 다닌 가방이긴 하지만 나는 왜 매년 가방에 이렇게 목숨을 거는 것일까.



신발은 올해 초 생일 선물로 스니커즈를 받고 잘 신고 다녀서 이것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추석즈음 서울에 갔을 때 오래된 신발을 신고 나갔다가 못쓰게 되어 갈라지게 되는 바람에, 그 길로 새 구두를 사서 신고 들어올 수밖에 없던 일도 있다. 정말 가지가지한다. 게다가 수년 전 신다가 유행이 지나 차마 못 신고 친정에 보관해놓은 어그부츠가 다시 유행이라길래 제주도에서 다시 신게 되었다. 그래도 이것은 산 것은 아니니 다행이다(그러나 택배비가 들었다) 그러나 수년동안 신지도 않았으면서 왜 미리 정리하지 않았을까? 반성했다.



특히 지난서울에 갔을 때 정신을 잃었다. 제주에서 살며 못 보던 것들을 봤더니 잠시 눈이 돌았다. 그래서 공항에서 면세점 쇼핑 1건, 백화점 쇼핑 1건을 하고야 말았다. 지난번 면세점에서 선물을 산 이후로 면세점은 위험한 곳이구나를 분명 깨달았건만... 이번에는 결국 선물이 아닌 내 것을 사게 되며 정신을 놓았다. 면세점에서는 작은 캔들을 샀는데 지난번 아이가 깨트린 캔들이 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었나 보다.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또 캔들이 주는 기쁨을 아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서울의 백화점에서는 살게 없을지 알았다. 그런데 백화점을 두 군데 정도를 돌아봤더니 아주 오래전부터 위시리스트에 올려있던 그것이 눈에 띄고 말았다. 결국 나도 모르게 지갑은 열리고야 말았다.



요즘 날씨가 추우니 자꾸만 포근한 패딩이 눈에 들어오지만 쇼핑을 절대 하지 않으려 허벅지를 찌르며 참는 중이다.









작년 부단히 미니멀리스트로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했다.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기 위해 내가 쇼핑한 물건들을 모두 리스트로 작성해 놓았다. 그중에 옷이 무려 9건이었다. 봄 옷 2개, 간절기용이 2개, 여름옷이 2개, 가을 옷이 1개 그리고 실내복이 1개였다. 굉장하다. 옷을 9개나 사다니 분명 나의 몸은 1개인데, 그런데 옷을 이렇게나 사들인 이유는 아무래도 옷장이 넓어진 탓일까?




작년 1년간 총 쇼핑의 건수15건이다. 이것은 많은 것일까? 적은 것일까? 미니멀리스트라 하면 많은 것 같고, 일반인의 쇼핑이라고 하기엔 적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요즘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내용이다. 그중에 구독하고 있는 어떤 미니멀 유튜버의 일상을 보면 절대적으로 구매를 하지 않는다. 고작 사는 것이 식료품 정도. 그마저도 매일 정말 꼭 꼭 필요한 것만 산다. 그래서 냉장고가 텅 비어있다. 나도 매번 냉장고를 비워내기 위해 노력하긴 하지만 그래도 적당히 채워질 수밖에 없던데 심히 놀라웠다. 옷도 여름옷이 3벌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겨울 아우터는 패딩 하나로 지낸다고 했다. 심히 놀랐다. 그리고 조금 많이 반성을 했다. 나는 몸이 하나인데 왜 이렇게 갖고 싶은 옷이 많은 걸까. 대체 제주에서 내가 어딜 간다고 옷을 이렇게 샀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새해를 맞이하 나는 새롭게 결심해야 했다.








매년 이랬던 것 같다.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겨서 안달복달 못하고, 결국 손에 들어와야 끝나는 도돌이표 쇼핑인생. 비록 미니멀리스트로 살기 이전의 삶보다 쇼핑욕구가 사그라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100%를 없애지는 못했다.



하여 새해는 달라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한다. 쇼핑 제로는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새해에는 작년보다 쇼핑을 절반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본다. 작년 15건의 쇼핑에서 올해는 7.5건으로 줄인다면 아마 성공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지난해 9건의 옷 쇼핑은 3건으로 줄이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작년에 그렇게 샀으니 아마도 올해는 살 것이 없지 않나 생각이 든다(제발 정신 차려야지)



분명 독한 마음을 먹어야 새해에도 최소한의 쇼핑으로 그칠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사지 않고 살아갈 생각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충동적인 쇼핑이 아니더라도 나에게도 꼭 사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떠오로는 쇼핑리스트가 몇 가지 있다. 예를 들면 얼굴에 쓰는 필링 젤도 거의 떨어져 가고, 샤워하고 입는 로브는 많이 낡았고, 아이브로우도 거의 끝을 보이기 때문에 살 수밖에 없는 것들이 분명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충동적인 구매를 줄이고, 가진 물건의 개수가 적은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싶지만 삶의 질도 떨어트리고 싶진 않고 싶다는 아이러니함이 아직 나에겐 남아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새해에도 나는 적게 사기 위해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옷 쇼핑은 지금보다 절반의 절반 정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이다. 나의 궁극의 목표는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이니 올해도 기대해 본다. 화이팅!









메인사진 : https://pin.it/3ysyJjZ

본문사진 : https://pin.it/5omNH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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