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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15. 2023

여행 기념품으로 마그넷은 이제 그만!

가을과 겨울 사이에 여행을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면서 내가 사 온 물건을 봤더니 웃음이 나왔다. 쓸데없는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매년 여행을 가면 꼭 사서 모았던 것이 여행지 마그넷과 스노우볼이었다. 처음에 몇 개를 모았을 때는 뿌듯했다. 그러나 그 후에 다녀온 여행지가 많아질수록 마그넷과 스노우볼은 점점 늘어나서 어느덧 처치 곤란이 되었다. 특히나 마그넷을 모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냉장고나 집 문에 그것들을 붙여놓고 그동안 내가 다녀왔던 여행지를 바라보며 뿌듯해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었다. 그러나 잦은 이사를 다니며, 아이를 키우며 마그넷과 스노우볼은 이제 곤란한 짐이 될 뿐이었다. 게다가 마그넷은 아무렇게나 보관해도 괜찮지만 물이 들어있는 스노우볼은 보관 자체도 귀찮고 힘들었다. 결국 여행지에서 하나씩 사서 모아 왔던 그 기념품들은 또 다른 쓰레기가 돼버렸다.

 



누구나 냉장고위에 마그넷을 꿈꾸지 않나?




그리고 마그넷과 스노우볼 이외에 그 외에 여행에서 사 왔던 수많은 기념품들은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차라리 지인들 선물용으로 것은 내 손을 떠났으니 괜찮았지만, 내가 쓰려고 사 온 것들은 결국 처치 곤란이 되었다. 특히 그 나라 특산품이라고 사 온 것들... 예를 들어 태국에서 사 왔던 코코넛 오일은 제대로 써본 적 없이 유통기한이 지나 버린 적도 있고, 발리에서 사 온 커피가루도 한두 번 맛보고 결국 버리고,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사 온 에코백도 아까워서 들고 다닌 적도 없고, 이탈리아 남부에서 사 온 레몬 비누는 향기만 몇 번 맡아보고는 결국 시간이 흘러 사용도 못하고 버리게 되었다.  어디 이것뿐이랴!



생각해 보니 한때 세계 전역 스타벅스 컵을 모은 적도 있었다. 특히 미국에 살 때는 미국 내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컵이 보일 때마다 샀다. 다른 나라 여행 가서 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컵들은 한참을 빛도 보지 못한 채 어디엔가 고이고이 모셔두었다. 결국 사용하지도 않을 것을 왜 그렇게 사들였나 모르겠다.



그러니까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여행을 가서 사 오는 기념품의 숫자가 줄어들게 된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동안은 여행을 가면 꼭 그 나라의 기념품을 사 들고 와야 직성이 풀리곤 했으나, 이제 더 이상 여행을 하는 것 말고는 기념품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결국 이제야 기념품보다 여행을 할 때 그 나라를 잘 보고 느끼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물욕이 줄어든 후로부터,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고부터는 여행을 가서 물건을 구경하는 것은 곤욕스럽다. 옛날 같으면 외국에 나왔으니 예쁜 물건을 보면 '절대 이곳에 다시 와서 이것을 살 수 없어'라는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사가고는 했는데, 이제는 '저걸 사면 금방 쓰레기가 되겠지?' '정말 필요하면 또 여행을 오자'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그래도 여전히 예쁜 쓰레기를 한두 개 정도는 사 오고는 하지만 예전에 10개, 20개 사던 것이 1개, 2개 정도로 줄었으니 이 정도는 봐주기로 한다.



그러니까 결국 이번 여행에서도 물건을 사 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도 내가 이번 여행에서 사 온 물건을 같이 보다 보면 웃음이 조금 날지도 모른다. 예쁜 쓰레기를 사 온 것이 아니라 실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사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 산 물건은 평소에는 꼭 필요할까? 조금 더 고민해 봐야지 하며 일단 인터넷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지켜보던 것들 중에서 사 왔으니 그렇게 최악의 소비는 아닌 것 같다.








여행을 가기 며칠 전 집에서 쓰던 미니찜질기가 고장 났다. 평소에 우리 모녀는 무릎이 자주 아프기 때문에 미니찜질기를 전기코드로 연결한 후 따뜻하게 데워서 무릎에 올려놓고 자곤 한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무릎 아픈 것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몇 사용했더니 작년부터 접촉불량으로 오락가락했다. 그래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하다 보면 또 되길래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올해까지 쓰면 이제 정말로 수명을 다 할 듯싶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사용해 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그 찜질기 위에 올라서 있었다. 안에 물이 들어있는 찜질기를 밟고 올라서면 물컹물컹한 느낌이 나서 재밌다고 했다. 결국 그날 그 찜질기의 수명은 끝이 났다. 아무리 코드를 꼽아 노력해 봐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버릴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여행을 다녀와서 새것을 구매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여행 중에 비슷한 기능의 보온물주머니를 발견했다. 작년에도 미니찜질기가 고장이 날락 말락 해서 이번엔 보온물주머니로 살까 말까 고민하던 것이었다. 이번 제품은 전기 코드로 연결하는 것이 아닌 보온물주머니로 내부에 뜨거운 물을 부어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까지는 인터넷에서 파는 것과 동일했으나 커버가 엄청 귀여웠다. 무려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산리오(마이멜로디, 시나모롤 등등)의 커버였다. 보통 인터넷에 파는 커버는 조금 촌스러운 것으로 덮여있고는 했는데 이것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게다가 인터넷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이것은 우리 가족이 사계절 내내 사용하는 제품이라 꼭 구매했어야 하는데, 서 여행지에서 이렇게 귀여운 것을 팔다니! 기념품으로 딱이었다. 이 상황을 종합해 보자니 마치 현명한 소비라고 착각하게 되어 웃음이 나왔다. 게다가 여행 가서 구매한 것이 보온물주머니라니! 정말 실용적이지 않는가!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보온물주머니를 바로 사용해 봤다. 무릎이 아플 때 사용하기도 하고 허리가 아플 때도 유용했다. 그리고 보온시간도 꽤 오랫동안 유지되어 요즘같이 날씨가 추워졌을 때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실생활에 꼭 필요한 기념품이었다.




기념품 겸 꼭 필요한 제품구매, 성공적♥







그 외에 구매한 것은 털실내화이다. 여행 가서 털실내화를 샀다고???? 지금 생각해 봐도 의외이긴 하다. 그러나 나에겐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동안 집에서 신던 실내화들이 오래되고, 더러워져서 최근에 다 정리를 다. 그래서 현재는 어디서 받아온 슬리퍼를 임시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바닥에 구멍이 뚫려서 수명을 다하려고 했다. 그런데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발이 차가워서 실내화가 꼭 필요해졌다. 그런데 마침 여행지에서 귀여운 디자인의 실내화가 파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당하게 구매했다. 그것도 돌아오자마자 바로 신고 있는데 포근포근 따뜻한 것이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그 밖에도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아이 수면양말을 구매했다. 아이는 집에서 실내화를 잘 신지 않아 수면양말을 신고 지내야 하는데(벌써 집이 춥다), 마침 산리오 디자인으로 귀여운 수면양말이 보였다. 이것도 필요하기도 하고, 디자인이 귀여워서 사긴 했는데 가격이 조금 비싸서 잘 산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구매해 온 모든 것들을 보면 모두 겨울에 유용하게 사용할 제품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기념품을 핑계로 모든 것을 구매한 것은 아니었다. 요즘 집에 있는 방석이 오래되고 지저분해서 그것도 새것으로 구매하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여행지에 귀엽고, 폭신한 방석이 팔고 있었다. 그런데 방석은 부피도 크고, 100% 마음에 들지 않아 구매를 보류했다.




이번 여행의 기념품은 성공적이었다.  평소에 필요했던 물건을 쇼핑하니 왠지 여행지에서도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느낌도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물론 여행에서 필요한 것만 사 온 것은 아니다. 이미 아이가 산 물건 중에는 예쁜 쓰레기가 더 많았다. 하지만 내 눈엔 쓰레기처럼 보여도 아이 눈에는 소중한 장난감임이 분명하다. 이것은 내 영역 밖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평소에 쿠키를 좋아해서 새로운 쿠키를 사 먹고는 하는데 그곳에도 맛있어 보이는 쿠키가 팔길래 선물용 한 개와 내 것을 함께 구매해 왔다.









이번 여행을 통해 그리고 기념품 쇼핑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앞으로 여행을 가서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지금과 같은 방법이 꽤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실생활에서 사야 할 물건을 여행을 가서 사면 기분도 좋고, 기념품 쇼핑할 돈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가격은 우리가 온라인으로 비교할 때처럼 그렇게 비교해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대신 평소에 사는 것과 (여행지에서 샀다는 기념품 느낌으로... ) 색다른 디자인으로 만족스러울 수는 있겠다.



오늘의 글은 앞으로 자유롭게 쇼핑을 하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물론 여행을 가서 꼭 쇼핑을 하지 않을 필요도, 해야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내가 쇼핑이 하고 싶다면 예쁜 쓰레기 대신 그동안 필요했던 품목으로 사 오는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사야 할 물건이라 생각했다면 여행 와서 기념품을 산 기분도 느끼고, 꼭 필요한 것을 사 와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한다면 그것만큼 만족도가 높은 쇼핑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여행의 기념품은 그동안의 여행 중에 제일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현명한 소비생활에 집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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