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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09. 2024

물욕이 샘솟던 날들

이상하리만큼 물욕이 샘솟는 열흘이었다. 지난번 육지로 나가 친정과 시댁 그리고 여행까지 9박 10일간의 일정이었다. 그 기간은 마치 100일 동안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지내던 곰이 동굴을 뛰쳐나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얼마나 물욕이 넘쳤는지 친정에 간 첫날 엄마와 쇼핑에 나섰다. 이제 가을이니 아이 옷을 사주시겠다고 하시길래 아이는 옷이 많으니 괜찮다고 거절했다. 원래 그려려고 한 것은 아닌데 나도 모르게  '엄마 내 옷이나 사줘, 나 갖고 싶은 옷 있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로 엄마가 쇼핑을 가자고 하셨다(참고로 엄마는 쇼핑을 즐겨하지 않는다). 한참 온라인에서 살펴보며 침만 흘리고 있던 옷을 사주셨다. 정말 예쁘고 고운 옷이라 참 기뻤다.



그 후 서울에 올라가서는 이곳저곳 구경을 많이 하게 되었다. 구경할만한 쇼핑몰, 장소들이 어찌나 많은지 가는 곳마다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많이 걸어 다니게 되어 발이 너무 아팠다. 게다가 다음날 어른들을 봬야 해서 구두를 잠깐 신었는데 오랜만에 구두를 신은 탓에 발의 앞과 뒤 살이 다 까져버렸다. 정말 아팠다. 그래서 편한 신발을 새로이 사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신발을 사려고 마음먹은 후에는 가는 곳마다 신발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필 마음에 드는 것은 가볍게 쇼핑하기는 부담이었고, 적당한 것은 사이즈가 없었다. 심지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이곳에서는  품절이라고 하고, 다른 매장에 재고가 있다길래 서둘러 사러 가는 중에, 혹시 몰라 전화를 했더니 휴무인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결국 오프라인에서는 살 수 없어서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옷 한 벌, 신발 구매 정도만 구매했으니

이 정도는 소박하다고 스스로 생각했고, 그렇게 육지에서의 쇼핑이 끝이 나는 줄 알았다.








후에는 4박 5일로 여행을 떠났다. 제주에서는 여행 가기가 어려워 육지에 갔을 때 시간을 내어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다. 다행히도 인천공항에서는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구경만 했다.  아마 여행지에서 구매하는 큰 꿈을 꾸지 않았을까?



그리여행 중엔 거의 눈이 뒤집혀서 다녔다. 왜냐하면 예쁘고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모습큰일이다 싶었다. 여행을 오더니 미니멀리스트의 본질을 잊고 먼 과거의 맥시멀리스트 느낌을 실로 오랜만에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처음은 기념품이었다. 기념품이어서 특별할 것 같지만 이제는 여행에서 기념품은 주로 먹는 것을 위주로 사게 된다. 가장 먼저 산 것은 마시는 차였다.




그곳에서 유명한 디저트 카페 본점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차와 디저트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계절과 차와 디저트의 조합이 환상인 것이다. 그래서 그곳에서 파는 차를 구경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찻잎을 사게 되었다.



사진으로도 차의 향을 느낄 수 있다면...




그리고 유명하다는 쿠키, 초콜릿, 사탕, 빵 등을 하나씩 담다 보니 어느새 기념품을 과하게 산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여행을 다녀온 후에 주위에 선물하기고 하고, 나도 잘 먹기도 해서 그나마 잘 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여행지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인 오르골당이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사지 않은 것이다. 사실은 갖고 싶던 것이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 물욕이 넘치는 자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면 저렴하다는 여러 브랜드 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낮은 환율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명품 브랜드가 있었는데, 구경을 해봐도 딱히 끌리는 것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다만 명품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 새롭게 알게 된 옷 브랜드가 있었는데, 갖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 결국은 하나 사 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밖에 주방용품, 인테리어 용품, 작은 다양한 소품 정말 많이 눈에 들어왔으나 그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육지에 나가는 비용, 여행을 가는 비용 그것만 해도 꽤 큰 비용이 들었다. 안 그래도 돈이 많이 드는데, 거기에 쇼핑 비용까지 들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게다가 그때 결국 사지 못한 신발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주문해서 또 소비했고. 그리고 여행에서 사 왔던 옷은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조금 후회하였다. 여행이라고 조금 마음을 놓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쉬웠다. 어쩌면 아직도 미니멀리스트 삶은 정말 어려운 것일 수도...



이게 다 육지에 나와서 생긴 일이다. 여행을 가서 생긴 일이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앞으로 보지 말아야지, 육지를 나가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러다 그렇게 극단적으로는 하지 말아야지, 다음번 육지행과 여행은 잘 생각하고 소비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다음은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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