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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Sep 12. 2023

소비와 비움 생활화

아침저녁으로 날이 선선하니 가을느낌이 물씬 난다. 아직 여름옷을 입기는 하지만 민소매 옷들과 짧은 반바지 등의 한여름 옷은 입게 되지 않는다. 그것들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옷장에서 여름옷을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중에 올여름 한 번도 입지 않은 티셔츠가 두 개, 바지가 1개나 되었다.



놀랍게도 그 숫자는 내가 올여름에 구매했던 옷과 정확히 일치했다. 왜냐하면 올해 여름 윗 옷을 두 개와 치마를 하나 샀기 때문이다(물론 같은 품목 3가지를 정리했다) 분명  새 옷들을  여름 내내 잘 입고 다녔지만, 역시 옷이 새롭게 생기니 가지고 있던 옷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새 옷이 들어오면 원래의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이것을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옷을 사고 싶고 원래 있던 옷은 정리가 되지 않고... 정리 내내 완전 이것과의 싸움이다. 게다가 여름 끝무렵에 동생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준 티셔츠까지 추가되어 여름옷이 총 4개나 추가되었다. 여름옷을 옷장에 넣어두다 보니 이 기회에 몇 벌 더 정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여름옷 정리를 끝내고 가을 옷도 꺼내어 놓는다. 쭈욱 살펴보니 내가 대체 작년엔 뭘 입고 다녔지 잠시 의문이 든다. 이맘때면 꼭 한 번쯤 하는 생각. 분명 벗고 다니지 않았는데...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을은 금방 지나가니 옷 쇼핑을 자제하고 조용히 있어야겠지?






언젠가 이렇게 텅 빈 옷장을 갖게 될 수 있을까?






며칠 전 라이브 쇼핑에 아이의 가을 옷이 나왔다. 마침 추석도 다가오고 있었,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했고 그리고 아이의 옷을 보다 보니 오랜만에 새 옷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 제주에 추가로 드는 배송비에 잠시 멈춤이 되었다. 배송비가 아까운데...?



그렇다면 아이 옷도 먼저 옷장 정리부터 하고 필요하면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의 옷도 정리했다. 작아진 옷은 동생들에게 물려주려고 잘 모아두었다. 그리고 옷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올 가을에 아이게 입힐 마땅한 옷이 있나 열심히 찾아보았다. 다행히도 이번에 물려받은 옷들 중에는 가을 원피스가 몇 개가 들어 있었다. 이번에 친정에 갔다가 물려받은 조카들의 옷과 지난번 제주에 여행 오며 가져다준 친한 언니 딸의 옷에서 건진 보물이다.




바뀌는 계절마다 내 옷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 아이에게 입힐 까지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크지 않아 새 옷이 필요가 없고, 아이는 매번 크지만 다행히 아직 물려받아 입힐 곳이 있어  다행이었다. 네 옷도 내 옷도 모두 갖춰져 있구나! 올 가을도 큰 욕심 없이 지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제주에 온 이후로 꾸밈비의 비용이 거의 사라졌다. 화장품, 헤어, 네일, 가방 등등 특히 예전보다 옷에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아이는 원래부터 물려받는 옷들이 있어서 그렇고 나도 계절마다 가볍게 사 오던 불필요한 쇼핑을 많이 줄였던 탓이다. 여전히 절대 옷을 사기로 한 다짐은 번번이 무너지고 있지만 그래도 계절마다 한두 개 정도 또는 사지 않는 때도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계절마다 옷 정리를 하며 옷을 줄이고, 컵과 그릇의 개수를 헤아려보며 컵과 접시를 충동구매 하지 않고, 책은 구매보다 도서관을 이용한다던지, 화장품은 선물을 받아 사용한다던지 등등 그 외에 것들도 여러 단계를 거쳐 소비를 지양하고 있다.



그렇게 소비욕구는 줄었으나 요즘은 비움이 하락세다. 한참 당근에 열을 올리고, 주위에 나눠주는 등의 여러 가지 활동을 했으나 최근에는 줄일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어서 미니멀 리스트의 일상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소비하는 것들이 거의 없으니 버리고 정리하는 물건이 없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집안 곳곳을 둘러보면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언제까지 이렇게 물건에 치여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분명 쓰레기봉지를 들고 다니며 집안 곳곳에 있는 물건들을 버리긴 했다. 그래도 택도 없다. 한번 더 적극적인 비움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온 것 같다. 그래서 이번주엔 주위네 나눠줄 만한 것들을 찾아 모아보고, 당근에 판매할 수 있는 것들이 있나 살펴봐야겠다.



과연 지금 남아있는 것들이 모두 유용하게 쓰는 것들일까? 이처럼 소비 지양과 더불어 언제나 물건을 늘어나지 않게 노력하는 것도, 때마다 정리해서 물건을 비워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덕분에 삶의 태도와 자세가 바뀌고 무엇보다 소비에 인색해지게 되어 참 기쁘다. 소비하지 않아 궁색한 것이 아니라 되려 그것을 통해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되니 즐겁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인생은 기니까 때마다 작은 즐거움을 하나씩 찾아가며 지금의 미니멀 라이프를 오래도록 유지해 나가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그렇게 쭈욱 진행될 수 있게 지금의 나를 잘 만들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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