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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an 30. 2024

학원 보낼까? 여행 갈까?

겨울방학에 무엇을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아직도 아이의 방학이 한 달이 더 넘게 남아있었다. 문득 생각난 것이 따뜻한 나라로 가는 여행이었다. 이제 그만 제주로 돌아갈까, 여행을 갈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호텔을 예약했다. 직항으로 가자니 이전에 검색했던 비행기값보다 훨씬 비싸져서 환승을 하기로 했고, 최고급 호텔에서 머물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길어잔 여행기간에 그리하긴 부담이라 적당한 호텔을 예약했다. 비행기와 호텔예약을 마쳤으니 이제 출발하기만 하면 된다.


겨우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고 약간의 돈을 환전을 해놓았다. 그리고 여행 준비에 얼마나 썼을까 더해보니 아이의 1년 치 영어학원 비용 정도였다. 이번 여행에 그렇게 많은 돈을 썼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한 과목을 1년동안 학원에 보낼 비용이라 생각하니 일주일 조금 넘는 여행을 포기하고 학원을 보낼걸 그랬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방학이 되어 먼저 친정에 내려갔었다. 조카들을 하루 정도 돌봐줄 일이 있어서 오빠네로 향했다. 나에게는 조카들이 두 명 있는데, 그중 둘째 조카와는 나이차이가 한살밖에 나지 않아 그런지 둘이 만나면 정말 잘 논다. 놀다보니 조카들이 학원에 갈 시간이 가까워졌다. 이제 30분 후에 학원으로 가야한다고 일러두었다. 그때 함께 놀던 둘째 조카가 우리 아이에게 물어봤다. 


"너는 무슨 학원 다녀?"

"나는 학원 안 다녀"

"진짜? 정말 좋겠다, 부러워~~나도 학원 안 다니면 좋겠다~ "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느껴진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는 졸지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버렸다.



나도 어릴때를 되돌아보건데 학원을 다니는 일은 그냥 다니는 것이었지 딱히 재밌거나 즐겁지 않았다. 다행이도 싫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도시에서 학원을 다니지 않기란 쉽지 않다. 제주도에 사는 우리 집 특성상 학원을 다니기에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니지 못하고 있긴 한데, 물론 우리도 영원히 학원 보낼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학원을 보내지 않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실은 우리도 2월에 제주에 가면 예체능 학원을 보낼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육지에 왔더니 주위 상황에 변수가 생겼고 그리고 여행까지 가게 되며 당분간 학원을 다니는 것이 또 어려워졌다.








이번에 육지에 왔을 때 같은 또래를 둔 친구들을 만났을  주로 교육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그중에 학원에 하나도 다니지 않는 아이는 오직 우리 아이뿐이었다.



사실 겨울방학은 길어서 다음 학기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보내기 좋은 시간인 것 같다. 게다가 여름방학과 달리 꽤나 시간적 여유가 충분해서 여행도 갈 수 있고 학원도 다닐 수 있으니 어쩌면 완벽한 방학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학원 대신 여행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한번 여행을 가는 비용이 무려 1년에  한 과목의 학원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진짜 이대로 학원 대신 여행을 가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이 학원비를 아껴 여행을 가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한번쯤은 학원을 보낼지 여행을 갈지 고민해본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각각의 목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원을 일 년 동안 다니는 것도 좋고, 같은 돈으로 여행을 한번 다녀오는 것도 참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베스트는 학원을 적당히 다니며 여행도 몇 번 가는 것이 아닐까?



단지 우리는 현재 아이가 학원 다니기를 원치 않아 보내지 않는 것뿐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추구하는 방향이 학원에 갈 비용대신 여행을 더 자주 가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깝기 때문에 기꺼이 여행에 소비하는 것뿐이다.



학원도 여행도 모두 부모의 몫이다.








단지 학원을 열심히 다닌 아이도, 여행을 많이 다닌 아이도 모두 똑같이 건강하게 잘 자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한가지에 너무 욕심내어 집착하는 부모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행도 학원도 모두 괜찮다. 무엇이든 양면이 있는 법이니까.




아이들아. 그저 건강하기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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